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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앞
 책방 앞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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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심다'는 어떤 곳?
책방지기 : 김주은·홍승용 님

전남 순천시 역전장길32, 1층
070-7528-0726
https://www.instagram.com/simdabooks
https://www.facebook.com/thesimda
여는 때
: 13시∼21시 (월∼목)
: 09시∼21시 (금·토)
: 일요일은 쉬는 날


전라남도에서 바다를 끼고 동녘에 있으면서 경상도하고 이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이 고장은 전라남도이면서 경상남도를 잇는 다리라 할 만합니다. 뭍으로도 바다로도 서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라고 할 만합니다. 이 고장은 전라도에서 광주에 대면 매우 작은 '시골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이나 부산에 대면 훨씬 작은 '시골 도시'라 할 수 있고요.

시골스러운 도시인 순천은 갯벌을 살뜰히 돌보겠다고 외친 고장이기도 합니다. 갯벌이 뭐 돈이 되겠느냐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순천만 갯벌은 이제 나라에서 손꼽히는 멋진 곳으로 거듭납니다. 순천을 따라 갯벌을 돌보려고 하는 물결도 일고요.

시골에서 갯벌은 바닷것을 캐는 보물 같은 뻘밭이면서, 뭍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바다로 가는 길목입니다. 갯벌이 있기에 뭍도 바다도 깨끗하면서 아름다운 삶이 흐를 수 있다고 할 만해요. 크기가 작거나 사람 숫자가 작은 순천이어도 이 갯벌 하나로도 넉넉히 멋지고, 낙안읍성으로도 멋지며, 더욱이 '도서관 도시'라는 이름까지 있어서 멋지다고 할 만해요.

책꽂이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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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날아온 그림책
 핀란드에서 날아온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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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순천에는 전라남도뿐 아니라 전라북도까지 아울러 전라도를 대표할 만한 헌책방 <형설서점>이 있기도 합니다. 광주에 사는 사람하고 대면 1/5이 안 되는 순천이지만, 이 순천에 있는 헌책방은 광주에 있는 숱한 헌책방보다 클 뿐 아니라 살림을 잘 꾸려요. 이런 순천에 자그마한 마을책방이 한 곳 두 곳 문을 엽니다. 이 마을책방 가운데 순천 기차역 건너편에 <책방 심다>라는 곳이 있습니다.

<책방 심다>라는 마을책방을 생각해 봅니다. 책방 이름은 말 그대로 '심다'에서 비롯합니다. 나무를 심고 씨앗을 심듯 "책방을 심는" 곳이라고 할까요. 이 고장에 사는 사람보다 여행객이나 관광객이 더 많이 드나들거나 거쳐서 지나간다고 할 수 있는 순천이라는 터전에 "책방을 사랑하는 숨결"을 심는 곳이라고도 할 만해요.

책방 모습
 책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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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독립출판물
 자그마한 독립출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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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역 앞에 있는 작은 저잣거리는 '역전시장'이라고 합니다. 역 앞에 있으니 '역전시장'입니다. 마을책방 <책방 심다>는 이곳 역전시장에 깃든 여러 젊은 가게하고 힘을 모아 '순천역 별사탕'이라는 골목신문을 내기도 합니다.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책을 좋아하며, 핀란드하고 그림책도 함께 좋아하는 책방지기는 이곳을 아기자기한 쉼터로 가꿉니다.

순천 기차역에서 기차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니는 길손이 살며시 머물며 책내음을 맡을 수 있도록 북돋웁니다. 기차를 타려고 허둥지둥 서두르기보다는 느긋하게 차표를 끊고서 책바람을 한 움큼 마시면서 '기차로 새 고장으로 달려가는 즐거움'을 돌아보도록 이끕니다. 더 많은 책을 더 넓은 곳에 두기보다는, 더 손길을 뻗어 돌보고 아끼는 책을 더 살뜰한 자리에 두자고 하는 마음이 감돌기도 하고요.

순천시에서 딱히 눈에 띌 만한 '관광 기념 상품'을 마련하지는 못한다고 느낀 <책방 심다> 책방지기는 'Simda local design'이라는 이름으로 자그마한 보람(배지) 세 가지를 마련해서 책방에서 팔기도 해요. 순천만 습지식물 세 가지를 아기자기한 무늬로 빚어 "내 안에 바다를 담아요(퉁퉁마디)"하고 "노을빛 바람을 담아요(갈대)"하고 "일곱색 별빛을 담아요(칠면초)" 같은 이름을 붙여 놓습니다.

