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대선이 '경제' 이슈에 집중돼 치러졌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은 정치·경제·안보·사회 등 모든 분야의 이슈들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부산 영화제 파행,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 등 대중문화 이슈부터, 이명박 정권부터 이어진 언론 길들이기와 해직 언론인 문제 등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미디어 분야 이슈가 산적해 있다. <오마이뉴스>는 문화계 주요 쟁점 10개를 선정해 대선 후보 5인에게 서면 답변을 요청했다.(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은 내부 사정으로 답변을 보내줄 수 없다고 밝혀왔다.) [편집자말]
JTBC 토론 참석한 문재인 후보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하고 있다.

▲ JTBC 토론 참석한 문재인 후보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토론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정운영비 관련등 공약을 발표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정운영비 관련등 공약을 발표 하고 있다. ⓒ 이희훈


Q1.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제작 중단 등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는 문화 교류가 위협받고 있다. 정치 갈등 상황이 문화영역에까지 피해를 주는 형국인데, 이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해법이 궁금하다. (답변 기호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민간 교류 활성화 통해 정치? 군사적 문제 해결해야"

정치, 군사적인 문제가 민간영역, 특히 자유로워야 할 문화 분야의 교류 중단 사태로 이어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조속히 중국과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또,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9년 동안 완전 단절 상태까지 이른 남북 문화교류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평화가 우선이다. 정치, 군사적인 문제로 민간교류가 위협받고 있지만, 거꾸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면 정치, 군사적인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다시 느끼게 되는 계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한한령 풀기 위한 사드 재검토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화로 나온다면 얼마든지 협력하고 지원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 경제 병진 노선을 견지하면서 오히려 핵 소형화 등을 고도화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UN에서는 대북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한한령은 사드 문제로 촉발된 것이긴 하나, 한한령을 풀기 위해 사드 문제를 재검토할 수는 없다. 정치와 문화, 정치와 경제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의 처사는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 중국에 대해 정경분리, 정문(政文) 분리의 원칙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가 분명하다면 언제든지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중국에 사드 배치 불가피성 설명하고 설득하겠다"

중국이 한반도에 보복을 가하는 상황은 한중수교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며, 우리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직접적인 군사 안보적 위협이 되고 있으므로 미국과의 동맹협력을 통해 대처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설명할 것이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인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안정은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한중정상회담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중국과 대화하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배치가 이미 전개된 상황이므로 중국 등 국제사회 협력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킨 후 사드 배치 철회를 요청할 것임을 설득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청와대에 문화 분야도 포함된 '대 중국 정책자문단'을 설치하여 사드 배치 관련 보복 문제를 해결하고, 한중 사이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회복하겠다.

가정컨대, 양국 간의 외교 이슈가 지금처럼 부각되기 이전에 양국의 문화콘텐츠 분야 주체(플레이어)들이 경제공동체로서의 관계(Closed Economic Partnership)를 이미 맺고 있었다면 한한령 걱정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중국이 완성작 한국산 문화콘텐츠를 수출하는 단순한 해외시장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문화콘텐츠 분야는 국제정치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다. 국제정치 이슈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울 수 있는 두꺼운 문화 협력이 필요하다. 문화콘텐츠 분야는 양국의 창조적 요소가 합쳐져서 시너지를 낼 수 분야라서, 이번 갈등 국면을 지나간 다음에는 빠르게 협력적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힘을 모아서 말이다. "따로 또 같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중요한 계기가 우리에게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뿐 아니라 동북아에서의 국제적 갈등과 대결 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평화올림픽, 문화올림픽을 지향하고 반드시 실현하겠다. 남북의 관계는 문화산업 분야의 공동 발전을 위해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 잘 알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중국 무차별적 보복 조치, 철회 요구하겠다"

사드 배치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민간기업이나 문화영역에까지 이뤄지는 무차별적인 중국의 보복 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 중국에 이를 요구하겠다. 그리고 사드 배치에 대한 결정은 차기 정부에서 국회와 함께 외교, 안보, 경제에 대한 포괄적 영향평가를 통해서 결정하겠다. 사드 배치 철회 등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안철수 후보 '국민대통합과 협치' 구상 발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대통합과 협치에 관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안철수 후보 '국민대통합과 협치' 구상 발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대통합과 협치에 관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심상정 후보 홍대앞 유세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심상정 후보 홍대앞 유세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권우성


Q2. 박근혜 정부는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 분야도 돈과 권력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블랙리스트 재발을 막기 위한 대선 후보들의 문화예술 지원 원칙이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또, 정부와 정치인을 향한 예술인들의 풍자와 비판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알려 달라. 

[문재인] "'제한받을 수 있는 예술가의 자유'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화가 국력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놓고  '문화가 폭력인 나라'를 만들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공안통치했다. 헌법이 명시한 권리를 침해했다.

