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작년 4.13 총선의 두 배에 달하는 12.50%의 사전투표율이 화제를 낳았던 4일 저녁,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곧장 역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사진은 심지어 유세 현장에서 벌어진 성추행 장면이 담겨 있었다. 게다가 대선 후보의 여성 자녀에게 행해진 성추행이었다.

이미 사진을 접한 이들은 남녀 공히 분노하고 있었고, 한 목소리로 성추행범에 대한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4일 저녁, 유승민 대선후보의 딸 유담씨가 유세현장에서 성추행을 당한 사진이 소셜미디어상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파장을 낳았다. 선거 유세 사상 유례가 없는 성추행 사건이었다.

바른정당 측의 설명과 유포된 당시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유담씨는 4일 서울 홍대 인근에서 진행된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과의 개별 포토타임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 남성은 유담씨의 어깨에 팔을 두른 후, 재빨리 얼굴을 밀착하고 혀를 내밀며 포즈를 취했다.

이를 본 경호원과 당직자로 보이는 사진 촬영자가 만류했고, 유담씨도 거북스러워하자 이 남성은 손가락으로 4번을 가리키는 평범한 포즈로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이 사진은 '일베'(일간베스트) 등에 게시됐고, 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 등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성추행 논란으로 비화됐다.

선거유세에서 벌어진 경악스러운 성추행 범죄의 전말

딸 유담과 함께 유세하는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딸 유담씨와 함께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딸 유담과 함께 유세하는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딸 유담씨와 함께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지상욱 바른정당 선대위 대변인단장은 5일 새벽 내놓은 긴급입장문을 통해 "현장에서 악의적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무단으로 온라인에 유포한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 사진 등을 게재하거나 배포한 언론과 포털사이트는 즉시 이를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지 단장은 "바른정당은 오늘(4일) 오후 홍대입구역 앞에서 유승민 대선후보의 딸 유담씨가 지지자들과 개별적으로 사진촬영을 하던 중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관해 경찰 당국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면서 "이 사건은 불순한 의도를 갖고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만한 징후가 농후하므로 관련자뿐 아니라 배후까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5일 오전, 이 강제추행 용의자의 검거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는 유담씨가 대리인을 통해 자신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고소한 용의자 이모씨를 임의동행했다고 밝혔다. 

4일 저녁부터 이 사건에 대한 철저 조사를 촉구했던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담 양 성추행범 오전에 검거했다고 합니다"라며 "네티즌들의 신속한 제보 덕분입니다. 사실 오늘 새벽 범인의 이름(이모씨), 번호, 나이(30), 거주지까지 모두 확인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새벽 하 의원은 "유담양 성추행범 관련 결정적 제보가 들어왔습니다"라며 "성은 이씨이고 핸드폰 끝 번호는 9자 입니다. 경고했듯이 눈뜨자마자 경찰에 자수하길 바랍니다"라고 촉구한 바 있다. 

강화돼야 할 대선 후보들의 여성폭력, 성평등 정책 

이 사건이 주는 사회적인 충격은 쉬이 가시지 않을 듯하다. 비단 사진 자체가 주는 불쾌감 때문만이 아니다. 대선 유세 현장에서 후보의 자녀에게 가해진 성추행이라는 점도 유례없지만, 이 사건에 대해 특히 여성들이 드러내는 수치와 공포는 가히 상상초월일 수밖에 없다. 헌데, 이 유례없는 사건과 여성들의 공포는 느슨한 듯 단단히 연결돼 있다.

유담씨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출된 장소에서 공격받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누구라도, 대선후보들 역시 공감할 것이다. 더군다나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해 사건 이후 이러한 남성에 의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여성혐오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 아닌가.

이 사건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불시에 가해지는 남성들의 '공격'에 여성들이 얼마나 흔하고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지를, 대선 후보의 딸이라 할지라도 특히 젊은 여성이라면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 역시 이에 공감하며 성평등 정책은 물론 더 구체적으로 '여성폭력 없는 안전사회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은 상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유승민 후보는 여성안전특별법 제정과 더불어 특히 초범부터 엄벌 시행을 강조한 바 있다.

