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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만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 군침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속 음식 레시피와 그에 얽힌 잡담을 전한다. 한 술 뜨는 순간 장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음식 이야기를 '씨네밥상'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 기자 말

영화 <문스트럭> 포스터
 영화 <문스트럭> 포스터
ⓒ M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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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달이 피자처럼 크게 보이면 사랑에 빠진 거예요
세상이 밝게 빛나 보이면 사랑에 빠진 거예요
종소리가 울리고 당신은 노래하죠
심장은 춤을 추듯 두근거리고 넋을 잃고
별을 쳐다보거나 거리에서 혼자 춤을 춘다면
사랑에 빠진 거예요
종소리가 울리고 당신은 노래하죠
꿈결을 걷는 듯하지만 절대 꿈은 아니죠
옛 나폴리에서처럼
그런 사랑이에요
당신은 행운아죠

이탈리아의 어딘지 모르게 걱정 없다는 듯한, 낭만적인 기운으로 흘러가는 영화 <문스트럭>. '사랑에 빠져 약간 이상한 상태'를 뜻하는 그 제목처럼 이 영화에는 푸른 달빛을 닮은 사랑의 기운이 가득 서려있어 어느 때고 다시 봐도 기분이 좋다. 가수 쉐어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를 지니는데 특히 연인으로 분한 실제 둘의 나이 차이가 18살에 달한다는 것, 그럼에도 쉐어가 니콜라스 케이지에 비해 나이 들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젊은 시절엔 꽤나 꽃미남이었다는 사실이 관람을 더 즐겁게 한다.

7년 전 남편을 교통 사고로 잃은 서른일곱 살의 과부 로레타, 남편이 죽은 이유가 결혼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청에서 결혼을 치러서라고 굳게 믿는다. 때문에 그녀의 현재 남자친구 자니가 식당에서 청혼을 했을 때 그녀는 '운'에 집착한다.

"무릎을 꿇고 청혼해야죠.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해요. 반지는요?"

결국 자니의 청혼을 받아들이지만, 사실 그녀는 남자친구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진짜 사랑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어차피 죽어버렸으니까, 평생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 자니를 그래도 좋아는 하니까, 결혼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한다. 로레타와 결혼 날짜를 정하고 위독한 어머니를 보고 온다며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자니, 자니는 떠나기 전에 5년 전 소식이 끊긴 자신의 남동생 로니에게 대신 연락해 결혼식에 초대해 달라며 연락처를 남긴다.

자니 대신 로니에게 전화를 한 로레타,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화만 내고 끊어버리는 자니의 남동생 로니. 결국 로레타는 로니를 만나기 위해 그가 일하는 베이커리로 직접 찾아간다.

"형 때문에 온 겁니까?"
"그래요, 형이랑 내가 곧 결혼할 거라서요."
"내 인생은 어쩌라고! 형이 내 인생을 망쳤어요, 그래놓고 자기는 결혼을 하다니!"

갑자기 난폭하게 소리를 지르는 로니. 5년 전 형 자니는 로니가 일하는 베이커리에 와 빵을 산다. 하지만 로니는 형이 주문한 빵을 자르다 절단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한 손을 잃게 됐다. 로니가 한 쪽 손을 잃자, 그의 약혼녀는 도망가버렸다. 사실 형의 잘못이 아니지만, 그 후 로니는 형과 의절하고 형을 원망하며 좌절 속에서 산 것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내 처지를 확실히 깨닫고 행복해지려는 꿈에서도 깰 수 있을까요?"

절망하며 울부짖은 로니를 보고 로레타는 함께 얘기를 해 보자고 한다. 사실 하얀 '난닝구' 하나 입고 난폭하게 구는 로니는 꽤나 '짐승남'처럼 보여서, 로니가 멋있지 않아도 로레타가 과연 그런 제안을 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로니의 집에 가 요리까지 해주며 이야기를 나누던 로레타는 계속 신세 한탄만 하는 로니를 결국 쏘아 붙인다.

