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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내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선 기획 '100인의 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은 '열린 기획'으로 시민기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차기 정권에 하고 싶은 말, 바라는 바에 대해 적어 기사로 보내주세요.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넘어 '이게 나라다'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여러분과 함께 열어나가겠습니다. [편집자말]

촛불이 만들어낸 장미대선에서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대통령은 누구일까? 모두 각자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살펴보고 그 조건에 맞는 후보를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겠지만, 나는 그 나라의 가장 가난하고 아픈 국민들의 뜻과 소리에 귀를 귀울이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가난한 국민들에게 인간으로서 품위있는 삶을 보장하려고 노력했는가? 경쟁적으로 복지정책을 내놓았던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후 쪽방촌을 찾아 국민행복시대를 열고 병원비 걱정 없는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4년 동안 가난한 이들을 위해 한 것이라고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복지수급권자를 부정수급권자로 낙인찍고 수급권에서 탈락시키는 색출 작전 뿐이었다. 재정안정화라는 이유로 가난하고 아픈 국민들이 받고 있던 의료급여도 계속 제한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정부가 '클린복지'라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동안 가난한 국민을 위한 안전망은 파괴되고 복지사각지대는 넓어졌으며, 복지수급권자가 되는 것은 권리가 아닌 가난이라는 낙인 뿐이었다.

가난하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라는 대한민국

송파 세모녀 사건은 우연히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이 아니었다. 세모녀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가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포기해야만 하는 가난한 국민들이 있었고, 송파 세모녀 사건은 이들에게 국가가 얼마나 야만적인 존재인지를 세상에 알려준 일이었다.

한국의 빈곤층은 최저생계비 이하 차상위계층을 포함하며 700만 명 정도로 국민 전체의 15%가 빈곤층에 해당된다. 그러나 빈곤층을 위한 제대로 된 복지안전망이 없어 죽어서라도 가난을 끝장내려는 이들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난한데 아프기까지 하다면 더욱 더 비참하게 삶을 살다가 마감할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던 60대 아버지가 비정규직 딸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며 요양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장애아들을 둔 신문배달을 하던 아버지가 본인의 부양의무 때문에 아들이 의료급여 수급권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사회복지사에게 아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였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가? 한국의 의료보장제도는 사회보험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과 가난한 국민들을 위한 공공부조제도인 의료급여로 운영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보장성이 너무 낮고, 근로능력평가나 부양의무자 기준 등 어렵고 까다롭게 의료급여를 받았다 하더라도 비급여 등으로 본인부담이 너무 높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 건강보험을 6회 이상 내지 못해 급여를 받지 못해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의료사각지대가 400만 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이 생계형 체납자이지만 이들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그 어떤 제도도 없다. 가난하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라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보장의 현실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아프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꼭 해야 할 일

토론에 앞서 포즈 취한 대선후보들 문재인(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홍준표(자유한국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안철수(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시작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 토론에 앞서 포즈 취한 대선후보들 문재인(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홍준표(자유한국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안철수(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시작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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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를 통해 의료급여를 확대해야 한다.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2015년 7월 1일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 보장 방식이 기존 통합급여에서 '맞춤형 급여' 방식으로 개편되었다. 맞춤형 급여의 핵심은 기존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을 모두 보장하는 대신 중위소득이라는 상대빈곤선 개념을 도입하여 각 급여별 급여기준을 차등화하여 대상을 선정한다.

그러나, 700만 명이 넘는 빈곤층 중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권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117만 명이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전국민의 3%인 150만 명 정도이니 부양의무가 있더라도 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있으면 수급권을 보장해야 한다.

다섯 후보들 모두 부양의무제 폐지 및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수급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수급권이 지원될 수 있도록 부양의무제 완전폐지와 구체적 실행계획이 내놓아야 한다.

또, 근로능력판정 기준도 폐지해야 한다. 근로능력판정은 '장애등급평가기준'을 그대로 도입, 복지담당자가 자의적 해석으로 근로능력을 평가하여 정부의 '일하는 복지' 기조에 따라 수급권을 박탈하는 기준으로 악용되고 있다.

두 번째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400만 명, 거대한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건강보험을 6회 미납하면 급여가 정지되어 의료이용시 모든 비용을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물론 돈이 많으면 그렇게 병원이용을 할 수 있겠지만, 건강보험체납자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계형 체납자이다.

그리고, 이미 장기적인 빈곤상태로 인해 이미 국가가 지불능력이 없음을 증명해준 기초생활수급자도 의료이용 제한과 함께 차별적인 행정조치도 함께 받고 있다. 통장압류 및 동산압류, 병원이용 시 부당이득금 환수, 연체료 부과 등 사회보험을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적 낙인과 함께 차별적 조처를 당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 인턴을 하다가 급여통장 압류로 정규직이 취소되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청년 구직자의 사연과 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아동보호기관으로 탈출한 10살 아동이 건강보험 체납독촉 고지서를 받았던 사연이 있었다. 단순히 급여정지로 인해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는 피해가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국가기관이 오히려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잔인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의료이용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고, 이들을 구제할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대선 후보 중 체납보험료 문제해결 및 체납보험료 탕감을 약속한 후보들이 있다. 꼭 지켜주길 바란다.

우리 사회에서 가난은 불평등의 척도이자 사회적으로 그 차별과 낙인의 뿌리가 깊다. 가난한 국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 뿌리 깊은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층건강권사업팀 활동가 입니다. 우리 사회의 빈곤층과 소수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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