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5~2016년 20, 30대 청년 6명은 시력을 잃었습니다. 파견노동자로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면서 만졌던 메탄올이 실명을 불러올 줄은 몰랐습니다. '노동건강연대'와 <오마이뉴스>는 실명 청년들에게 닥친 비극과 현재의 삶을 기록하고, 누가 이들의 눈을 멀게 했는지 파헤칩니다. 동시에 연재되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시력을 잃은 청년들을 후원할 수 있습니다. - 기자 주

기자는 지난 4월 14일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에서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 이진희씨와 마주 앉았다.
 기자는 지난 4월 14일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에서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 이진희씨와 마주 앉았다.
ⓒ 민석기

관련사진보기


수십 톤의 크레인에 깔려 6명이 죽었다. 25명은 크게 다쳤다. 휴일인 노동절에 일하러 나갔다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 남편, 아빠를 두고 유가족들은 할 말을 잃었다.

죽은 사람들은 모두 하청노동자다. 우연이 아니다. 예고된 일이지만, 막지 못했다.

2015년과 2016년 삼성·LG전자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던 불법파견 하청노동자 6명이 연달아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고 뇌를 다쳤다. 피해를 당한 20, 30대 청년들은 삶을 잃었다. 죽음의 공장에서 위험에 내몰린 하청노동자의 비극은 우리 사회에 보내는 카나리아의 울음소리였다.

옛날 광부들은 산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탄광에 카나리아를 들여보냈다.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비극을 막았다. 우리 사회는 달랐다. 카나리아의 울음소리를 외면했고, 결국 하청노동자의 떼죽음을 불렀다.

3주 전, 만 스물아홉 살 이진희씨를 만났다. 진희씨는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었고, 뇌를 다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다. 그녀는 어렵게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비극을 담담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내 울음을 터트리던 진희씨가 말했다.

"저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우리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할까.
 


2화에서 이미 이진희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관련 기사 : 스물 아홉 진희씨는 시력 잃고 초능력을 얻었다) 그때 전하지 못한 진희씨의 말이 있습니다. 3주 전 진희씨를 만났을 때, 그녀는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4분여의 짧은 이야기에, 병실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진희씨의 호소를 적절한 때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영상과 글로 함께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1살 이진희라고 합니다. 저는 드림아웃소싱이라는 파견업체를 통해 BK테크라는 회사에 들어가 LG 휴대폰 바디 몸체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메탄올이라는 약품에 중독이 되어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인해 쓰러지고, 눈 시신경도 다치고,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밤낮도 구분할 수 없고 사람이 있어야만 다닐 수 있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눕니다. 재활을 통해서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이긴 하지만, 계속 병원에 있은 지 1년이 넘어가는 중입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통해 물론 하청업체들이 싼 메탄올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안전보호교육을 통해 저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없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동부에서도 꼼꼼히 검사를 통해서 에탄올이 아닌 메탄올을 쓰는 업체들을 적발해서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들이 안 나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삼성, LG에서도 자기네들은 책임 없다고 하지만, 그런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하청업체들이 싼 가격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도 합니다. 사과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비정규직이나 알바생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클릭]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기획기사 모아보기

메탄올 실명 피해자 이진희씨가 지난 4월 15일 간병인 정옥 이모의 손을 꼭 잡고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복도를 걷고 있다.
 메탄올 실명 피해자 이진희씨가 지난 4월 15일 간병인 정옥 이모의 손을 꼭 잡고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복도를 걷고 있다.
ⓒ 민석기

관련사진보기




태그:#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실명 , #메탄올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