제도가 없어서 블랙리스트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 공정하고 투명한 지원체계 등을 더 강화하겠다.

광주비엔날레 <세월오월>, 서울시립미술관의 <김기종의 칼질>, 최근 국회에서 전시된 <더러운 잠> 등이 논란이 됐다. '제한받을 수 있는 예술가의 자유'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는 더 존중돼야 하고, 그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자유롭게 찬반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홍준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자유에는 책임 따른다"

이른바 문화계의 블랙리스트 문제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본다. 그러나 역대 모든 정부가 형식과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예술을 예술로 보는 넓은 인식이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누드 패러디와 같은 것을 예술로 포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예술을 빙자한 성폭력이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안철수] "피해자 관점 빠진 블랙리스트 수사 문제"

"예술가들은 태생적으로 조금 삐딱한 사람들이다.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제도나 권력에 길들여지기보다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모든 금기를 부수고 싶어 한다. 특히 자신과 얽혀있는 수많은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태를 추구한다."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런던 한국문화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안무가 정영두 님의 말이다.

"검열제가 허용될 경우에는 국민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정신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헌법이 직접 검열제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20년도 넘은 1996년 10월에 나온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요지이다. 예술인의 정치 혹은 정치인에 대한 풍자와 비판은 최대한 허용되어야 한다.

검찰 수사에 이어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김기춘 등이 필요한 정책이었다고 강변하는 '블랙리스트'의 전모를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 관점이 빠져 있다는 게 문제다. 문체부 등은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적당히 덮고 갈 수는 없다.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백서를 통해 모두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공직자들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김영란법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긴 하겠지만, 아예 '저항권'을 헌법에 넣자는 견해도 존중한다. 나는 공공정책과 관련한 불법·부당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옴부즈맨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2016년 12월 14일 자)한 바 있다. 모든 차별과 배제를 철저하게 해소하자는 뜻으로 문화예술 현장에서 제안한 「문화예술 공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공약에 담았다.

[심상정] "예술인 지원 제도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블랙리스트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인적청산이다. 현재 조윤선 장관을 비롯한 몇 명이 구속돼 있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 부역한 사람들이 제도적 보완을 하겠다는 셀프 개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적 책임을 물을 사람들은 법으로, 법적인 책임은 피했지만 부역한 사실이 있는 관료들은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징계를 통해 인적청산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 후에 제도적 보완을 하는 것이 순서이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가치이다. 문체부 관료들이 헌법의 가치만 올곧게 인식하고 있었다면, 권력이 아무리 강요했어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관료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지금까지는 예술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부와 예술가가 '협력'하는 관계라는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예술지원' 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지원의 주체인 정부가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예술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팔 길이 원칙은 지켜지기가 힘들다.

예술가들이 기존에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필요한 부분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나아가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결국, 보편성이 확장될 때 간섭할 여지가 줄어들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출연자들.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출연자들. ⓒ CJ E&M


Q3.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통한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해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생각과 구체적 방안을 듣고 싶다.

[문재인] "정부-지원기관-예술계 간 '공정성 협약' 체결하겠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우선 정부-지원기관-예술계 간 '공정성 협약(Fairness Charter)'을 체결하겠다.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에 따라 지원기관의 예산, 조직, 인사 독립성을 보장하겠다.

기관운영도 민관 협치 원칙에 따라 합의제 위원회 확대, 위원장·위원 현장 추천제 도입 등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

창작과 향유, 장르별, 경력별, 지역별 재원 배분의 공정성도 높이겠다. 지원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위원 및 심의 결과 공개, 심사기록의 작성 및 보관도 의무화하겠다.

[홍준표] "정부 지원금 들어간다면 사후 감독받아야"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해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문화예술기관에 정부 지원금이 들어간다면 그것은 정부나 국회의 사후 감독을 받아야 한다. "세금이 투입되는 곳에 감사 있다." 그것이 행정의 대원칙이다.

정부 지원금은 받고 사후 관리는 안 받겠다고 한다면 처음부터 정부 지원금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 지원금은 모두 국민 세금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지원금을 핑계로 사사건건 간섭하고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에 대한 민간인 참여를 100% 보장할 것이다.

[안철수]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 강화 중요"

질문처럼, 무엇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예술위를 만들 때는 컨센서스형 자율기구를 만들자고 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문체부만 바라보는 독임제 기관이 되어 버렸다. 위원들이 위원장을 호선하는 건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런 혁신안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담았다.

[심상정] "인사권 민간 이양이 독립성의 핵심"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 핵심은 인사권과 예산에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대부분 기관의 위원장과 위원을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는 구조에서 독립성은 보장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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