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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가 청렴 수기 우수작으로 뽑은 문제의 수상작.
 국민권익위가 청렴 수기 우수작으로 뽑은 문제의 수상작.
ⓒ 국민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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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가 청탁금지법(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위반 사례를 청렴 사연·수기 공모전 우수작으로 홍보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유독 교원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만든 권익위가 '자기가 파놓은 늪에 스스로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탁금지법 규정' 어긴 수상작 홍보 나선 황당 권익위

2일 권익위 공식 블로그에는 이 기관이 뽑은 '청렴 사연 우수작-봉투 속에 담긴 소중한 선물'이란 글이 올라와 있다. 지난 1월 9일 이 기관이 청렴 사연·수기 공모전 결과 우수작으로 공개한 작품이다. 이 수기 수상자에게는 권익위원장 상장과 50만 원을 줬다.

이 작품에는 끝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작은 선물을 가지고 오는 아이들이 있다. 먹을 것이라면 과자 몇 봉지를 더 사서 과자 파티를 하고, 카네이션은 화분에 넣어서 교탁 위에 올려놓고는 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생님이 되는 기분이다."

이 글은 현직 교사로 보이는 A씨가 쓴 것이다. 스승의 날 받은 값비싼 선물을 되돌려 보낸 과거 스승의 모범에 따라 교사가 된 지금 A씨는 다음의 두 가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 먹는 선물 받으면 과자 파티하기
2. (학생들에게 받은) 카네이션은 교탁 위에 올려놓기

하지만 위 두 가지 사례는 모두 권익위가 만든 청탁금지법 세부 규정 위반이다. 이 기관은 자신들이 정한 위반 사례를 적어놓은 수기가 '우수상'이라면서 황당 홍보에 나선 것이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3월 23일 발표한 <새내기 학부모가 궁금해 하는 청탁금지법> 규정 홍보물에서 "담임교사에게 음료수를 주는 것도 안 된다"고 밝혔다.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것도 학생 대표 등만 가능하도록 묶어뒀다. 일반 학생들은 카네이션을 선물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교사와 면담할 때 '음료수'도 안 된다는 권익위 세부 규정.
 교사와 면담할 때 '음료수'도 안 된다는 권익위 세부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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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권익위가 유독 교원들을 겨냥한 청탁금지법 세부 규정에서 음료와 카네이션까지 가로막고 나선 것은 지나친 일"이라면서 "이러다 보니 자신들이 우수상을 준 사례에서까지 규정 위반 내용이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해당 우수작은 청탁금지법에 대한 우수사례가 아니라 청렴에 대한 내용이 담겼던 것이었으며 심사도 외부위원들이 많이 참여해 뽑은 것"이라면서 "당선작 발표 시기도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지난해 8월 8일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8일 이후 3달 이상이 지난 올해 1월 9일, 해당 당선작을 홍보하고 나섰다. 자신들이 만든 규정 위반 내용이 담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오마이뉴스>가 해당 내용 취재에 나서자 권익위는 문제가 된 수상작 끝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부랴부랴 덧붙였다.

"본 수기는 2016 청렴 사연·수기 공모전 공직부문 수기로 청탁금지법 시행(2016. 9.28.) 이전에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현재는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등 선물을 제공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반장·회장에게만 카네이션 선물 권한? "학생 위화감 조성"

권익위 사이트에 올라 있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 사진.
 권익위 사이트에 올라 있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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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권익위가 학생 대표 등에 한해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선물할 수 있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권익위 세부규정에 따르면) 대표성을 띤 학생의 카네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일반 학생은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표가 아닌 학생이 직접 색종이로 접은 카네이션은 가능한 것이냐'는 추가 물음에 "그것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선물할 수 있는 권한을 반장, 회장 등에게만 부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집행위원장은 "반장과 회장 등만 담임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줄 수 있도록 한 것은 학생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라면서 "게다가 상당수 초등학교에는 반장 등 대표가 없다. 이러려면 아예 모두 못하게 하든가, 모두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청탁금지법, #당황한 국민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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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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