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볼 두 가지를 들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두 가지, 바로 성조기와 십자가다. 이 두 가지 상징물만큼이나 미국을 대표하는 심볼은 '맥도널드'가 아닐까? 맥도널드에 얽힌 실화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제목은 <파운더 The Founder>.

 영화 <파운더> 포스터

영화 <파운더> 포스터 ⓒ (주)크리픽쳐스


영화를 보기 위해 독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시각이다. 하나는 영화가 의도하는 것으로추정되는 지극히 미국적인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매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영화 초반, 혁신이나 발명은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연속된다. 새롭고 유익한 가치는 무수한 시행착오의 반복으로 점철된 축적의 토대 위에 건설된다는 사실 말이다. 맥 맥도널드와 딕 맥도널드는 우애 좋은 형제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맥도널드'라는 혁신적인 레스토랑을 창업했다. 물론 곡절 없는 사업은 없다. 잠깐의 성공과 긴 실패의 순간을 겪지 않은 사업가는 없다.

1954년 고속도로 휴게소의 일반적인 레스토랑 풍경은 이렇다. 웨이츄리스는 주차된 차에 들어 앉은 드라이버들에게 음식이 담긴, 차창에 거치할 수 있는 쟁반을 운반한다. 주문에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30분. 주문한 음식의 일부가 제공되지 않아도 따지기 어렵다. 다시 3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래적 풍경을 바꾼 레스토랑이 '맥도널드'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라다 주는 종업원이 없기 때문에 손님이 직접 창구로 가서 햄버거와 음료를 주문한다. 지불과 거의 동시에 음식과 음료가 든 일회용 포장용기(봉투와 컵)를 받아들 수 있다. 아무데서나 까서 먹고 버리면 그만이다. 지금은 일상이 된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이것이 인스턴트 음식 탄생 실화다. 맥도널드 형제의 노력으로 이룬 결실은 여기까지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밀크셰이크 기계를 판매하던 52세의 어느 세일즈맨,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레이 크록의 등장은 생각할 거리를 잔뜩 내놓는다. 아내와 언쟁하는 장면으로부터 합리적 추론을 하자면 레이 크록은 여러 번의 사업실패를 경험한 야심만만한 사나이다. 맥도널드 형제를 만나서 레스토랑 투어를 한 뒤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시작한 사업은 승승장구한다.

규모가 커지면서 동업 관계의 맥도널드 형제와 레이 크록은 점점 서로를 힘겨워하게 된다. 맥도널드 형제는 레이크록의 사세확장 속도에 문제제기를 하고, 레이크록은 이 형제의 지나친 원칙주의를 답답해 한다. 가맹점 확대에 가속을 하는 레이 크록과 그 확대에 품질관리가 따라가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딕 맥도널드 사이의 갈등 말이다.

현실은 레이 크록의 손을 들어준다. 영화 속 카메라 앵글은 레이 크록을 변명하기 바쁘다. 사사건건 레이의 신규사업에 제동을 거는 재미없는 아내의 심드렁한 얼굴은 레이의 이혼결정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고, 맥과 딕 형제의 원칙에만 얽매이는 듯한 답답한 태도도 동업을 파기하는 레이의 반칙을 예쁘게 포장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침없는 대성공과 재혼으로 새로 얻은 예쁘고 활기찬 아내는 레이 크록에게 어울린다고, 과정이야 어쨌든 대단하지 않냐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식문화 패러다임을 바꿨고 전세계 인구의 100분의 1을 먹여 살리고 있는 맥도널드에 대한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지구상에 일어나는 일을 모두 살펴 세계의 폴리스가 되겠다는 팍스 아메리카나와 맥도널드 음식의 세계적 지배는 닮아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딕과 맥 형제가 추구한 것은 그들이 개발한 레스토랑과 시스템이 미국 가족들에게 의미있는 장소와 추억을 제공하는 정도로 그치기를 바랐지만 레이크록은 맥도널드를 이용해 끝도 없이 사세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과연 이것이 맥도널드가 프랜차이지의 무한 복제, 부동산사업, 우유가 빠진 밀크셰이크 등과 같은 휴머니즘이 생략된 비즈니스를 위한 비즈니스가 되어 버렸다는 비판을 감수할 만큼 가치있는 일이었을까?

영화 제목이 창업자라는 의미의 <파운더 The Founder>다. 맥도널드의 진정한 창업자는 레스토랑 시스템을 만들어 식문화 패러다임을 바꾼 맥과 딕 맥도널드 형제인가 아니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딕이 만든 맥도널드의 상징물인 황금아치를 전세계로 퍼뜨리면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인 레이 크록인가. 이 결정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영화를 보기 위해 두 가지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파운더> 감독 존 리 행콕, 수입 (주)크리픽쳐스, 개봉 2017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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