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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이 된 큰 아이의 첫 번째 꿈은 '헬리콥터'였다. 모든 사물과 대화가 가능했던 꼬꼬마 시절, 거대한 프로펠러를 돌리며 하늘을 날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헬리콥터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다섯살 무렵이 되면서는 사물에서 사람으로 바뀌었다. 헬리콥터 대신 그 헬리콥터를 움직이는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도 잠시, 곧 헬리콥터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그 뒤로도 아이의 꿈은 참 여러번 바뀌었다.

아이의 꿈은 요즘도 수시로 바뀐다. 호기심 가는 대로, 재미를 느끼는 대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으로 자기가 만든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듯, 꿈은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모양으로 변주되거나 진화하기도 한다.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다려주는 것이다. 마음껏 경험하고 마음껏 생각하고 마음껏 부딪치고 마음껏 넘어지더라도 믿고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꿈의 학교'에서 불안감을 떨쳐내다

<날아라 꿈의학교> 표지 .
▲ <날아라 꿈의학교> 표지 .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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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기다려주고 학교는 장을 열어 나침반이 되어주며 사회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아이는 성숙한 인격체로서 성장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부모와 학교, 사회라는 세 축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교육 현실은 엄마인 나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한다. 끝까지 지켜봐줄 수 있을까. 끝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까. 현실에 타협하고 흔들려서 인내심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보며 드는 가장 큰 걱정이다.

이런 불안함의 기저에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과연 꿈을 가꾸는 학교인지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다. 

학교는 아이들의 꿈을 틔우고 키우고 가꾸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대신, 더 좋은 직장에 필요한 인재가 되라고 강요한다. 꿈이 '직업' 선택으로 제한되는 순간 상상력은 박제되고 경쟁이라는 올가미에 포획된다.

물고 태어난 수저 색깔로 계급화되고 대학 간판과 연봉 순으로 서열화 된 세상에서 학교는 아이들의 꿈을 가꾸는 대신 획일화하는 것으로 비인간적인 시스템에 봉사한다. 대한민국 학교의 현실은 아이들의 꿈과 굉장히 거리가 멀다.

<날아라 꿈의 학교>(저자 이민선)는 학교 밖 학교에서 꿈을 만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꿈의학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배움이 일어나는 곳 어디든 학교로 만든다(마을이 있기에 가능하다).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고 커리큘럼을 짜고 운영하는 학교다(교사는 길잡이일 뿐이다). '꿈의학교'는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해 온 교육 프로젝트로 경기도 전역에서 운영 중인 463개의 학교 밖 학교를 말한다. 

초등학교 아들딸을 둔 저자는 경기도 '꿈의학교'를 취재하면서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조급증을 다스릴 수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 잘할 때까지, 스스로 꿈을 찾을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학생 스스로의 정신'이 빛나는 꿈의 학교를 취재하면서 '어른이, 부모가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10쪽) 적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꿈의학교는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와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다.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의 운영 주체는 학생이다. 학생이 교장도 하고 교감도 하고 교사도 한다. 어른은 '꿈지기'라는 학교 운영 도우미로 참여할 뿐이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내용(과목, 분야 등)을 결정하고 커리큘럼(교육과정)을 직접 짠다는 게 특징이다.

어른이 운영 주체인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를 1년간 운영하며 얻은 자신감으로, 2016년부터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학교의 바탕에는 학생들이 직접 누군가를 가르쳐보기도 해야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이 그동안 청소년들에게서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빼앗아왔다는 반성도 녹아 있다."(111쪽)

학생 스스로 만들고 성장하는 변화 

'꿈의학교'는 축구, 자전거, 연극, 영화제작, 역사, 봉사, 여행, 사진, 수상스포츠, 마을축제, 생태환경, 과학, 미디어, 평화실천, 승마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학교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배움이 일어나는 모든 분야와 모든 곳을 학교 삼아 교육 과정을 꾸려나간다. '꿈의학교'는 학생 스스로 주인되는 학교이면서 '마을 속 학교'라는 마을교육공동체의 가치를 잘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꿈의학교의 매력은 학생 스스로의 정신을 강조하며 실패해도 응원하고 박수쳐주는 교육철학에 있다. 아이들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은 한 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다. 꿈을 찾는 과정 자체가 미지의 여행이다. 다양한 부딪침의 과정에서 겪는 성취와 실패가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스스로 제 길을 찾아 나간다.     

"자신감은 실패를 극복했을 때 얻어진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실패를 극복하라'고 하기보다는 '실패하지 말라'고 강요해온 게 사실이다. 실패는 곧 낙오였으니 아예 실패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꿈의 해오름 자전거학교는 실수나 실패를 허용하는 곳이다. 실패도 좋으니 한번 도전해보라고 등을 떠밀어주기까지 한다.

여기에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독특한 철학이 더해져 행복한 꿈의학교로 거듭나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 이 꿈틀거림이 공교육,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러 꿈의학교를 취재하면서 나도 모르게 갖게 된 확신이다. 행복한 학교,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방법을 깨우쳐주는 꿈의학교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244~245쪽)

학교 제도를 아예 뛰어넘어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대다수 아이들은 공교육의 틀 안에서 아동기, 청소년기를 보낸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개혁과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공교육 바깥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대안교육적 시도들도 공교육 혁신을 이끌어내는 나침반 구실을 해야 우리 교육 전체가 바뀌어나갈 수 있다.

꿈의학교 모델이 경기도라는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전국에 수백, 수천개의 꿈의학교가 생겨나고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꿈의학교가 보여준 희망의 근거들이 공교육에도 수용되어 '학생 스스로 정신'이 우리 교육철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날아라 꿈의학교>(이민선 지음 / 오마이북 펴냄 / 2017.4 / 14,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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