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금요일 저녁 7시, 춘천 후평동의 한 상가건물에 선생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춘천에서 오는 이도 있지만, 강릉에서 양구에서 경기도 남양주에서 오는 이도 있다. 바로 '산울림학교' 선생님들이다.

한번 모이면 회의 3-4시간은 보통이다. 공부하고, 토론하고, 어느새 시곗바늘은 자정을 가리킨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모이고 회의하는 것일까? 여름방학에 있을 산울림학교 준비를 위해 서다. 산울림학교는 어떤 곳일까?

<산울림학교>는 '모색21' 대안교육단체가 운영하는 계절형 대안학교의 이름이다. 이들은 매월 2회씩 춘천 후평동의 '그림방'에 모여 <산울림학교>운영에 대한 논의를 한다.
▲ <산울림학교> 선생님들 <산울림학교>는 '모색21' 대안교육단체가 운영하는 계절형 대안학교의 이름이다. 이들은 매월 2회씩 춘천 후평동의 '그림방'에 모여 <산울림학교>운영에 대한 논의를 한다.
ⓒ 산울림학교

관련사진보기


창조적 교육 실천을 위한 모임 '모색21'

2001년 강원도 내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고자 하는 사회 각 층의 사람들, 특히 강원대 교육학과와 춘천교대 학생들이 '모색21'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그간 춘천지역 내 대안 고등학교 설립추진, 대안 교육 포럼, 계절형 대안학교인 산울림학교 등을 진행해 왔다.

현실적 문제로 대안 고등학교의 설립은 무산되었지만, 강원도 내 다양한 교육 주체들(전인학교, 다인학교, 참꽃학교, 태백대안교육연대 등)과 함께 대안 교육 저변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고, 현재는 계절형 대안학교(여름·겨울방학에 3박 4일로 운영)인 산울림학교에 집중하고 있다.

<산울림학교> 김아영 교장선생님은 청년들을 만나며, 
교육에 본질을 회복해 가는 동료들을 모으고, 격려해 왔다.  
선생님들은 대개 김아영 선생님의 '그림방'에 모여 회의를 한다. 
십 수 년 이들과 묵묵히 이들과 함께 하며 즐겁게 이 길을 걸어왔다.
▲ <산울림학교> 김아영 교장선생님 <산울림학교> 김아영 교장선생님은 청년들을 만나며, 교육에 본질을 회복해 가는 동료들을 모으고, 격려해 왔다. 선생님들은 대개 김아영 선생님의 '그림방'에 모여 회의를 한다. 십 수 년 이들과 묵묵히 이들과 함께 하며 즐겁게 이 길을 걸어왔다.
ⓒ 산울림학교

관련사진보기


새 길을 걷는 교육공동체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이 '공교육에 새 길을 내는 것'이라 믿으며(실제로 반영되는 것을 보며), 2010년에는 새로운 10년 힘써야 할 바를 정했다고 한다. 지금 이 시대는 인간 감성 상실, 이기주의 일반화, 정신의 나약함, 더불어 살 수 없는 사람을 만드는 시대이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신적 강인함을 갖추고, 사람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생명 감수성을 지닌 사람을 키워가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았다. 

<산울림학교>의 철학은 ‘자유로움’과 ‘관계’이다. 아이들의 몸, 생각, 정신, 마음이 구속받거나 길들여지지 않고, 아이들 고유의 창조성이 꽃피도록 돕고, 자연과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잘 배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
▲ <산울림학교> 철학 ''자유로움'과 '관계' <산울림학교>의 철학은 ‘자유로움’과 ‘관계’이다. 아이들의 몸, 생각, 정신, 마음이 구속받거나 길들여지지 않고, 아이들 고유의 창조성이 꽃피도록 돕고, 자연과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잘 배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
ⓒ 산울림학교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산울림학교>의 철학은 '자유로움'과 '관계'이다. 아이들의 몸, 생각, 정신, 마음이 구속받거나 길들여지지 않고, 아이들 고유의 창조성이 꽃피도록 돕고, 자연과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잘 배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 

이런 목적 속에 모인 이들. 긴 시간 회의가 지겨울 틈이 없다. 우리 교육을 새롭게, 우리 삶을 새롭게 만들어 가기 위한 모색과 실천이 오히려 이들의 열정을 타오르게 한다. 산울림의 정수 혹은 알짜는 여기에 있다. 자칫 티격태격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회의와 토론은 전원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20대부터 40대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열변을 토하고, 설득과 강요가 난무하며 거침이 없이 진행된다.