"세상에 불행한 사람이 당신뿐인 줄 알아요? 당신 내면엔 늑대가 살고 있어요. 사랑이라는 덫에 걸리자 스스로의 발을 덫에 묶어 자유를 없앤 거예요. 그리고 사랑이 끝나자 덫에서 빠져나오려고 발을 물어 뜯어버려서 발이 없어진 거죠. 그리고 이제는 팔도 없어질까봐 새로운 사랑도 못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당신은 머리 없는 신부예요!"
"발 잘린 늑대!"

그렇게 서로 소리를 지르던 둘은 갑자기 격렬한 키스를 하고… 결국 침대로 간다. 사랑을 나눈 그날 유래 없이 크게 뜬 보름달.

"저런 달은 본 적 없어요. 당신은 천사 같아요. 저 달은 거대한 눈덩이 같고."

영화 <문스트럭>의 한 장면.
 영화 <문스트럭>의 한 장면.
ⓒ M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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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본 로레타에게 푹 빠져버린 로니. 로레타는 자신의 남자친구이자 로니의 형인 자니에게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고 그날의 일을 없었던 일로 하려 하지만 로니는 물러서지 않는다. 결국 딱 하룻밤, 같이 오페라를 본 뒤에 없었던 일로 하기로 타협한다.

"저는 딱 두 가지를 사랑해요. 하나는 오페라 하나는 당신. 좋아하는 두 가지를 하룻밤에 가질 수 있다면 남은 인생도 포기할 수 있어요."

마지못해 데이트 약속을 승낙한 듯한 로레타. 하지만 데이트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그녀는 하루종일 뭐에라도 홀린 듯 정신을 못 차린다. 3년 만에 미용실에 가서 새치 염색에 파마도 하고 옷과 구두까지 산다. 한껏 차려입고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만난 두 사람, 두 번째 보는 서로의 모습에 둘은 더 빠져버린 듯하다.

"고마워요."
"뭐가요?"
"글쎄요. 당신의 그 멋진 드레스, 머리, 오랜만에 보는 멋진 오페라."

둘이 함께 본 오페라는 라 보엠.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함께 본 둘의 감정이야 더 고조되었을 것이다. 오페라를 보고 집으로 오는 길, 로레타는 다시 한 번 '이제 정말 끝'이라고 선을 긋지만 우리의 짐승남 로니는 물러서지 않는다.

"내 안의 늑대를 당신이 깨웠어요. 왜 인생을 낭비하죠? 전남편을 만날 때는 운명을 기다렸다면서요, 왜 지금은 기다리지 않죠? 제가 지금 왔잖아요."
"너무 늦게 왔어요."
"아무것도 상관 없어요. 당신과 있고 싶어요. 지옥에 떨어진다고 해도 상관 없어요. 과거, 현재, 미래 아무것도 중요치 않아요. 중요한 건 지금 우리예요. 사랑해요. 흔히 말하는 사랑이 아니라…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랑은 아름답지 않아요. 모든 걸 파괴하고 뒤죽박죽 만들어 놓죠. 눈송이는 완벽해요, 별도 그렇죠. 우리는 아니에요. 우리는 서로를 망쳐놓고 가슴을 아프게 하죠. 엉뚱한 사람을 사랑하다가 죽어버리겠죠. 그러니 어서 나랑 같이 올라가요."

젊은 시절의 니콜라스 케이지, 아니 로니가 이렇게 포효하면 누가 거부할까. 게다가 로레타도 이미 그에게 푹 빠져있다. 결국 둘은 또 함께 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집으로 돌아간 로레타가 가족과 아침을 준비하는데 로니가 찾아오고, 로레타의 가족들도 둘이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모두 함께 비행에서 돌아온 자니를 기다린다. 그에게 사실을 말하기 위해.

