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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비서실장 후보자를 발표한 뒤 후보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 2017.5.10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비서실장 후보자를 발표한 뒤 후보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 201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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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 대변인은?'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총리 내정자 등 새 정부 첫 인사를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친근하면서도 낯설었다. 아직 청와대 새 대변인을 인선하기 전이라고는 하지만, 인사를 직접 발표한 데다 "직접 국민들께 말씀드리고자 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런데, 한 술 더 떴다.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자,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의 인선 배경을 차례로 소개한 문 대통령은 회견 말미 "앞으로도 오늘처럼 국민들께 보고드릴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한 취임사에서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라고 밝힌 구상을 취임 첫날 이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 맞나 할 정도로 침착과 여유를 보였다면, 얼떨떨한 것은 청와대 기자단이었는지 모른다. 어젯밤 광화문에서의 당선 행사 이후 10일 하루 광폭·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새 대통령의 보폭에 놀란 탓일까. 그도 아니면 '이명박근혜' 9년의 습성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일까.

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뒤 마이크를 잡은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내정자 딱지를 떼면 이젠 여러분(언론) 앞에 나설 일이 없다. 그런데도 질문 없습니까"라며 청와대 기자단에게 오히려 역으로 질문했다. 서훈 국정원장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였기도 했겠지만, 그간 박근혜 정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인 것이 분명했다. 사실 이날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보가 보여주는 파격은 이뿐 만이 아니었다. 

광폭 행보 신임 대통령, 적응 못한 이들은 누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예방, 정우택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예방, 정우택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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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차례로 야당 당사를 직접 방문했다. 이날 실질적인 문 대통령의 공식 외부 나들이었다. 후보 시절 "당선되면 제일 먼저 야당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들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의식한 듯,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방문해 정우택 원내대표, 이현재 정책위원회 의장과 만난 문 대통령은 "앞으로 당연히 국회를 더 존중하고 또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도 소통하고 대화하고 때로는 타협도 하고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는 자세로 나아가겠다"며 "일회적인 게 아니라 임기 내내 이렇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방문 역시 의미심장하긴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진보정당인 정의당을 방문한 첫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또 선거 기간 동안 아침마다 '문재인 후보'를 공격해 "문모닝"이란 별명을 얻었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아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늘 아침은 굿모닝으로 시작한다"고 운을 뗀 박 대표는 "반드시 상처받은 국민들을 따뜻하게 대통령으로서 감싸주고 국민통합, 협치로 나아가서는 변화와 미래로 가는 그런 대한민국을 위해 개혁도 해주고, 경제도, 민생도, 아울러 주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선거 내내 각을 세웠던 야당 대표를 찾은 취임 첫날 만난 대통령과 이에 화답하는 야당 대표의 모습은 분명 신선했다.

이후 여의도에서 청와대로 갈 때는 지난 가을과 겨울에 수백만 시민이 촛불을 들었던 광화문 광장을 들르는 동선을 택했다. 가는 길 중간에는 차량 윗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내어 시민에게 일일이 손을 흔드는 깜짝 '카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이어 청와대에 도착해서는 새 대통령을 환영하는 청와대 경호팀과 '늘공 공무원'(일반 공무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한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내린 평가는 분명 곱씹을 만했다. 지금 구속·수감돼 있는 박근혜씨와는 사뭇 다른, 권위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행보라 더더욱 그러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시간 만에 전임대통령 4년 소통량 (보다 소통량) 증가."

번역기 필요 없는 신임 대통령, 반갑다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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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습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또박또박 읽어 나간 취임사 말미다. 긴박한 일정 탓에 기존의 거대한 취임식 대신 간단한 취임식과 취임사 생방송을 택한 문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을 넘어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을 천명하는 대통령은 일찌감치 없었다고 무방할 것이다. 이날 취임사에서는 그간 밝혀 온 국정 운영의 철학이 짧고 간명하게 담겨 있었다.

"우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서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안보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재벌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한 마디로, 번역기가 필요 없었다. 불필요한 긴 문장과 어려운 한자어를 구사하지 않는 대통령을 만난 것이 얼마만인가. 특히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와 같이 일반 국민들이 흔히 쓰는 표현도 포함시켰다. 그러면서도 간명한 문장 속에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방안도 곁들였고,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습니다"라며 자칫 보수 진영으로부터 공격받을 소지가 있는 '평양 방문'도 에둘러 표현하는 노련함도 선보였다. 무엇보다, 후보 시절부터 천명했던 국정 운영과 국가적인 철학을 다시금 재확인했다. 5년 전 천명했던 메시지를 통해서 말이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의 식상한 우려, 접어 두시라

하지만 첫날부터 '태클'을 거는 세력이 없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긋지긋한 색깔론이라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맨 먼저 방문한 자유한국당이 딱 그 수준이다.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주사파 출신이자 개성공단 추진자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깊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이 내놓은 논평 중 일부다. 정 대변인이 임종석 비서실장 내정을 두고 "취임 첫날이지만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임 의원이 학생운동권 출신인 "주사파"며 "개성공단지원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그렇지 않아도 선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안보관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과 같이 '우려'를 이들은 또 있다. <조선일보>다.

"지금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많은 국민은 앞으로 '노무현 2기(期)'가 펼쳐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거의 매일 갈등과 분열로 지고 샜던 당시로 돌아간다는 것은 역사의 퇴행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지지자보다 더 많은 반대자가 존재한다. 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대통령상(像)을 세우는 것이다. 턱도 없는 권위주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또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면 힘은 줄지 않고 배가될 것이다."

<조선일보>는 10일자 사설 "文 대통령, '노무현 2期' 아닌 統合·協治 불가피하다"에서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많은 국민"을 소환하며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2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와 혼자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착각"부터 버리라며 금방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에 앞서 사드와 대북 핵실험, 한·미 정상회담과 복지와 분배, 정치 개혁 등 당면하거나 향후 이뤄가야 할 과제들을 장황하게 나열하며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의 우려들은 공염불이거나 문 대통령이 이미 취임 첫날부터 종식시킨 것들이 대부분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 하에서 정무부시장으로 재직하며 별다른 색깔론에 시달렸던 적이 없다. 야당에 손을 내 밀라던 <조선일보>의 우려 또한 취임 첫날 이보란 듯 첫 행보로 소화했다. <조선일보>의 우려들은 대부분 취임사를 통해 반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첫 업무 지시로 "국가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명했다. 또 하나의 공약 이행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민정수석으로 서울대 조국 교수가, 인사수석으로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각각 부산과 서울 출신이며, 조 교수의 경우 여성 인재 등용을 천명했던 문 후보의 인사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중평이다.

취임 첫날, 별다른 잡음은커녕 '권위주의' 없이, 무리 없이 넘긴 문재인 대통령. 그러니 부디, '우려'는 접어 놓으시라. 비판의 칼날은 '잘못'이 보일 때 해도 충분하다. 일단 '이게 나랴냐'고 토로하게 만든 나라 꼴을 새 대통령 중심으로 신속하게 바로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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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