선생님들에게 <산울림학교>란?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다른 것 보다 내 인생을 잘 살 수 있을까 탐색하게 만드는 곳이 산울림 학교에요." - 강철(인제 남초)

"산울림학교는 공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행위들이 과연 교육적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곳이에요.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지요. 사탕을 주면서 단기적 통제에만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마음을 내기까지 기다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곳이에요."  - 박지연(홍천 반곡초)

"고민, 새로움을 찾아내고, 후배들을 보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당근과 채찍 같은 곳이죠." - 반원호(홍천 구송초)

"혼자 하기 힘든 교육적 실천을 같이하는 곳이에요." - 정두용(강릉 동명초)


여름과 겨울에 있는 <산울림학교>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각자 관심 주제를 공부해 오고,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모아 <주제>를 도출해 낸다. 지난겨울에는 '선택'이라는 주제를 정했는데, 연극, 영화, 프로젝트 등의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 후에야 '선택'이란 주제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주제를 정하고도 교육과정을 짚어보면서 ‘이렇게 하는 게 덜 불편하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더 의미있고, 그걸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다듬어 가요._반원호(홍천 구송초)
▲ <산울림학교> 공동체 놀이 주제를 정하고도 교육과정을 짚어보면서 ‘이렇게 하는 게 덜 불편하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더 의미있고, 그걸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다듬어 가요._반원호(홍천 구송초)
ⓒ 산울림학교

관련사진보기


"주제를 정하고도 교육과정을 짚어보면서 '이렇게 하는 게 덜 불편하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더 의미 있고, 그걸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다듬어 가요. 공부하고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중요하기에 음식들에 대해서도 안전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요. 마라톤 토론은 산울림학교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계속 이어집니다." - 반원호(홍천 구송초)

이렇게 매달 2차례, 3~4시간씩 모인다. 지난번에 반응이 좋았던 것, 재밌었던 것을 또 해보자!라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지만, 선생님들은 늘 다른 주제, 다른 활동을 찾아 고민한다. 산울림은 늘 고여있지 않고 흘러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금요일마다 회의뿐만 아니라 꼼꼼한 준비과정, 산울림 학생들이 잠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회의까지 선생님들의 열정에 많이 놀랐어요. 제 생각에는 때로는 '그냥' 놀았으면 할 때도 있는데, 모든 활동에 교육적인 의미를 많이 담으려 하는 것 같았어요." - 서유정(대학생)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산울림 교사가 되어 다시 오겠다는 꿈을 꾸었던 20살 서유정(산울림학교 12기~16기에 학생으로 참여) 선생님이 지난겨울 산울림학교를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 경험 속에 나온 고백이다.

산울림학교를 함께 하며,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산울림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수시로 함께 놀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공교육 현장에서도 쉬는 시간 또는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 이예은(양구 원통초)

"중학교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정말 너무 어려 보인다고 하세요. 또 유치원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7살 또래 학생들은 아주 어른스럽다고 하시고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어른스럽게, 또 너무 유치하게 바라보지 않고,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 윤학용(양구 용하초)

"아이들과 관계 맺는 방법도 배우고, 아이들 성장에 조바심내지 않고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 정은호(남양주 장내초)


함께 실천하고, 성장하는 교육공동체

가끔 모두의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도 하고, 벽을 만나 멍해지기도 한다. 조용한 가운데 한숨도 나오고, 아무 말이나 막 던져보기도 하면서, 남는 것. 또 계획한 대로 실천하고, 돌아보면서 중요한 열매는 다름 아닌 이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것, 생각이 커져가는 것, 서로의 열정을 확인하는 것, 그 속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 그래서 혼자가 아닌 '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오래 보다 보니까 서로에 대한 믿음 속에서 기운이 좋은 사람을 밀어주게 되요. 누가 나서고 드러나고 함이 없이 어떤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나설 이가 결정되고, 서로 밀어줘요." - 정두용(강릉 동명초)

3박 4일로 진행되는 <산울림학교>는 총학생 수 32명을 넘기지 않고, 교사 1명당 4명을 넘지 않는 것을 운영 상 중요한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원이 많아 질 경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산울림학교> 모둠 활동 3박 4일로 진행되는 <산울림학교>는 총학생 수 32명을 넘기지 않고, 교사 1명당 4명을 넘지 않는 것을 운영 상 중요한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원이 많아 질 경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산울림학교

관련사진보기


"다른 선생님들의 열정을 보며, 신뢰를 쌓게 되요." - 이예은(양구 원통초)

"공교육 현장에서는 기계적으로 교육활동을 업무로 해갈 때가 많은데, 이곳에 오면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는 느낌이에요. 솔직히 학교에서는 힘든 업무가 나에게 오면
어쩌나 조마조마 할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서로가 빈틈을 채워주니 너무 조화로와서 소름이 끼칠 때도 있어요." - 박지연(홍천 반곡초)