'책방 심다' 추천도서 도장이 붙은 책
 '책방 심다' 추천도서 도장이 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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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심다' 책방지기가 손수 마련한 이쁜 '순천 기념품' 세 가지
 '책방 심다' 책방지기가 손수 마련한 이쁜 '순천 기념품'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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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책방은 작은 마을에서 작은 사람이 아끼면서 누릴 만한 책터라고 느낍니다. 굳이 더 많은 책을 갖추어야 하지 않겠지요. 오래오래 아낄 만한 책을 두고두고 건사하면서 마을 이웃하고 길손한테 베풀 수 있으면 되겠지요. 넘쳐나는 숱한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살갑고 살뜰하며 사랑스러운 손길이 묻어나는 책을 나눌 수 있으면 될 테고요.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한 시간 동안 달려 순천 버스역에 내린 다음, 순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기차역 앞에서 내립니다. 우리 집 두 아이 가운데 작은아이를 이끌고 책방마실을 나옵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하고 버스를 두 번이나 타는 마실을 하니 무척 신납니다.

책방 문을 밀다가 당기다가 하면서 들어서니, 작은아이는 맨 먼저 '뽑기 기계'부터 바라봅니다. 아이 눈에는 책방에서도 책보다는 다른 것에 더 눈이 가는구나 싶습니다. 장난감이 아닌 글씨가 나오는 뽑기를 넋 놓듯이 들여다보는 아이한테 쇠돈을 두 닢 쥐어 줍니다. 아이는 아직 글씨를 못 읽지만 글씨가 적힌 종이를 손에 꼭 쥡니다.

작으면서 살뜰한 마을 쉼터인 책방입니다
 작으면서 살뜰한 마을 쉼터인 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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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와 함께 마실한 책방
 작은아이와 함께 마실한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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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는 책도 살핍니다. 책방에 왔으니 책을 살피지요. 아이가 맨 먼저 꽂히는 책은 <바다 이야기>(보림 펴냄)라는 그림책입니다. 책을 펼치면 바다 물낯이랑 밑바닥까지 한꺼번에 펼침그림으로 나오는 그림책이에요. 펼침그림 앞쪽은 물낯 모습을 담고, 펼침그림 뒤쪽은 밑바닥 모습을 담습니다. 이 그림책을 펼치고 접고 하면서 빠져듭니다. 저는 여러 가지 핀란드 그림책을 들여다봅니다. 핀란드말은 모르지만 그림결을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느껴 봅니다. 핀란드에서 날아온, 또는 책방지기가 핀란드로 날아가서 씩씩하게 들고 온 그림책이에요.

순천 기차역 건너편 골목에 깃든 마을책방에서 만나는 핀란드는 어떠한 바람 한 줄기로 스며들 만할까요. <핀란드의 마음>(책과나무 펴냄)을 집어들어 책으로 핀란드마실을 해 봅니다. <책방 심다> 안쪽에 놓인 재미난 '핀란드 사탕'도 구경하면서, 이 핀란드라는 고장이 한국하고 어떻게 잇닿을 만한가 하고 생각에 잠깁니다.

책방지기는 순천이라는 고장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책방을 심기로 합니다. 책방지기는 책방뿐 아니라 나무를 심고 싶은 꿈을 키웁니다. 이리하여 <책방 심다>에는 '숲에서 온 나무로 지은 책'을 곳곳에 다소곳이 심고, 이렇게 심은 책을 이웃하고 길손이 느긋하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방 심다'에서 마련하는 '블라인드 데이트 북'
 '책방 심다'에서 마련하는 '블라인드 데이트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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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싼 종이는 어떤 책을 품었을까요.
 곱게 싼 종이는 어떤 책을 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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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한 톨은 어떻게 깨어날지 아무도 몰라요. 능금씨를 심으면 능금나무가 자랄 테고, 꽃씨를 심으면 꽃이 필 테지만, 씨앗을 심어서 태어나는 숨결은 '능금'하고 '꽃'이기만 하지는 않다고 느껴요.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기쁨이 씨앗을 거쳐서 태어나요. 꽃 한 송이를 마주하는 즐거움이 씨앗을 타고서 흐르고요.

<책방 심다>는 '숨은 책 만나기(Blind date book)'라는 재미난 '책놀이'를 이웃하고 나누기도 합니다. '숨은 책 만나기'란 어떤 책인지 알 수 없도록 종이에 곱게 싸 놓고서 두근두근 만나도록 이끄는 '책 징검다리'입니다. 어느 책이 나한테 오든 설레면서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셈이에요.

