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2시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EPL 36라운드 경기에서 아스널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격파했다. 승리한 아스널(6위)은 승점 63점이 되며 65점의 맨유(5위)를 턱 밑까지 추격했고, 패배한 맨유는 25경기 동안 이어진 무패행진을 마감했다.

# 벵거, 스리백을 꺼내들다

 아스널의 선발 라인업

아스널의 선발 라인업 ⓒ SPOTV 영상 캡쳐


경기 시작 전 공개된 라인업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아스널의 벵거감독이 다시 한 번 스리백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불과 일주일 전, 아스널은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스리백으로 경기에 나섰다가 0대2 완패를 당했다. 당시 벵거는 첼시와 토트넘을 비롯해 스리백 전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팀들과 비교해서 전혀 인상적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조직력 붕괴를 야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승리가 절실했던 벵거는 이전과는 다른 변칙적인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3-4-2-1 포메이션을 그대로 하되, 선수단에 변화를 줬다. 몬레알-코시엘니-홀딩을 스리백의 중심으로 투입했고, 깁스와 체임벌린을 좌우 윙백으로 기용했다. 중앙 진영에서부터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맨유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웰백과 산체스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맨유의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겠다는 벵거의 의도였다.

# 벵거의 '신의 한 수', 의미있는 승리

 좌우 윙백들이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침투하며 맨유의 측면을 허물었다.

좌우 윙백들이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침투하며 맨유의 측면을 허물었다. ⓒ SPOTV 영상 캡쳐


지난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에게 0대2 완패를 당했던 때와는 분명 다른 경기력이었다. 공격 시 미드필더 진영에서의 수적 우위와 빠른 스피드를 통해 맨유의 좌우 측면을 허물며 공격 찬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다. 벵거가 꺼내든 '신의 한 수'는 그대로 적중했다.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풀어가던 아스날은 후반 9분, 후반 12분 샤카와 웰백의 연속골이 터지며 맨유를 2대0으로 격파했다.

벵거의 '회심의 스리백'은 무리뉴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결국 경기를 아스널의 승리로 이끌었다.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내며 UCL 진출권이 걸려있는 4위권 진입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벵거 개인에게 의미 있는 승리였다. 벵거는 그동안 무리뉴에게 통산 1승 7무 8패로 리그에서는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하며 매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유일한 1승이 2015년 8월에 열렸던 커뮤니티 실드에서의 승리였다. 오죽하면 "벵거의 '천적'은 무리뉴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이번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면서 벵거는 그러한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게 되었다.'

# 스리백 전술에서 가장 빛났던 체임벌린

 체임벌린의 히트맵. 맨유의 측면을 활발하게 휘젓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창출했다.

체임벌린의 히트맵. 맨유의 측면을 활발하게 휘젓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창출했다. ⓒ 후스코어드 닷컴


맨유의 25경기 무패행진을 저지시킨 아스널의 1등 공신은 바로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었다. 벵거의 스리백 체제에서 우측면을 맡은 체임벌린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맨유의 측면을 허물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었다. 어떻게 보면 기존 포백 형태에서의 헥토르 베예린 보다 더 나은 단단함을 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베예린 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좀 더 파워풀하고 볼 소유 시 상대에게 밀리지 않는 체임벌린의 장점을 이번 경기에서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웰백의 헤딩 추가골 상황에서 수비가 달라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볼을 쉽게 뺏기지 않고 정확하게 크로스를 연결한 모습은 체임벌린의 '클라스'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최근 오른쪽 측면 윙백으로 자주 경기에 나서며 팀 승리에 공헌을 한 체임벌린은 이번 맨유전을 계기로 벵거의 신임을 더욱 얻을 것 같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스널 맨유 벵거 스리백 채임벌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