또 문재인 후보는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과 전담기구 설치를, 안철수 후보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과 여성인권예산 30% 확대를, 심상정 후보는 여성안전기본법 제정과 함께 디지털성폭력과 스토킹을 아우르는 여성폭력대책 마련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홍준표 후보는 이에 대한 특별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바른정당은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든 성희롱과 성범죄에 대해 어떠한 관용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비록 이 시점이 중대한 대통령 선거 기간 중이지만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모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바른정당의 단호한 의지는 변함없다. 대한민국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 사건을 비롯한 모든 성희롱 및 성범죄 사건에 대하여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바른정당 역시 5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이렇게 명시한 바 있다. 이날 오전 성추행범을 신속히 검거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러한 여성에 대한 성범죄에 공분과 이러한 성범죄들에 대한 단호하고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공감대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 성추행 사건이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 

이 성추행 사진은 4일 오후 '일베'에 버젓이 게시됐다. 이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일베' 사용자의 범죄가 아니냐는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반면 일베 사용자들 다수는 게시글 형태가 '일게이'(일베 사용자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용어)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 등을 들어 용의자가 일베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추행 용의자가 일베 사용자인지 아닌지는 정확한 수사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성추행 사건이 여성혐오와 성폭력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일베' 사용자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행동 양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여성혐오와 성추행을 계획적으로 저지르고, 그 '인증샷'을 (자신의 얼굴과 신상만은 감춘 채)당당히 온라인 상에 공개하는 행위 말이다.

일각에서는 "당사자가 사진 촬영을 동의했다"며 유담씨와 유승민 후보 측에 책임을 떠안기려는 주장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일베' 사용자들을 필두로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적이고 성차별적인 시각만을 도드라지게 할 뿐이다. 지금도 모터쇼 행사장에서 하루가 멀다 하게 일어나는 레이싱 모델들에 대한 갖가지 성추행을 떠올려 보라. 그 성추행을 일삼는 이들의 논리가 바로 "당사자가 사진 촬영을 동의했다"는 궤변이다.

역설적으로, 이 사건은 그래서 대선 후보들과 차기 대통령이 왜 여성 폭력 근절 정책과 성평등 정책을 더욱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펼쳐나가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쉽고 간단히, 한국은 대선 후보의 딸도 무려 유세 현장에서 성범죄와 여성혐오의 시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일베' 사용자들마저 "우리가 아닐 것"이라고 항변하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를 '본보기' 삼을 수 있게 엄벌에 처해야 하는 이유다.   

마침, 이번 19대 대선은 여성과 성소수자 이슈가 논란으로 떠오른 첫 번째 대선이기도 하다. 홍준표 후보의 "여성은 설거지나 해야 한다"라거나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발언이 논란이 됐던 것도 과거 대선과 비교한다면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안철수 후보의 '대형 단설 유치원 발언' 논란 역시 분야는 다르지만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이슈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논란을 키웠다는 점에서 양태는 유사하다.  

일각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공격하거나 정치인 자녀가 선거 유세에 참여하는 양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려 온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 유승민 후보 측이 '국민장인'이란 별명과 함께 유담씨를 유세의 전면에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것도, 원내대표 기간을 포함해 유승민 후보가 몸 담았던 과거 새누리당이 '일베'의 영향력일 키우는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고 또 바뀔 수 없다. 만연한 여성범죄와 성차별, 그리고 여성혐오와 소수자 혐오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당위 말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선 사전투표 기간에 벌어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선 후보들과 정치인들은 물론 국민들 역시 여성폭력과 성평등 정책에 대한 수준 높은 이행과 개선에 동참해야 할 때다. 같은 맥락에서, 개개인의 SNS에 게재된 사건 사진은 모두 삭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SNS 상에서 끊임없이 유포되는 사진으로 인해 고통받을 유담씨를 위해서 말이다.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