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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으로 옮겨지는 관외 투표지 사전투표 1일차 지역 선관위에서 우체국으로 옮겨지는 관외 투표지가 윗부분이 개방된 플라스틱 바구니에 닮겨 우체국 차량에 적재되고 있다.
▲ 우체국으로 옮겨지는 관외 투표지 사전투표 1일차 지역 선관위에서 우체국으로 옮겨지는 관외 투표지가 윗부분이 개방된 플라스틱 바구니에 닮겨 우체국 차량에 적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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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은 개인의 삶을 피곤하게 하지만, 맹신은 공동체를 위태롭게 한다. 의심과 감시는 때때로 개인의 인간관계를 훼손하는 부정적 태도가 되지만, 민주공화국에서는 시스템의 근간을 유지하는 제일의 미덕이다.

오늘은 사전 투표 둘째 날이다. 이날은 26.06%라는 사상 최대의 사전 투표율을 기록한 날로서 탄핵 정국 이후 정치 혁신과 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명백히 드러난 날이다. 이날도 나는 지역 선관위에서 투표함 이송 과정을 참관했다. 어제 참관으로 사전 투표 과정의 허점을 발견했는데, 오늘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참관 전에는 지인들에게 사전투표를 독려했는데 이제는 "과연 계속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것이 맞는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거소투표, 재외국민 투표, 관외 투표지 관리에는 적잖은 허점이 눈에 띄었다.

1. 18:30가 지나 관내 각 투표소에서 투표함들이 지역 선관위로 모여들던 시점, 우체국 직원들이 우편물이 담긴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선관위 안으로 들어선다. 내가 그 박스들을 향해 동영상 촬영을 시작하자, 선관위 관계자가 친절하게 설명한다. "지금 들어오는 박스들은 거소투표자와 재외국민 투표지로서 우리구에 주소를 둔 분들의 투표지입니다." 거소투표자는 군인·경찰이나 병원·요양소·교도소·구치소에 머무는 이들로, 주소지에서 투표할 수 없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현재 머무는 곳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한다. 거소투표자와 재외국민은 사전 투표일 이전에 이미 투표를 실시했는데, 그 투표지가 관내 우체국에 보관되어 있다가 오늘 선관위로 배송된 것이다.

문제는 해당 투표지를 담은 용기였다. 통상 우편물을 담을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에 언제든 개봉이 가능한 뚜껑이 덮여 있었다. 어떤 박스는 뚜껑이 조금 열려 있어 안의 투표지들이 맨눈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 상태라면, 누가 투표함을 열어 어떤 조작을 감행하고 닫아도 봉인되지 않아 표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이 투표지들은 관내 투표함이 보관된 곳이 아닌 2층에 마련된 별도 보관 장소로 옮겨진다. 그곳에는 선관위 관계자만이 있고, 정당이나 시민 단체 참관인은 없다. 봉인되지 않은 용기에 담긴 투표지 20여 박스가 옮겨지는데, 감시하는 눈이 없다. 거소투표자와 재외국민 투표지가 보관되는 2층 보관소 내부 구조는 시민들에게 사전 공개되지 않았다. 창문은 어디로 나 있고, 투표함 보관은 어떻게 이뤄지고 문의 잠금장치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거소투표자와 재외국민 투표지들은 개봉이 가능한 용기에 담긴 채 2층 보관소에서 네 번의 밤을 보낸다. 나는 현장 책임자에게 질문했다. "거소자 투표하고 재외국민 투표함을 2층에 보관하시잖아요. 그곳 봉인할 때도 참관인들 서명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나요?" 현장 책임자가 답했다. "아니요. 저희 (선관위) 위원님들하고 같이 합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우편(함)이 개봉되어 있고 해서 위험하지 않을까요?" 돌아온 답은 이랬다.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책임지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관위 담당자의 말은 자기들이 위탁받은 권한과 책임을 믿어달라는 말이었다. 내 생각에 민주주의 절차의 꽃인 선거 관리 과정에서 "믿어 달라."는 부탁은 어울리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물을 수 있다. "당신은 진정 선관위나 어떤 이들이 부정 선거를 저지르려는 의도를 지녔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이 질문에 답할 마음이 없다. 나는 누군가의 "의도"에는 관심이 없다. 누군가 그런 의도를 가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적 절차에서는 누군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독심술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 의도를 파악할 필요 없이 전 과정을 투명하고 접근할 수 있게 진행하면 된다. 내가 보기에 거소투표지와 재외국민 투표지가 다뤄지고 보관되는 과정에는 너무나도 많은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허점이 존재한다.

