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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전술에선 성공하였으나 전략에선 실패하였다."

보수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조갑제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서 보수의 항복을 일찌감치 선언했다. 그는 지난 6일 '보수층의 성적표가 36시간 뒤에 나온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번 촛불 대선에서 보수가 패했음을 싱겁게 인정해버렸다.

그토록 보수층의 결집을 요구하며 '보수-중도 연대를 통한 반문 단일화'를 주창해 오던 그가 선거를 다 치르기도 전에 보수세력의 패배를 인정한 이유는 뭘까?

이번 대선 보수패배 일차적 원인, 헌법재판소 탓?

그는 일차적인 원인을 뜬금없게도 헌법재판소로 돌렸다. 조씨는 "3월10일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강제된 60일 선거는 보수세력으로부터 전열 수습과 반격의 시간을 박탈하였다"며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문재인 정권 등장의 1등 공신이자 대한민국의 법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고 간 책임자로 평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세력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선거 분위기를 헌법재판소가 만든 탓에 힘쓸 겨를조차 없었다는 논리다. 여전히 촛불 시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인정할 수 없다는 투다. 그러면서 그는 두 번째 패배원인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돌렸다.

그는 "보수-중도 연대에 기초한 반문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었지만 안철수 후보가 잘 나갈 때 연대 대상인 홍준표 후보를 적대 세력으로 규정, 기회의 창을 스스로 닫아버린 것이 이번 선거의 분수령이었다"고 개탄했다. 안철수 후보가 보수세력과의 연대를 걷어차면서 쪽박이 깨졌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그는 세 번째 패배 원인을 내부 탓으로 돌렸다. "보수 진영에서도 '보수만 단결하면 이긴다'면서 반문 단일화 필승론을 이념적 배신인 것처럼 매도하였다"는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태극기 시민들만큼만 싸웠더라도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여전히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반대 세력이 건재하기라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음을 인정한 꼴이다.

조갑제, "문재인 40%, 홍준표 25%, 안철수 20%" 예측

<조갑제닷컴>
 <조갑제닷컴>
ⓒ 조갑제닷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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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조갑제씨는 36시간 이후 투표결과까지 예측했다. "이대로 가면 2007년 대선 결과의 거꾸로 재판이 될 것 같다"는 그는 "문재인 후보가 40% 대 득표로 당선, 2등은 홍준표 후보가 25% 전후 득표, 안철수 후보는 20% 전후, 심상정 유승민 후보는 5~10% 득표"를 점쳤다.

과연 그렇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던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인정한 그는 다음 정권을 준비하는 듯한 비장함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의 보수는 앞으로 자신의 분수를 알고 실력에 맞는 목표와 전략을 세우되 자신감과 주체성을 놓지 않아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니 중도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늦은 감이 있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이왕 그렇게 할 일이라면 선거 전이나 선거 과정에서 했어야 했다.

말꼬리 흐리는 보수신문 사설들, '스핀닥터' 최후 역할 꼴불견

그러나 이보다 더 가관인 것은 선거를 하루 앞둔 보수신문의 사설 의제들이다. 여전히 스핀닥터(spin doctor: 선거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홍보 전문가를 의미)를 연상케 한다. 물론 선거 후를 대비하는 프레임도 지면에 묻어났다.

보수세력의 스핀닥터 역할을 자처하며 선봉에서 이를 수행해 온 보수신문들은 선거 마지막 투표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상대진영을 비틀어 보겠다는 의도를 사설에서 강하게 내비쳤다.

원래 스핀(Spin)은 '돌린다', '비튼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스핀닥터는 '유리한 사실은 부각하고 나쁜 사실은 숨기는 등 정보를 비틀어 여론을 원하는 대로 유리하게 이끄는 전문가'라는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주로 미국의 주요 선거철, 각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자를 스핀닥터로 일컫는데 우리나라에선 간혹 보수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대신하곤 한다.

<조선>, "정치보복·적폐청산 않겠다고 하더니 거리에선... "

<조선일보>는 선거 하루 전인 8일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말꼬리를 붙잡고 비틀었다. '문 후보 "보복 안 한다" 몇 시간 뒤엔 "청산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그런 의도가 읽힌다.

사설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그제 '저 문재인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없다'며 '다음 정부는 절대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문 후보는 같은 날 거리 유세에선 '청산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압도적으로 정권 교체해야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문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두려운 것일까?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문 후보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뜻을 밝히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은근슬쩍 의중을 떠보는 듯한 뉘앙스가 짙게 묻어났다.

"한동안 적폐청산을 대표 구호로 내걸었다가 지난 3월 출마 선언문에는 '적폐청산'과 관련된 단어는 어떤 것도 포함하지 않았다"는 사설은 그동안 틈만 나면 "표만 얻으려 혈안이 돼 있다"는 표현과는 다르게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동아>, "문, 집권할 경우 자발적으로 아들문제 설명을..."

이날 <동아일보>는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의혹을 사설에서 거론했다. '선거과정 해소 안 된 문 아들 특혜의혹'이란 제목에서다.

사설은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는 아들 의혹에 대해 지난 대선 때 이미 걸러진 것이라고 해왔다"며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준용씨 문제가 거론된 것은 맞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다른 이슈에 파묻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문 후보가 집권할 것에 대비한 대선 이후까지 챙겼다. 사설은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이 문제는 그냥 지나갈 공산이 크다"며 "문 후보 측은 집권할 경우 자발적으로 아들 문제를 성의 있게 설명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화>, "구국의 심정으로 투표 참여를?"

선거를 하루 앞두고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보수 표심의 결집을 요구했다. '아직 떠도는 보수 표심, 국가 미래 위해 결단할 때다'란 제목의 사설에서다. 사설은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탄핵' 이후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야당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선거임에는 틀림없다"고 운을 뗐다.

사설은 그런 뒤 "그러나 민심을 보면, 과거 심판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했다. 말미에선 "구국의 심정으로 생각하고, 사표 심리를 버리고 모두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라며 보수의 결집을 간접적으로 호소했다.

보수세력의 스핀닥터임을 마지막까지 자처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지만, 선거 초·중반 기세와 다르게 말끝이 흐릿하기만 하다. 조갑제씨의 지적대로 '이제는 선거 후를 대비하자'는 내부 의견 때문인지 논점이 흔들리는 양태를 보인다. 그동안 권력의 하이에나 또는 카멜레온 언론이라는 소릴 들어 온 이유를 새삼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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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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