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드 3인방(주희정, 김태술, 천기범)의 활약 여부가 벼랑 끝에 몰린 삼성에게 마지막 퍼즐이 될 예정이다.

4월 30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KBL 챔피언 결정전 5차전 KGC와 삼성의 경기에서 KGC가 삼성을 81-72로 꺾으며 홈에서 값진 승리를 얻어냈다. 이로써 KGC는 우승 도전에 마지막 1승을 남겨두고 원정길을 떠가게 되었다.

이제 삼성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남은 시리즈는 삼성에겐 더욱 쉽지 않다. KGC는 6차전부터 부상당한 사익스의 대체 외인 선수로 마이클 테일러(187cm, G)가 합류한다. 테일러는 개인기와 슛을 겸비한 가드라는 평가다.

반면 삼성은 주득점원 라틀리프의 체력 저하가 드러나고 있다. 라틀리프는 5차전에서 18득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야투율이 40%에 그치며 평소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속공이나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도 움직임이 예전같이 않다. 남은 경기 동안 가드들이 답답한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는 게 필요한 삼성이다.

이상민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가드 기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주전 가드 김태술의 부진 속에서 6강과 4강 PO에선 주희정이 노익장을 과시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선 신예 천기범이 중용되는 모습이다. 김태술 역시 20분 내외로 출전 시간을 보장받고 있지만 활약이 미비하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이 셋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순간이다.

▲ 주희정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지난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주희정이 돌파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주희정이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희정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주희정은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입지를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출장시간이 10분에 그치며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백업에 머물렀다. 가드로서의 감각은 여전했지만, 속도와 체력이 많이 무뎌졌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꾸준한 훈련을 이어가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다. 6강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22분 출전해 5.8득점 3.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태술이 부진한 가운데 노련한 리딩을 보여주며 팀을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챔프전에서는 비교적 많이 출장하지 못했다. 지난 2주간 이틀 간격으로 경기한 것이 체력적으로 주희정에게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패배한 1, 3차전은 주희정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김태술은 볼 운반, 2대2 플레이에서 모두 부진하며 공격을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주희정이 투입되었을 때 삼성은 공격의 안정감을 되찾았다.

00-01시즌 주희정은 삼성에서 생애 첫 챔피언 반지를 획득했다. 그로부터 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선수들이 그 사이에 데뷔하고 은퇴하기를 반복했지만 주희정은 아직도 코트 위를 누빈다. 체력적 부담을 극복해내고 주희정은 자신의 두 번째 챔피언 반지를 획득을 노린다.

▲ 김태술 "응답하라 2012"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김태술이 점수 차이를 벌리는 3점슛을 성공한 뒤 백코트하고 있다.

4월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서울 김태술이 점수 차이를 벌리는 3점슛을 성공한 뒤 백코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해 삼성 최대 영입은 김태술이었다. 이현민(KCC)과 올해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며 데려올 정도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의 김태술 영입은 성공적이었다. 허를 찌르는 패스와 안정적인 리딩은 삼성이 그토록 원하던 정통 포인트가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태술은 크레익과 동선이 겹치고, 부상까지 당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전자랜드와의 6강 PO에선 김지완과, KGC와의 챔프전에선 박재한과의 매치업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슛 성공률도 떨어졌지만, 무엇보다도 안정감이 부족하다. 공을 오래 잡고 있는 것과 더불어 날카로운 패스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접전 상황에서 신인 박재한에게 스틸 당하는 장면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오리온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막판 '빅 샷'을 터뜨린 것을 제외하면 플레이오프 내내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태술은 5년 전인 2012년에 KGC '인삼신기'의 야전 사령관으로 팀 우승을 이끌었다. 이제는 적으로 만난 친정팀에 김태술은 비수를 꽂아야만 한다. 5년 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매직 키드' 김태술이 다시 한 번 마법을 일으켜 2012년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천재 가드' 천기범은 각성할 수 있을까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경기, 삼성 천기범과 KGC 김민욱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4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경기, 삼성 천기범과 KGC 김민욱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중앙고 시절 천기범은 '천재 가드' 자체였다. 이종현(모비스) 못지 않은 주목을 받으며 희소성 높은 정통 포인트 가드라는 평을 받았다. 비록 대학 무대에서 애매한 롤을 부여받으며 실력이 정체되었다는 평이 있지만 그가 가진 감각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 해 드래프트에서 삼성에 4순위 지명을 받은 천기범은 시즌 내내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했다. 게임 당 평균 7분 정도 출전한 게 전부였다. 그러나 선수들이 체력적 한계에 다다른 챔피언 결정전에서 그의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평균 13분 출전해 득점 2.6득점 3.2AS를 올리며 출장 시간 대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천기범은 슛 정확도가 떨어지고 파울 관리가 미숙하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단 하나의 3점 슛도 성공시키지 못했으며, 짧은 시간만 뜀에도 경기당 3.2개의 파울을 범했다. 그러나 두둑한 배짱으로 이를 커버한다. 한 박자 빠른 패스로 공격을 조립하며, 터프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봉쇄한다.

기존의 삼성 가드진이 볼 운반에 치중했다면 천기범은 돌파나 포스트 업을 하는 대담한 모습도 보여준다. 삼성은 시리즈 내내 공격 시간에 쫓기다가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마무리하는 공격 패턴이 많았다. 그렇기에 6차전에서 천기범의 돌파나 과감한 패스가 삼성에게 더욱 필요하다.

천기범은 이번 시리즈 내내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였다. 공격적인 리딩과 터프한 수비를 보여주기도 하는 반면 미숙한 파울로 접전 상황에서 흐름을 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천기범은 특유의 배짱으로 기죽지 않고 본인만의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많은 선수들이 지쳐있는 가운데, '천재가드' 천기범의 각성이 삼성의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KGC와 삼성의 챔피언 결정전 6차전은 2일 잠실 실내체육관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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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민강수 기자
주희정 천기범 김태술 삼성썬더스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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