책을 만나고, 책이라는 씨앗을 만납니다. 책이라는 씨앗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이 책이 깃든 책방을 둘러싼 역전시장하고 골목하고 마을이 어우러진 순천이라는 고장을 새삼스레 만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책방마실을 할 적에는 오늘 그곳에서 어느 책을 만날는지 하나도 모르는 두근거리는 마음이지 싶어요. 다 아는 책이 아닌 모르는 책을 만나려고 책방마실을 합니다. 아직 모르니까 읽고 싶고, 아직 모르기에 배우고 싶은 책 한 권을 마을책방으로 마실을 하면서 만납니다. 책 한 권을 가슴에 품고 눈을 고요히 감으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천장에 달린 '책 등불'
 천장에 달린 '책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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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이라면?
"가장 큰 기쁨은 우리가 좋아하는 일로 사람들과 모여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재미난 일들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책방에서 책과 관련되지 않는 일도 많이 한다고 이야기하시곤 하는데요, 책방이라고 꼭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책의 개념을 좀더 확대해 책에 있는 지식이 오가는 곳이라고 설명해 드립니다. 책 안에 있는 수많은 지식을 함께 이야기하고 행하면서 책에 있는 간접체험이 직접체험으로 바뀌는 순간이 가장 신비한 시간이면서 기쁨의 시간입니다."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은 한두 분 이야기 해주신다면?
"책방은 순천역 건너편 역전시장 입구에 있습니다. 역전시장의 상인은 주로 60∼70대 어르신들입니다. 그 때문에 책방을 시작할 때에는 어르신들과 책방이 가까워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었지요. 책방 문을 열고 석 달쯤 지났을 때인데요, 허리도 다 못 펴시는 할머니 한 분이 전대를 차고 들어왔습니다. 젊었을 때 책을 많이 읽고 싶었는데 그때는 사는 게 바빠서 못하고 지금은 늙어서 못한다고, 그래서 손자 손녀를 위해 책을 사고 싶다며 전대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는데 마음이 찡했습니다. 그러시며 한 권 한 권 그림책을 고르는데 그 뒷모습이 책을 좋아하는 소녀처럼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지금은 그 할머니가 단골손님이 되어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서 보십니다."

책방지기가 책에 남긴 추천글
 책방지기가 책에 남긴 추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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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10년, 20년, 30년 째 책방 앞모습은?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동네 작은 책방, 젊은 친구들도 나이든 어르신들도 오가며 편히 들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 바라는 게 있다면 모임을 할 수 있는 활동실(워크룸)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리고 좋아하는 책도 출판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

ㄹ. 순천 이웃, 순천 바깥 이웃한테 이곳을 소개한다면?
"순천역 앞에 있는 작은 책방입니다. 책방에는 일반 서점에서 만날 수 없는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물들과 그림책·사진책·여행책 등 우리 삶을 좀더 아름답고 풍부하게 가꿀 수 있는 책들이 함께 있습니다. 이웃들과 취향을 공유하고 재미있는 작당을 합니다."

ㅁ. 책이란, 책방이란, 마을책방이란 무엇일까요?
"책이란? 지식과 지혜의 씨앗. 책방이란? 지식과 지혜의 씨앗 창고. 마을 책방이란? 지식과 지혜의 씨앗을 나누고 함께 돌보는 마을 쉼터."

책시렁
 책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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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방지기 모습입니다
 두 책방지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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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책방 심다>에서 꾸리는 모임을 소개해 주시고요, 이 같은 모임을 하는 즐거움을 말씀해 주세요.
"현재 책방에서 꾸리고 있는 모임은 독서모임, 우쿨렐레 연주모임, 프랑스 자수모임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비상시적으로 다양한 '일일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즐거움이란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것처럼 책에서 간접경험으로 얻어지는 것들이 직접경험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책방지기들이 평소 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내용으로 모임이 꾸려지므로 책방을 운영하면서도 개인적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ㅅ. '심다'라는, 이름이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방을 열고 '심다'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책방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 하세요. 그럴 때면 꼭 이야기하죠. '심다'는 "나무를 심다." 할 때에 "심다 "입니다. 우리는 책 속에 있는 지식과 지혜의 작은 씨앗이 마음에 뿌리내리길 바랍니다. 책방에는 수많은 씨앗이 있고, 책방을 통해 그 씨앗들이 널리 번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심다'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의미를 찾자면 책방을 열기 전부터 아내가 나무를 많이 심고 싶어했어요. 순천에 내려와 첫봄, 아내는 아기 꽃사과나무에 반해 한동안 땅도 없는데 나무를 사서 심을 궁리를 했었습니다. 책방 이름을 정할 때 나무 심는 것에 마음이 온통 빼앗겼던 아내의 기억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책방을 통해 지금보다 조금 더 수익이 생긴다면 나무를 심으려 해요. 그리고 올해 식목일에 드디어 나무를 심었어요. 한 그루이지만요. 하하. 앞으로도 꾸준히 심겠습니다. "

