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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후보경선에 출마했던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추미애 의원과 함께 손을 들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문재인이 대통령 제19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후보경선에 출마했던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추미애 의원과 함께 손을 들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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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새로운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국민만 보고 바른길로 가겠습니다 위대한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지지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주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양쪽 가슴엔 세월호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오른쪽 가슴에 달린 리본은 단상에 오르기 전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털실로 짠 대형 리본을 달아준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3년, 우리는 가슴에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단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라 상상할 수 있었던가. '세월호 노란 리본'을 멀리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전직 대통령을 탄핵시킨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런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승리 소감으로 "국민만 보겠다"며 "통합 대통령"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 무대에서 보여준 첫 공식 석상에서의 행보는 신임 대통령의 '언행일치'를 예감케 했다. 단상 위에서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경선에 출마했던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와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이 나란히 선 것은 '배려'와 '통합'의 출발과도 같았다.

문 당선자는 이제 '여성' 여당 당 대표로 거듭나게 된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손도 번쩍 들어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감격스럽다"라고 말한 추미애 의원의 소감이 얼굴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추 대표는 "국민 통합의 시대, 사회 대개혁의 원년,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뚜벅뚜벅 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지지해 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또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은 "5년 동안 기다려 달라"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연출했다. 조금 늦게 광화문에 도착한 그는 연단에 올라 격한 '볼 뽀뽀'로 문 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했다. "안희정 지사 술 한 잔 드신 듯"과 같은 웃음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지만, 경선에서 2위를 했던 안 지사의 파격적인 축하를 받는 문 후보의 모습은 분명 이전 보수 정권과는 다른 소통하고 포용하는 새 대통령의 면모를 기대케 했다.

이를 예상이나 한 듯, 영국 BBC는 9일 밤 인터넷판 톱으로 "리버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기사를 내걸었다. 단언컨대, 당선자 축하 행사는 '정의'와 '소통'과 '국민 통합' 등 문재인 당선자가 내건 기치들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로 점철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투표 결과를 본 모든 유권자들이 이렇게 환호만 하고 희망만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청소년이 뽑은 1, 2위는 문재인과 심상정

1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1342만 3762표 (득표율 41.08%), 2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785만2843표(24.03%), 3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699만8323표 (21.41%),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220만8770표 (6.76%),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201만7457표 (6.17%).

10일 오전 5시께 확정된 19대 대선 최종 득표율이다. 그에 앞선 9일 오후 8시, 지상파 방송 3사가 출구 조사를 발표했다(이번 출구조사는 사전투표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최종 득표율에 거의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자 환호와 탄식이 교차됐다. 특히 소셜미디어상에서는 1위가 아닌 2위에 주목하는 모양새였다. 그 탄식은 단연 홍준표 후보로 향하고 있었다.

"어떻게 홍준표 같은 인물이... "라는 탄식부터 "약속하신 대로 제주도 앞바다에 뛰어 드시라"는 격한 반응까지 소셜미디어에서는 한때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안철수 후보를 홍준표 후보가 꺾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분위기였다. 즉각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졌지만, 뼈 있는 논평도 적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자가 최소한 35%는 나온다"던 과거 유시민 작가의 발언도 회자됐다.

가장 먼저,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을 두 배 이상 압도한 경북과 대구 지역에 대한 걱정이 쏟아졌다. 그 중 "대구에서 야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알아 달라"는 요지의 호소는 백미였다. 또 '제주도 앞바다'를 비롯해 선거 유세 내내 "좌파가 집권하면 강물에 뛰어들겠다"고 말한 홍 후보가 과연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킬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여성 유권자들의 격한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홍 후보는 유세 내내 '설거지 논란'과 '돼지 발정제 논란'을 비롯해 각종 여성 혐오 발언으로 타 후보들에게 사퇴 요구를 받았고,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전례 없는 비난을 산 바 있다. 한 마디로, "저런 후보가 2위를 차지하는 대선"에 대한 자괴감이랄까. 

심 후보 지지자들도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여론조사 공표 기간 직전,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를 상회했던 심 후보가 출구 조사에서는 5.9%나 6%대 초반의 득표율에 머물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유승민 후보에게도 뒤처진 것으로 발표되면서 실망과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출구 조사 발표 직후, 심상정 후보 캠프에 쏟아진 2억여 원의 후원금이 이러한 안타까움을 대변했다.

그 와중에, 소셜미디어상에서는 한 여론조사가 화제가 됐다.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운동본부'에서 내놓은 19대 대선 모의투표 예상 득표율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합쳐 5만1764명이 참여(참여율 75.91%)한 모의투표에서 문재인 후보가 39.6%로 1위, 심상정 후보가 37.42%로 2위를 차지했다.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청소년은 2.44%에 그쳤다.

이 결과를 두고,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맡겨도 될 것 같다", "청소년들이 더 잘 뽑는다"는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이를 두고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심상정이 완주했다는 것, 진보정당 대선후보 중 역대 최고 득표라는 것, 홍준표를 찍은 이들은 우리보다 살 날이 많지 않다는 것, 청소년들은 문재인과 심상정이 아주 근소한 차이의 1, 2위인 세상을 꿈꾼다는 것에 희망을 갖는다."

'통합의 리더십' 내건 대통령 문재인의 출발

역대 최다인 2위와 557만 표 차(종전은 10년 전 이명박 후보가 기록한 531만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 민주당 최초로 서울 '강남3구' 석권하고 서울 전지역 승리를 이끌어낸 대통령, 부산·경남과 호남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한 대통령,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득표수로 당선된 대통령. 문재인 당선자의 1342만 3762표는 이렇게 무수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러는 사이, 홍준표 후보는 "자유한국당이 복원된 것만으로 저는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짤막한 패배 승복 소감을 남겼다. 대선 이후 당 장악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던 예상에 딱 들어맞는 소감이 아닐 수 없었다. 더불어 홍준표 지지자들이 다수였을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은 폭풍 같은 회원 탈퇴와 게시물 삭제 소동을 벌이는 중이다. 이른바, '좌파' 대통령에 대한 공포때문일까.

그러지 마시라. '통합'과 '상식', '정의'를 내건 대통령의 첫 시작에 응원을 먼저 하는 것이 국민된 도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10일 오전 업무를 시작했고, 가장 먼저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국무총리에 내정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당선 전 '호남 인사'를 총리로 내세우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통합의 리더십', '원칙과 상식'을 강조한 '대통령 문재인'의 첫 출발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다. 또한, 유례없는 5자 구도를 끝까지 지켜내며 완주한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10일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가 새 대통령에게 전하는 충고를 대신 전한다. '통합' 대통령에게 드리는 충언이라 생각하시면 될 듯하다.

"중도가 이쪽 반 저쪽 반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늘 실패하기 마련이다. 중도는 두 길의 종합인, 완전히 새로운 제3의 길이다. 중도는 섞어찌개가 아니라 하나의 혁명이다. 그래서, 이상한 말 같지만, 중도는 좌파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좌파다."


태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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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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