하역되는 거소투표와 재외국민 투표지 거소투표지와 재외국민 투표지가 지역 선관위에 우편으로 배송되고 있다. 봉인되지 않은 함에 담겨 언제든 개폐가 가능한 형태로 시민단체와 정당 참관인의 참관이 이뤄지지 않는 2층 별도의 보관실로 옮겨지고 있다. 2층 보관실 봉인 때도 정당 참관인의 확인 절차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하역되는 거소투표와 재외국민 투표지 거소투표지와 재외국민 투표지가 지역 선관위에 우편으로 배송되고 있다. 봉인되지 않은 함에 담겨 언제든 개폐가 가능한 형태로 시민단체와 정당 참관인의 참관이 이뤄지지 않는 2층 별도의 보관실로 옮겨지고 있다. 2층 보관실 봉인 때도 정당 참관인의 확인 절차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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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투표함이 모두 도착하고 관내 투표함 보관소가 봉인된다. 관외 투표지는 그 개수가 확인된 후 우체국으로 이송된다. 우리는 투표지를 이송하는 우체국 차량 뒤를 쫓았다. 경찰관 2명이 경찰차 1대로 이송을 호위한다. 지역 우체국에 도착하니 우체국 직원들이 관외 투표함 박스를 하역한다. 박스를 내리는 동안 나는 경찰관에게 물었다. "투표지가 우체국에 보관되면 경찰관님들이 우체국을 순찰하시면서 지켜주시나요?" 경찰관이 답한다. "아닙니다. 하역이 끝나면 저희는 돌아갑니다."

투표지가 29박스가 우체국 사무실로 모인다. 이곳에서 종이박스를 개봉하고 스캐닝을 통해 등기번호를 전산 인식하기 시작한다. 우체국 직원들이 경찰관에게 "수고하셨습니다." 하니 경찰관도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나는 우체국 직원에게 질문한다. "투표지 스캔을 하시고 사무실에 보관하시나요?" 직원이 답한다. "아니요. 동서울 집중국이라고 거기로 가요. 거기서 기계로 돌려서…" 나는 더 묻는다. "내일은 주말이고 휴일이고 해서 작업이 안 되겠네요? 월요일이나 옮기시겠군요?" "그렇죠. 일단 집중국으로 갑니다." "오늘 밤에 이동합니까?" "예. 예. 오늘 밤에…"

관외 투표지는 선관위 건물을 나서는 순간 우체국의 관리하에 들어간다. 경찰은 우체국까지만 투표지의 이송을 돕는다. 우체국에서 투표지를 스캔한 후 집중국으로 보내지는데, 이때는 경찰의 호송도 받지 않는다. 투표지는 단순 우편물이 된다. 집중국에서 기계로 분류한 후 투표지는 각 해당 관내 선관위로 우송된다. 이처럼 투표소 지역 선관위에서 나온 관외 투표지들은 정당, 시민사회의 어느 감시망에도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여타의 우편물들이 가는 길을 따라간다. 그리고 해당 지역 우체국에 모인 투표지는 특별히 봉인되지 않은 함에 담겨 해당 지역 선관위로 옮겨진다.

우체국으로 이송된 관외 투표지 지역 선관위를 떠난 관외 투표지가 지역 우체국으로 이송되었다. 경찰을 이송 과정에만 호위하고 우체국으로 도착한 뒤에는 순찰 및 경계에 임하지 않는다. 이 순간부터 관외 투표지는 우편물이 된다. 지역 우체국에서 스캔 등록을 마친 투표지는 지역 집중국으로 보내지고 이후 각 지역 선관위로 배송된다.
▲ 우체국으로 이송된 관외 투표지 지역 선관위를 떠난 관외 투표지가 지역 우체국으로 이송되었다. 경찰을 이송 과정에만 호위하고 우체국으로 도착한 뒤에는 순찰 및 경계에 임하지 않는다. 이 순간부터 관외 투표지는 우편물이 된다. 지역 우체국에서 스캔 등록을 마친 투표지는 지역 집중국으로 보내지고 이후 각 지역 선관위로 배송된다.
ⓒ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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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관위 관계자를 비롯해 선거 관리에 임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귀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위의 보고를 통해 어떤 형태의 선거 부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확증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선거 부정에 대한 그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선거 관리 절차에서 주권자들의 눈에서 투표지가 사라지는 순간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있어서 투표부터 개표까지 모든 과정은 주권자들의 눈을 떠나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을 때 비과학적인 '의도'를 따지게 되고, 갈등만 증폭시키는 '독심술'을 부려야 하는 소모적 상황이 연출된다.

우리는 시민들의 의심을 단순한 음모론이나 과대망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깜깜이 선거, 피아노 선거, 투표함 바꿔치기, 선관위 디도스 공격, 국정원 선거 개입,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투표지 분류기 의혹까지. 더는 국민은 피곤해지고 싶지 않다. 새 정권에서는 사전투표와 개표 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작업이 착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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