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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사 "기존 방식 수용할 경우 리스크만 커져"

부평구 십정2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아래 십정2지구) 내 인천도시공사와 민간업체 간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계약이 결국 해지됐다.

인천도시공사(사장 황효진ㆍ이하 공사)는 11일 "십정2지구 뉴스테이 사업자의 펀드 설립이 연장계약 종료시점인 5월 10일까지 설립되지 않음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며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십정2지구는 공사가 주택 5678세대를 공급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이중 3568세대가 뉴스테이 물량이다. 십정2지구 뉴스테이 사업은 (주)마이마알이가 공사에 주택 매입비 8500억원을 내고 주택 3568세대를 소유 8년간 민간에 임대하는 것이다.

마이마알이는 펀드 투자자를 통해 인천십정2뉴스테이유한회사를 설립한 뒤, 지난해 투자회사에서 ABCP(=자산 담보 부 기업어음)를 발행해 8500억원 중 2000억원을 공사에 납부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잔액 납부기한 내 65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업 무산 위기에 처했다. 마이마알이는 사업시행자인 공사의 귀책으로 관리처분이 늦어져 사업이 지연됐다며 그에 따른 납부기한 연장을 요구했다.

이에 공사는 5월까지, 납부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공사는 납부기한을 연장하면서도 마이마알이의 사업비 조달엔 회의적이었다. 마이마알이가 납부한 2000억원이 사실상 공사의 신용공여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십정2뉴스테이유한회사가 ABCP를 발행해 2000억원을 마련할 때 이자율은 약 3%였고, 뉴스테이 사업 계약 무산 시 공사가 납부금을 돌려줄 때 납부금의 4.99%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돌려주게 돼있다.

공사는 "십정2지구 사업 구도는 뉴스테이 사업자가 책임 있는 선(先) 자금조달(부동산펀드) 이행을 전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3개월 연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펀드가 설립되지 않음에 따라 계약 해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3개월 내 신규 뉴스테이 사업자 선정 계획

공사는 마이마알이가 제안한 잔금 6500억원 납부방안이 부동산펀드를 통한 자금조달이 아니라, "계약금(=2000억원) 지급방식과 동일한 브릿지론 형태의 ABCP 발행을 통한 지급방식이라 수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사는 "추가 계약연장 시 마이마알이가 1ㆍ2차 계약금 지급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매매대금을 납부하고 계약이 해지될 경우, 공사 입장에선 과도한 이자비용을 비롯한 자산유동화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뉴스테이의 사업성을 악화시키고, 주민들은 추가비용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이마알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이번 계약 해지로 기존 납부금 2000억원에다 위약금 약 107억원을 돌려줘야한다. 즉, 이전과 같은 납부방식을 수용할 경우 계약 해지 시 공사가 또 위약금을 물어주는 만큼, 마이마알이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공사는 마이마알이 측과 계약을 해지하고 3개월 안에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고 당초 계획대로 7월에 철거를 시작해 올해 말 건축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업 중단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때까지 공사가 자체자금을 투입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황효진 사장은 11일 십정2지구 주민대표회의를 방문해 "기업형 임대 사업자가 교체되더라도 기존 분양신청을 완료한 원주민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한 뒤 "주민 이주가 조속히 진행돼야 이후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마이마알이 "공사의 '갑질'에 쫓겨나"

공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마이마알이는 "십정2지구 재개발에 앞장서왔지만 지방공기업의 '갑질'에 민간자본이 쫓겨났다"고 반발했다.

마이마알이는 "공사 내부에서 왜곡정보가 유출됐고, 공사노조가 감사원 감사를 촉구함으로써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다"며 "펀드 설정 지연에 공사의 책임이 분명하게 있는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이마알이는 공사에서 유출된 왜곡정보 때문에 불법과 특혜 의혹이 쏟아졌고, 이런 상황으로 인해 펀드 설정이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마이마알이는 "십정2지구 주민은 3월 30일 인천시장 등을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고, 공사노조는 시민단체와 함께 4월 4일 감사원에 감사를 촉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과 펀드 설정이 지연됐다"고 했다.

마이마알이는 또, "지난 10일 시청에서 열린 실무추진단 회의 때 '펀드 설정(5월 10일 기한)이 지연돼 죄송하다'고 한 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투자를 유치해 한 달 안에 8500억원을 완납하겠다'고 제안했는데, 공사가 거부했다"고 했다.

이어서 "공사는 대신에 '매매대금 반환 확약이 없다면 고려할 수 있다'고 했고, 이에 마이마알이는 '공사가 신용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고, 대출을 받는 것도 아닌데 사업이 중단되면 사업비를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없이 사업비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지만, 공사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주장했다.

마이마알이는 덧붙여 "공사는 십정2지구 뉴스테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송림초교주변 사업에 대해선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며 "공사는 계약 해지로 발생할 매몰비용과 사업 지연으로 발생할 대출이자, 시공비 증가분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공사 명의로 대출을 받는 게 아니지만, 사실상 공사의 신용 공여로 민간사업자가 사업비를 마련하는 구조이고, 계약 해지 시 공사가 위약금을 물어주게 돼있는, 구조적으로 잘못된 사업구조다"라며 "동일한 사업구조를 수용할 경우 리스크만 커진다. 새 사업자를 선정해 정상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사는 뉴스테이 사업 계약을 해지하는 것만으로 위약금 107억원을 물어야한다. 공사 내부에서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의견이 분분했던 터라, 감사원 감사 결과 계약과정과 계약서에 위법하거나 공사에 손해를 끼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스테이, #유정복, #인천도시공사, #마이마알이, #기업형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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