열병을 앓는 <산울림학교> 아이들 

3박 4일로 진행되는 <산울림학교>는 총학생 수 32명을 넘기지 않고, 교사 1명당 4명을 넘지 않는 것을 운영상 중요한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원이 많아질 경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울림학교에 빠지지 않는 시간이 있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철학’시간과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생각을 다듬는 과정인 ‘하루이야기’이다. 철학시간은 학년별로 운영이 되는데, 정해진 주제와 관련해 공부하는 시간과 선생님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시간으로 구성된다.
▲ <산울림학교> 하루이야기 산울림학교에 빠지지 않는 시간이 있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철학’시간과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생각을 다듬는 과정인 ‘하루이야기’이다. 철학시간은 학년별로 운영이 되는데, 정해진 주제와 관련해 공부하는 시간과 선생님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시간으로 구성된다.
ⓒ 산울림학교

관련사진보기


산울림학교에 빠지지 않는 시간이 있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철학'시간과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생각을 다듬는 과정인 '하루 이야기'이다. 철학 시간은 학년별로 운영이 되는데, 정해진 주제와 관련해 공부하는 시간과 선생님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시간으로 구성된다.

한껏 맘껏 뛰어놀며, 생각도 커지는 산울림학교, 이렇게 3박 4일 보내고 돌아간 아이들은  열병을 앓는다. 기간을 늘려 5박 6일을 해달라는 아이, 중학생 과정으로 '강울림'도 만들어 달라는 아이, 후기집과 동영상을 닳도록 보는 아이들, 부모님께 '산울림 갈거야!'라고 학기 초부터 밥 먹듯 이야기 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의 마음과 고백이 선생님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길 앞에서... 공립형 대안초등학교 준비
<산울림학교>에서는 워크북과 후기집, 동영상 제작을 정성스럽게 한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후기집과 동영상을 마르고 닳도록 보며, 그 때의 추억을 회상한다.
▲ <산울림학교> 후기집 <산울림학교>에서는 워크북과 후기집, 동영상 제작을 정성스럽게 한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후기집과 동영상을 마르고 닳도록 보며, 그 때의 추억을 회상한다.
ⓒ 산울림학교

관련사진보기


스스로 가지고 있는 삶과 교육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답답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교육을 꿈꾸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동지(同志)와 동행(同行)하기 위해 십 수년간 모여온 이 모임은 이제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그동안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정 서로 확인하며, 열띤 토론과 논의 속에, 서로의 빈틈을 채우는 '유기적 관계' 속에, 신뢰를 쌓아온 <산울림학교> 선생님들. 이 토대 위에 홍천군 동면 노천리에 공립형 대안학교를 준비 중(2019년 2월 개교 예정)이다.

"교육과정의 변화가 첫 번째입니다. 국가에서 내려주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교에서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통해서 보다 교육이, 학교가 아이들의 삶으로 동화(同化)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교사들의 집단지성이 민주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교사들의 실험장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수평적 관계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관철하기 위한 토론이 화산처럼 터져 오르는 그러한 열정적인 학교가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아이들의 자발성을 토대로 학교의 삶이 만들어질 것이며, 놀며 배우고, 배우며 노는 즐거운 학교를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곳이 바로 노천초등학교가 될 것입니다. 노천초등학교는 는 것이 제일 좋은 진난만한 아이들의 학교입니다." - 반원호(홍천 구송초)

이제 이들은 새로운 교육 실천을 위해 함께 뜻을 모아 홍천의 작은 '농촌마을'로 들어간다. 산울림학교 선생님들은 노천초등학교에 모여 아이들의 생명이 약동하도록 돕는 교육,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교육을 통해 교육의 본질도 회복하고, 농촌의 마을도 살려가길 기대해 본다. 이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모색21'은 현실적 문제로 대안고등학교의 설립은 무산되었지만, 강원도 내 다양한 교육주체들(전인학교, 다인학교, 참꽃학교, 태백대안교육연대 등)과 함께 대안교육 저변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고, 현재는 계절형 대안학교(여름·겨울방학에 3박 4일로 운영)인 <산울림학교>에 집중하고 있다.
▲ <산울림학교> 23기 모두 함께 '모색21'은 현실적 문제로 대안고등학교의 설립은 무산되었지만, 강원도 내 다양한 교육주체들(전인학교, 다인학교, 참꽃학교, 태백대안교육연대 등)과 함께 대안교육 저변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고, 현재는 계절형 대안학교(여름·겨울방학에 3박 4일로 운영)인 <산울림학교>에 집중하고 있다.
ⓒ 산울림학교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밝은누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산울림학교, #노천분교, #밝은누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