ⓒ 책방 심다

ㅇ. 책을 읽고 파는 책방지기 한 사람으로서 한국 책마을에 한마디 해 보신다면?
"대형서점이나 작은 서점이나 저마다 역할이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요에 따라 자연적으로 서점은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할 것이고요. 여태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바꿨으면 하는 점은 유통의 구조가 개선되어 대형서점이나 작은 서점이나 공급률은 같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완전 도서정가제'가 정착되어 대형서점이나 작은 서점이 동등한 입장에서 책을 판매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야 대형서점에 좀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밖에 없다지만 저렴하게 공급된 만큼 편법적 할인판매를 하므로 더욱 경쟁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작은 서점의 책방지기로서 같은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면 더 싸게 살 수도 있음에도 작은 서점에서 구매해 주시는 고객님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ㅈ. 순천이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행정적으로만 '정원의 도시, 책의 도시, 교육의 도시'로 남지 않고 진정성 있는 문화예술, 교육, 복지 정책을 통해 시민들이 가족과 정원을 거닐며 책도 보고,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어린이가 즐거운 고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순천의 자랑인 아름다운 자연환경 시설과 도서관이 어린이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면 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더욱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 책이 함께 한다면 더욱 좋겠네요. 꾸준히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전문 기획자와 교육자 양성과 이런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재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 최종규

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에게 이야기 해주시다면?
"누구나 각자 삶의 행군을 하고 있죠. 하지만 삶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물학적으로도 하루에 몇 번 쉬고 잠도 자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작은 동네서점은 쉬고자 할 때 잠시 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쉬어 가며 물도 한 잔 하고 지친 몸을 풀 듯, 서점에서 만난 작은 책, 혹은 책을 매개로 한 이야기에서 위로받기도 하고 잃었던 방향도 찾을 수 있고 지금의 삶과는 다른 전혀 다른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ㅋ. 'Blind date book'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 3월 한 달간 호주에 출장을 갔었는데 그곳에서도 늘 그랬듯 틈만 나면 서점을 찾아다녔습니다. 호주에도 특색 있는 작은 동네서점이 많았습니다. 그중 한 곳에서 '블라인드 북'을 보았는데 너무나 기발하다고 생각이 들었지요. 그때 블라인드 북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것이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블라인드 데이트 위드 어 북(blind date with a book)'이라는 하나의 운동처럼 많은 도서관과 작은 서점들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도 알았지요.

책방을 열었던 작년 봄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이런 활동들이 없었고 우리 책방에서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책의 표지나 광고를 떠나, 숨겨져 있는 훌륭한 작가의 좋은 책들을 소개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지금은 우리 서점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서점에서도 '블라인드 북'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을사람도 책손이 되고, 여행자도 책손이 됩니다. 저는 고흥에서 순천으로 '책방마실'을 나왔습니다. 책방지기가 찍어 준 사진입니다. 제 가방은 '책가방'입니다.
 마을사람도 책손이 되고, 여행자도 책손이 됩니다. 저는 고흥에서 순천으로 '책방마실'을 나왔습니다. 책방지기가 찍어 준 사진입니다. 제 가방은 '책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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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심다' 가는 길에 길바닥을 보면 '역전시장'을 알리는 작은 글씨와 화살표가 있어요.
 '책방 심다' 가는 길에 길바닥을 보면 '역전시장'을 알리는 작은 글씨와 화살표가 있어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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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 '골목신문'이라고 할 <순천역 별사탕>을 내셨어요. 순천 기차역 앞에 있는 시장하고, 이곳에 살며시 깃든 책방은 서로 어떻게 어우러지는 길을 갈 수 있을까요? 밤에 여는 젊은 장마당 이야기도 들려주셔요. 
"작년에 이곳에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이 사장 입구에서 우리는 얼마나 잘 어울리는 곳이 될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시 배달'이었습니다. 시장에 계시는 분들에게 아침마다 한 편의 시를 배달해 드리면 시장에 있는 책방의 역할을 하면서도 어르신들이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그런 중에 시장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청년들이 모여 만든 젊은 사업장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시 배달'을 좀더 확장하면 젊은 사업장과 시장을 함께 어울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소개할 수 있는 코너도 만들고 그 안에 지도도 넣고 시도 넣고 시장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도록 만든 것이 <순천역 별사탕> 소식지입니다. 소식지 첫 발행을 하기 위해서 책방 앞 공터에서 작은 장을 열었습니다. 시장에 계시는 동네 어르신들과 골목에 있는 젊은 청년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위해 열린 장마당이었습니다. 파전도 같이 먹고, 어묵도 먹으며 함께 이야기하며 시장 골목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장에 나오신 분들이 많은 돈을 벌어가지 못했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며 마음만은 많이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해서 1호가 나왔고 곧 3호가 나올 예정인데요, 조금 더 진솔한 우리 마을만의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마을책방, #책방 심다, #순천, #책방마실,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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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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