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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의 무게는 인생의 무게다. 각자 매자.
 짐의 무게는 인생의 무게다. 각자 매자.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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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중인 가족입니다.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나누어요.
 세계여행중인 가족입니다.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나누어요.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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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걱정하는 게 있다. 첫 번째는 비용이고 두 번째는 아이들 교육이다.

돈에 관해서는 "부자구나." "좋겠다." 하면서 위·아래로 쭉 훑어보는 사람들이 있고, "너 돈 아껴야 해. 그러니까 내가 낸다."하면서 빵 값을 절대 지불하지 못하게 하거나 "슈퍼는 SOK이나 A101을 가. 여기가 제일 싸." 지역에서 가장 싼 생활 정보를 알려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교육에 관해서는 한 목소리다. "일 년씩이나 학교를 안 보내도 되는 거야?" "교육은 어떻게 할 거야?" "우리나라는 아이들 학교 보내지 않는 거 불법인데." 걱정이 많다. 무슨 마약 밀매라도 하는 사람처럼 심각하게 "일리걸(illegal: 합법적지 않은, 법에 어긋나는)"을 말하는데, 웃으면서 대답한다. "우리도 교육법엔 어긋나, 여행이 교육과정으로 대치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똑같은 교육과정으로 선생님들한테 배워야 하나?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 배우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배우는데, 문자와 영상으로 머리에 넣어주고 빨리빨리 습득하는 것만을 우리들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여행 중 우리 아이들도 공부를 한다. 학교와 조금 다르고 교육과정에 의해 정해진 범위로 한정하지 않을 뿐이다. 해리 포터가 초대장을 받고 마법학교에 들어갔듯이, 10살 민애와 6살 규호는 부모님의 권유로 세계학교로 들어가 일상에서 배우고 익히고 있다.

첫째, 짐을 스스로 챙기며 책임감을 배운다. 빨래를 널고 개는 건 물론, 자신의 옷을 가방 속에 정리, 이동 할 때도 자기 물건은 자기가 가지고 다닌다. 무겁다고 하면 잠시 쉬어 갈뿐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 속옷이나 양말을 잘 못 챙겨서 한 두 개씩 숙소에 놓고 오거나 빨래를 널면서 분실한 적이 한두 번 있었지만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과 관리가 철저하다.

둘째, 계산은 직접 하며 수 감각을 키운다. 식당에 가면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스스로 고르고, 가격을 기억하게 한다. 음식을 다 먹은 후, "10리라(터키 통화 단위) 음식이랑 3리라 콜라를 먹었으니까, 13리라네." 지갑에서 꺼내서 알맞은 돈을 꺼내고 지불하는 것까지 하다보면 수와 친해지고 나라마다 다른 통화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셋째, 장을 같이 보며 알뜰한 소비자가 되어본다. 쌀과 채소, 과일 등 필요한 재료를 같이 고른 후, 무게에 따른 바코드를 찍게 한다. 보스니아, 알바니아, 코소보, 크로아티아 모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인지, 고객을 믿어서인지, 저울을 직접 재고 바코드를 붙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넷째, 한복을 입고 거리의 현지사람들을 만나 한국 문화를 알린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으며 한복을 입었을 때, 가장 아름답고 돋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한다. 자긍심과 전통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법을 배운다.

다섯째, 아침공부하며 학습 습관을 키운다. 국어, 영어, 수학, 한자를 하루에 한 과목씩 번갈아 가면서 공책 하나에 쓰고 익힌다. 민애는 우리나라에서 가져온 수학책을 풀고 규호는 수, 도형, 길이 쟤기, 통계 등 생활에 맞게 만들어 간다.  한자는 부수 214자 중  하루에 두 개씩 외우고 영어는 알파벳 차례대로 생활단어를 찾아서 쓴다. 하루 20~30분이지만 거르지 않는 학습 습관으로 충분하다.

여섯째, 현지 가정집 아이들과 카드나 태블릿으로 친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준비해온 '우노'라는 카드게임은 온 가족이 모여서 놀면서 친해지기 딱 좋다. 쉬워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가능하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금방 친근해 진다. 아이들은 어디를 가나 '마인크래프트'로 친해질 수 있다. 등장인물인 '스티브'와 '알렉스'는 전 세계 공통인물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부한 아이들은 인종, 종교, 문화가 다르다고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선을 긋지 않는다. 그러면 전쟁도 없어지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겠지. 또 자신이 정해놓은 선을 과감하게 넘어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자유롭게 탐구한다. 그러면 좀 더 넓은 세상이 되겠지.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각자 다르게 즐겁게 사는 삶이길 바란다.

터키 집주인 엠레와 딸 세쟌의 사랑을 둠뿍 받는 둘째. 마지막날 한복 송별 파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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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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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도시 소피아에서 장보는 아이들. 둘째는 채소 들고 대기하고 첫째는 번호를 찍어 가격표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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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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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서 머리 자르는 둘째. 장발을 좋아하는 규호는 가위를 대자마자 이발관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서 머리 자르는 둘째. 장발을 좋아하는 규호는 가위를 대자마자 이발관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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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계여행, #교육,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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