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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의 인기 코너 중 하나인 '팩트 체크'에서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란 책을 지난달 출간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탄핵의 전조들을 짚고 탄핵 과정, 그리고 탄핵 후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담겨 있다. 짧게는 5개월, 길게는 박근혜 정부 시기가 잘 정리된 느낌이었다.

책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일 상암동에 위치한 JTBC 사옥에 방문했다. 팩트체커이자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의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한 오대영 JTBC 기자를 만나 책에 대한 얘기와 함께 '팩트체크' 뒷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오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건국절 논란, 위안부 합의... 탄핵의 전조였다"

 오대영 JTBC 기자
 오대영 JTBC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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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JTBC <뉴스룸>의 코너인 '팩트체크'의 네 번째 책인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를 출간하셨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많은 분이 찾아서 읽어주시고 소감도 보내주십니다. 저는 금요일마다 업무시간 끝나고 나서 독자와 만나서 탄핵 과정에서 취재했던 뒷이야기들, 헌법의 중요성을 함께 나누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헌법을 주제로 책까지 쓰게 됐는지 그리고 헌법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도 하세요. 또 대선 전에 헌법의 어떤 조항을 보면 후보 선택에 도움이 되느냐는 묻기도 하십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을 성실하게 드리죠. 헌법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 이번이 네 번째 책인데 이전 책과 차이는 무엇인가요?
"이전 책은 주제가 다양했습니다. 정치뿐 아니라 생활 경제와 통계 오류 등 매우 폭넓은 분야에 대해 팩트체크를 했기 때문이겠죠. 반면에 저는 팩트체크를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됐습니다. 손석희 사장께서 추천사에서 적어주셨듯이 자연스럽게 헌법을 토대로 팩트와 거짓, 의혹과 주장을 걸러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의지와는 무관하게 헌법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팩트체크, 헌법체크를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이번 책은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국민, 그리고 그걸 관통하는 헌법의 메시지를 담게 되었습니다."

-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를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헌법 전문가가 아니라서 처음엔 책을 낼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취재를 반복하다 보니 헌법은 일부 정치인만의 소유도 아니었고 법조인만의 전유물도 아니었습니다. 주인은 우리 같은 일반 국민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시민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의 시각에서 헌법을 공부하고 토론하고 즐길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기존의 헌법 교과서가 채워주지 못하는 빈틈을 이 책으로 메워보자는 취지였습니다."

- 스스로를 '법 알 못'이라고 하셨던데 그렇기 때문에 처음 헌법 관련 취재를 시작했을 때 막막하셨을 것 같아요.
'부끄러운 고백인데 10년 넘게 기자 생활하며 헌법을 제대로 펴본 적이 없어요. 문외한이었습니다. 막상 살펴보니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딱딱한 용어도 어려운 점이었지만, 그보다 제가 제 마음대로 헌법을 해석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백지상태였기에 선입견 없이 헌법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무식함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던 거죠. 덕분에 헌법학 교수님, 헌법 전문가들의 견해를 폭넓게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특정 사건이 진행되면서 벌어진 헌법적 논란들을 장기간, 집요하게 따져 물은 것은 JTBC <뉴스룸>과 '팩트체크' 밖에 없었다고 자찬합니다. 그 결과물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 헌법이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은 헌법을 대부분 모르잖아요.
"저도 헌법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어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법을 바꾸려면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들만 투표하면 됩니다. 그러나 헌법을 바꾸려면 국회 표결 이후에 '국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헌법의 주인인 국민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얘기죠. 저 역시 지금도 헌법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곁에 두고 탐독하며 고민하려고 노력합니다. 여러분에게도 강추해 드리고 싶어요. 헌법은 130조로 돼 있어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조금씩 나눠서 읽어보시면 대선 투표 때에도, 일상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책의 구성은 3부로 탄핵의 전조부터 탄핵 후까지 지난 5개월이 잘 정리된 느낌이던데.
"저는 기자생활의 2/3를 정치부에서 보냈습니다. 특히 '팩트체크'를 담당하기 전 JTBC <정치부회의>를 하며 박근혜 정권의 시작부터 탄핵 직전까지의 상황을 면밀하게 봐왔습니다. 그 순간순간은 몰랐지만, 책을 쓰겠다고 돌이켜보니 탄핵은 어느 한순간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 그때 내가 취재했던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탄핵의 전조들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컨대 건국절 논란과 위안부 합의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탄핵의 전조부터 새로 따져야겠다고 결심했고 책의 1부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탄핵안 가결부터 탄핵 인용까지의 지난한 과정과 헌법적 논란들, 거짓 주장과 가짜뉴스 등을 2부에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 탄핵 그 후에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적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직선제 조기 대선을 임하는 자세와 우리의 과제가 들어 있습니다. 이 책 내용은 탄핵 정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탄핵 그 후에 들어서는 정부에게 던지는 숙제입니다."

