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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정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안철수(국민의당),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자리로 향하는 대선후보 문재인(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정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안철수(국민의당),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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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만 촛불이 이뤄낸 조기 대선이다. 정확하게는, '대통령 보궐선거'가 맞지만, '장미 대선'도 그럴싸하지만, '조기 대선'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민의 힘으로 이뤄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이 만들어낸 국면이기에 '조기대선'이 합당한 표현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국민들의 '정의'에 대한 열망이 이룩해낸 19대 조기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 열망을 반영하듯,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는 26.06%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도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이 8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달성된다면, 80%를 상회하는 투표율은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 이후 처음이다.

팽팽한 5자 구도 역시 신선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이 '박근혜 vs. 문재인'이라는 박빙의 양자구도였던 만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1위 수성은 물론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득표 결과가 향후 정치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기 대선 국면은 '아래'로부터의 민심이 상당수 반영되고 관철됐다. 일례로, 여론조사가 반영된 일부 정당의 경선 룰에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참여 인원은 200만 명을 돌파하며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본격적인 유세 기간에도 이러한 '국민 참여'의 흐름은 대부분  후보들과 각 캠프의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조기 대선', '촛불 대선'의 이러한 흐름을 이끌어내고 방해(?)한 결정적인 장면들을 되짚어 봤다.  

TV토론에 대한 관심,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6차에 걸친 TV 토론회가 그 어느 때보다 영향력을 과시한 대선이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5명 중에 1명꼴로 "TV토론을 통해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보수와 진보의 양자대결이 아닌 5자 대결이 끝까지 진행되면서, 아직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6번에 걸친 TV 토론은 각 후보의 이미지와 정책을 고루 비교해 볼 수 있는 대선주자들의 검투장이었다.

'문재인 청문회'로 끝나는 줄 알았다. 초반 TV토론은 '대세론'을 경계하려는 듯,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네 명의 후보들은 "문 후보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특히 안보와 관련된 토론에서는 홍준표·유승민 후보에게 융단폭격을 맞기도 했다. '동성애 반대' 발언이 대표적이었다. 침착함과 유연함으로 승부한 문 후보는 초반 수비에 치중했고, 이후 갈수록 안철수 후보나 홍준표 후보에 대한 공세를 넓혀갔다. '고구마'라는 별명을 자랑(?)했던 문 후보는 기존 답답하고 모호하다는 평가를 뛰어넘어 4년 전 토론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이번 TV토론의 거부하고 싶은 즐거움(?)은 대부분 홍준표 후보로부터 파생됐다. 초반 '설거지 발언'과 '돼지 발정제' 논란으로 사과를 거듭한 홍 후보는 끊임없는 막말과 색깔론, 검증되지 않은 뉴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성귀족노조', '동성애', '종북'과 '주적' 등의 이슈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제기한 그의 거침없는 공격은 일부 보수층 유권자들에게는 '사이다' 같은 화법을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다. 논란만큼 지지층에 어필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TV 토론회의 승자로는 대부분 심상정 후보를 꼽고 있다. 미디어 노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심 후보는 화려한 토론실력과 소수자와 약자를 어루만지는 화법으로 진보정당 후보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1분 찬스'를 성 소수자에게 할애하고, 홍 후보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는 일침을 가한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야권 성향 유권자나 20대 층에서 특히 TV토론 심 후보로 마음을 정했다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편 "제가 MB 아바타냐", "제가 갑철수냐"와 같은 질문으로 파격적인 토론을 선보였던 안 후보는 각기 토론마다 스타일을 바꾸는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경제'와 '안보'에 치중했던 유 후보는 '바른정당 탈당' 사태 직후였던 마지막 토론에서 완주 의지를 밝히는 감동적인 마무리 발언으로 후원금을 10배로 늘리면서 보수 지지층을 확대하기도 했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지상파 3사가 중계하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는 세 번 모두 합계 시청률 30%를 넘겼고,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KBS가 단독으로 중계한 토론회도 26%를 상회했다. 이번 조기대선은 'TV 토론'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된 최초의 선거로 기록될 만하다.

소셜미디어, 유권자들이 직접 논란과 화제를 잡아내다

TV토론과 연계해 보면 명확해진다. 각 후보의 논란이 되는 발언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회자된다. 실시간 뉴스와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고, 이어 포털을 타고 뉴스가 계속 확대 재생산된다.

단순히 '투표 독려'와 '지지자 선거운동'을 넘어섰다. 소셜미디어는 어떤 이슈가 유권자들의 관심사인지, 또 어떤 후보의 어떤 발언이나 정책이 호감과 비호감인지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기능했다. 안철수 후보의 '병단설 유치원' 논란이나 홍준표 후보의 '돼지 발정제 논란',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논란이나 유승민 후보 딸의 성추행 사건 역시 비슷한 궤적을 밟았다.  

물론 부정 이슈만의 확대재생산이 전부가 아니었다. 후보들의 유세 현장이나 방송사의 현장 중계 역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됐고, 각 후보나 캠프 역시 실시간 인터뷰나 중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라이브 방송을 직접 진행한 안철수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실시간 반응들은 지지자들을 대선후보 유세현장으로 결집시키는데도 효과적이었다.

반면 기승을 부린 가짜뉴스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옥에 티로 꼽을 만하다. 주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창이나 단체 채팅방을 통해 대량으로 유포되는 이 가짜뉴스는 지난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더욱 정교해지고 대중화됐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각 언론들의 팩트체크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들이 내놓는 논평이나 해명에도 가짜뉴스성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기존 소셜미디어들은 사용자들의 체크와 대응으로 경계와 수정이 가능한 반면 채팅방에서 뿌려지는 가짜뉴스들은 무방비에 가까웠다. 향후 선관위의 철저한 (법적) 대응과 각 캠프 혹은 지지자들의 자정이 동시에 요구되는 대목이다.

TV토론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가짜뉴스까지. 이번 대선에서 주요한 매체로 활용된 플랫폼들은 '미디어 정치'로 쏠려가는 현대 정치의 일면을 확인시켜줬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기존 보수 신문과 지상파 방송같이 '어젠다 세팅' 기능을 담당했던 주요 매체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약화되는데도 일조했다.

특히나 안철수 후보의 '병단설 유치원' 논란이나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논란은 자신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공약과 가치를 사안과 관련된 유권자들이 직접 검증한 이례적인 장면이었고, 이러한 경향은 향후에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촛불시민들이 이뤄낸 조기 대선 이후 우리 국민들은 또 어떤 새로운 '참여'형 정치 환경을 맞닥뜨리게 될 것인가. 이번 조기 대선이 가져다준 즐거움이자 숙제라 할 만 하다.  


태그:#조기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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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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