이렇게 뒤죽박죽인 상황, 하지만 얘기는 얼렁뚱땅 해피엔딩으로 끝나버린다. 비행에서 돌아온 자니가 먼저 로레타와 결혼을 못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로니는 그 자리에서 바로 로레타에게 청혼을 한다. 결국 모두의 축복을 받는 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삶이 너무 버거울 때,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 못 견디게 느껴질 때 "그래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생에 흔치 않게 찾아오는 행운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무엇에라도 홀린 듯 찾아오는 마법같은 사랑이니까. 영화를 보고 대책 없이 낭만적인 기분에 휩싸여 휘파람을 불어도 좋겠다.

[씨네밥상 레시피] 문스트럭 에그

문스트럭 에그. 써니사이드업 스타일과 오버이지 스타일.
 문스트럭 에그. 써니사이드업 스타일과 오버이지 스타일.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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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스트럭 에그는 원래 egg in hole, 혹은 이탈리아 에서는 Uova nel Cestino(Eggs in Basket) 등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영화 문스트럭에서 주인공 로레타의 어머니가 이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와 '문스트럭 에그'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실 아주 짧게 지나가는 장면인데 관객들은 꽤나 인상 깊었나 보다.

문스트럭 에그 만들기는 아주 간단하다. 빵에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달걀을 깨뜨려 넣어 함께 구운 다음, 튀긴 이탈리안 고추를 곁들이면 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탈리안 고추가 없으니 피망을 곁들이도록 하자. 피망은 얇게 썰어 파프리카 파우더나 카이엔 페퍼를 더해, 혹은 소금·후춧가루 간만 해 프라이팬에 볶아도 되는데 필자는 겉을 까맣게 태워 껍질을 벗긴 뒤 올리브유와 식초에 마리네이드해 올렸다.

빵은 깜빠뉴나 사워도우 등이 좋지만 식빵으로 해도 상관은 없다. 달걀은 한 면만 익히는 써니사이드업 스타일, 한 면을 다 익힌 뒤 다른 면도 살짝 익히는 오버이지 스타일 등 취향에 따라 익힌다. 토마토나 바질, 파슬리 등을 더해도 어울린다. 매우 간단하고 맛도 좋아 특히 아침 식사 메뉴로 좋다. 여유로운 휴일 아침을 즐겨보자.

재료분량 2인분
재료 빵 2조각, 달걀 2개, 빨간 피망 1개, 올리브유 1큰술, 화이트와인비니거 (일반 식초나 레몬즙 대체 가능) 1작은술, 파르마산치즈·버터·소금·후춧가루 적당량씩

1. 피망은 꼭지를 제거하고 반 갈라 씨앗을 제거한 뒤 불에 직화로 구워 껍질을 새까맣게 태운다. 태운 피망을 바로 찬 물에 헹구며 탄 껍질을 제거한다.
2. 올리브유, 화이트와인비니거, 소금 약간을 잘 섞은 뒤 껍질을 제거한 피망을 넣어 마리네이드한다.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섞어도 어울린다. 최소 10분, 냉장고에 넣고 2~3일 둔다.
3. 동그란 컵 등을 이용해 빵의 가운데를 동그랗게 판다.
4. 프라이팬을 제일 약한 불에 올리고 버터를 녹인다. 빵을 올리고 가운데 구멍에 달걀을 깨 넣는다.
5. 달걀이 적당히 익으면 전체적으로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간한다. 파프리카 파우더나 카이엔 페퍼를 뿌려도 어울린다.
6. 빵을 그릇에 담은 뒤 마리네이드 한 피망을 보기 좋게 올리고 파르마산치즈를 뿌려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윤희는 음식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푸드라이터. 음식에 관련된 콘텐츠라면 에세이부터 영화, 레시피 북까지 모든 것을 즐긴다. 영화를 보다가 호기심을 잡아끄는 음식이 나오면 바로 실행.



태그:#문스트럭, #니콜라스 케이지, #로맨틱 무비, #에그인홀, #써니사이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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