- 탄핵의 전조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라고 하잖아요.
"책을 쓰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이 국가에 던졌던 질문들, 그러나 결국 돌아오지 않은 답에 대한 소회를 적었습니다. 세월호 7시간이 왜 중요한지, 그걸 JTBC <뉴스룸>이 포기하지 않고 왜 끈질기게 따져 물었는지도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의 시간, 특히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의 1분 1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참사 3년이 지난 이 시점에 책을 통해 되묻고 활자로 기록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 JTBC의 태블릿 PC 보도로 탄핵이 시작된 것이잖아요.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합니다.
"JTBC 내부의 분위기는 무척 겸허했습니다. 손석희 사장께서 <뉴스룸>에서 보여주신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태블릿 PC를 JTBC가 최초로 보도했고 그것이 탄핵의 도화선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릇된 국정 운영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낸 계기였고, 언론사에, 헌법사에, 정치사에,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에 중대하게 기록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몸소 겪은 JTBC는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차원에서 매우 겸허하고 겸손했으며, 지금도 앞으로도 자중하고 더욱 성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 입장을 대변할 입장은 결코 아닙니다만, 제가 본 바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 탄핵 반대 측으로부터 공격도 많이 받았잖아요.
"탄핵 직전까지 상암동 JTBC 사옥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거의 매일 열렸습니다. 회사를 오가며 이들을 접하는 것은 물론 불편하고 때로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후배 기자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취재하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도 민주주의의 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것 역시 민주주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지나고 나니 드네요."

- 헌재 결정 당일 뉴스 특보도 진행하셨잖아요. 헌재 결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탄핵 결정 직후 뉴스 특보의 앵커를 맡았습니다. 뉴스 들어가기 전에 대기실에서 이정미 헌재 소장 대행이 읽어 내려간 결정 요지를 수첩에 깨알같이 받아 적었습니다. 아무 대본 없이 생방송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부담보다 더 큰 걱정이 있었습니다. JTBC가 4개월 넘게 보도해왔던, 그중에서 '팩트체크'가 헌법의 잣대로 탄핵의 필요성을 검증해왔던 결과에 대해 성적표를 받는 날이었기 때문이죠.

이정미 재판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팩트체커인 저에게 내려지는 선고 같은 느낌이었어요. 헌재의 결정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제가 팩트체크에서 다루었던 내용과 결과물들이 헌재 결정문과 한 방향이었습니다. '아. 내가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내용을 잘 전달해드렸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보람을 느꼈습니다."

- 헌법을 취재하고 공부하시면서 느끼는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일주일 후면 새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예전 같으면 정치적 주장을 그대로 옮겨적는 보도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기계적 균형만 맞추면 되니까요. 그러나 손석희 사장의 <뉴스룸>은 공정, 균형, 품위 그리고 팩트라는 4대 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을 바탕으로 탄핵 과정에서 헌법체크를 했습니다. 이 소중한 경험 덕분에 '진실성 검증'의 습관이 JTBC에도 '오대영 팩트체크'에도 더 강화됐다고 생각합니다."

- 정치권에서 개헌 주장이 나오잖아요. 그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헌법 문제 때문이라서 개헌을 안 하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해요.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이 헌법을 안 지켜서 일어난 일이지 헌법이 잘못돼 있어서가 아닙니다. 이 책의 일관된 메시지는 '헌법은 죄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헌법은 권력 분립과 상호 견제의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즉 헌법만 잘 지켰더라면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는 없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의 헌법은 30년 전에 개정됐고, 시민권과 기본권, 지방자치권 등에서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필요하다면 개헌해야죠. 중요한 건 그 중심에 국민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 팩트체크는 자기반성의 의미"

<탄햑, 헌법으로 체크하다>의 책 표지
 <탄햑, 헌법으로 체크하다>의 책 표지
ⓒ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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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기자가 '팩트체크' 코너를 맡으신 지 10개월 정도 됐잖아요. 처음 맡으실 때 전임자가 잘해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부담 많았죠. 왜냐면 전임자인 김필규 기자가 1대 팩트체커입니다. 창시자죠. 지금도 시청자의 뇌리에 분명히 기억돼 있습니다. 제가 감히 따라가지 못하죠. 저의 역할은 JTBC가 만들어낸 팩트체크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일입니다. 후임자에게 물려줄 때까지 성실하게 취재하고 시청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근거를 제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김필규 기자가 '팩트체크' 창시자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팩트체크'는 김필규 기자의 것이란 인식이 강했어요. 그러니 지금은 김필규 기자가 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오대영의 팩트체크'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과찬이시고요(웃음). 김필규 기자의 '팩트체크'는 김필규 기자만의 영역과 특징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김필규 기자는 지금 팩트체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JTBC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팩트체크' 발전을 위해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 애정이 있어서 김필규 기자가 돌아왔을 때 욕심도 날 것 같은데.
"김필규 기자가 왔을 때 '팩트체크'를 누가 하냐는 질문은 계속 받거든요. 아마 회사에서 판단하겠죠. 김필규 기자는 JTBC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늘 앞장서 왔습니다. 제가 함께했던 <정치부회의>의 CP(책임 프로듀서)였고, '팩트체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으로도 선구자적 능력을 어떻게 발휘할지 개인적으로 기대가 매우 큽니다. 모든 걸 다 떠나 김 선배, 보고 싶네요."

- 초반 손석희 앵커와 하셨고 지금은 안나경 앵커와 하잖아요.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손석희 사장은 굉장히 날카로우십니다. 특히 시청자들이 이 대목에서 무엇을 궁금해할 것인지를 정확히 짚어서 핵심을 찌릅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열광하시는 것 같습니다. 안나경 앵커는 손 사장에 비해 경륜이 적지만, 그래서 평범한 시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두 분 모두 워낙 존경하기 때문에, 함께 한다는 것이 영광이죠(웃음).'

- 방송하시며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시청자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다. 제가 안나경 앵커에게 친숙한 표현과 멘트를 하면 안 앵커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오늘 분명히 말씀드리죠. 전 유부남입니다(웃음)."

- 요즈음 많은 언론사들이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요. <오마이뉴스>도 '오마이팩트'라는 코너가 있죠. 이런 걸 보면 어떠세요?
"'오마이팩트'는 제가 알기로 2012년에 시작해 대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 거치면서는, 제가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20개 넘는 매체가 팩트체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팩트 체크가 활성화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왜냐면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거든요. 그에 대한 자기 반성적 의미가 팩트 체크라고 봅니다.

사실 팩트체크는 원래 언론이 해왔던 것이고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소홀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과 독자들의 비판을 많이 받았죠. 이제는 언론이 나서서 '팩트 체크를 합니다'라고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금 언론의 팩트 체크는 자기반성 의미가 강합니다. 따라서 더 많은 매체가 팩트체크를 하고 이를 통해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는 이 책 쓰면서 딱 한 마디의 메시지만 기억해 주셔도 감사하겠어요. 제가 이 책에도 썼습니다만 '헌법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팩트는 대한민국과 헌법의 주인이 바로 국민이란 점이다' 입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도 <오마이뉴스>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이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과정을 우리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불행이지만 국민은 슬기롭게 대처했습니다. 교훈으로 승화할 때입니다. 앞으로 열어갈 세상도 국민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저부터 제 위치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우리 모두 힘을 모아보자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태그:#오대영, #팩트체크,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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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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