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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공생, 순환의 가치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대전지역에도 수많은 협동조합이 다양한 사업과 방식으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기관인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 토마토, 오마이뉴스의 공동 기획으로 대전지역 협동조합을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대전 곳곳에서 마을 신문이 뜨고 있다. 이중 관저마을신문은 대전광역시 서구 관저동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오던 주부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마을에 애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뭉쳐 상주 기자 3명과 객원 기자 7명으로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마을의 소식을 실어 보급하고 지역 내 중소 상공인들이 광고를 게재해 운영비로 충당한다. 지난 2011년 11월 1일에 창간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53호를 발행했다.

지난 4월 24일 관저마을신문사 양금화 대표를 만나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난관을 극복하며 신문 발행을 유지하기까지 사연과 포부를 들어봤다.

"소통과 변화, 관저마을신문이 함께 합니다."
▲ 대전 관저마을신문사 협동조합 양금화 대표 "소통과 변화, 관저마을신문이 함께 합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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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기] 마을 주민들의 순수한 열정이 모이다

2009년부터 마을 아줌마들이 모였다.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마을 공동체로서 역할이 필요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정보 등 쌍방향 소통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공통 관심사를 모으고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

2010년, 품앗이 마을 카페를 열었다. 이 카페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자립형 지역 공동체로 선정됐다. 조금이나마 예산 지원을 받아 공동체로 자리를 잡았다. 한복 대여, 책과 장난감 대여, 비누 만들기, 재봉, 천연 제품 판매, 포크아트, 아이들 핀 제작, 지역 화폐 쓰기 시도까지 비영리 단체로 등록하여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아줌마들이 겁 없이 사고를 쳤다. 전문성도 없는 몇몇 마을 주민들이 모여 신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마을에 사무실을 냈고 공동체를 위한 사업비를 들여 사무실을 꾸몄다. 바느질을 함께 했고, 비누도 만들었다. 품앗이 공동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신문 발행을 위한 교육을 받았다. 글쓰기와 사진 촬영 교육을 받고 5~6명 정도가 마을 신문을 만들었다. 품앗이 공동체와 신문사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진행했다.

[성장기] 관저마을신문사 협동조합으로 독립하다

2011년 3월, 마을 기업에 선정됐다. 이를 기점으로 관저 품앗이 공동체는 마을에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 중에 하나가 마을 신문 만들기였다.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었지만 차근차근 교육을 받았다. 글쓰기부터 사진 작업 등 마을신문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공부를 했다. 다행으로 여겼던 것은 글쓰기가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일반 신문처럼 특별한 형식 없이 자유롭게, 일정한 룰이 없어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편안함에 마을 신문은 탄생했다.

마을 안에서 소통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토론했습니다. ‘마을신문이 지속적으로 발행되려면 어떤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할까?’ 고민하며 법인 형태에 대한 조언을 듣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관저마을신문 창간호 마을 안에서 소통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토론했습니다. ‘마을신문이 지속적으로 발행되려면 어떤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할까?’ 고민하며 법인 형태에 대한 조언을 듣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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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11월, 드디어 관저 품앗이 공동체에서 창간호가 발행됐다. 처음에 5천 부를 찍었고, 1만 부, 1만 2천 부, 최고 2만 부까지 제작하여 배포했다. 관저동은 1만 9천 세대, 약 6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신문은 소통과 변화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슬럼프도 있었다. 관저품앗이와 신문사가 같이 일을 하는데, 관저품앗이는 마을 기업으로서 사업비를 지원받아 어려움이 덜 했다. 그 예산이 신문사까지 지원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자체 발행 예산이 절실했다. 2013년까지는 그럭저럭 발행에 문제가 없었다.

2014년, 발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관저 품앗이 공동체는 자체 논의를 거쳐 관저 품앗이와 관저마을신문사로 분리를 결정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도약기]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으로 우뚝 서다

"관저마을신문이 발행비가 부족으로 휴식기를 갖게 되었죠.  2014년 7월, 30호에서 멈추고 말았죠. 예산상 어려움이 때문이었어요. 이 일로 마을신문의 필요성을 재인식하며 발행과 지속성에 대해 깊게 고민했어요. 마을 안에서 소통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토론했죠. '마을신문이 지속적으로 발행되려면 어떤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할까?' 고민하다 법인 형태에 대한 조언을 듣고 결정하게 됐어요."

협동조합을 결정한 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중간에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운다 해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협동조합'이라고 믿었어요.  지금의 우리가 아니어도 마을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우리의 자리를 이어받아 관저동의 역사를 그려나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연합해서 보다 양질의 신문을 만들고, 마을과 마을이 연계하여 살기 좋은 마을 문화를 만들고 시민 의식이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고 싶어요.”
▲ 관저마을신문사 양금화 대표의 기사 작성 모습 “마을 공동체가 연합해서 보다 양질의 신문을 만들고, 마을과 마을이 연계하여 살기 좋은 마을 문화를 만들고 시민 의식이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고 싶어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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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표와 협동조합에게 2015년 3월은 특별했다. 관저마을신문사 협동조합으로 거듭난 까닭이다. 중단됐던 마을 신문이 다시 발행된 때문이다.

양 대표는 관저동에 사는 주민으로서 마을 발전을 위한 매개 역할로 마을신문의 필요성을 잊지 않았다. 마을신문 발행 중단은 삶의 에너지를 잃은 느낌이었다. 움직이고 싶었다. 헤쳐 나가고 싶었다. 1년 가량 옥탑방을 얻었다. 춥고 더웠다. 이곳에서 31호가 나왔다. 관저마을신문사는 31호를 간행하면서 협동조합으로서 완전 독립했다. 그리고 다시 관저마을 품앗이 공동체로 이사를 왔다. 현재 이사 두 달째, 양금화 대표는 소통과 변화를 목표로 마을기자들과 마을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신문 발행은 양 대표에게 삶의 힐링이었다.

신문을 발행하는 동안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 왔다. 특히 친정 엄마가 당뇨에 신장 투석으로 일주일에 세 차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양 대표는 10년 넘게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양 대표에게 신문사는 오히려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놀러오는 주민들을 반겨주고 주민들과 대화하고, 신문사는 양 대표에게 삶의 연결고리가 되어 존재했다.

주민들과 따뜻한 대화 속에 삶의 향기를 나누며 소통했다. 자연스럽게 관저동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신문을 통해서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소중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방, 정보 공유, 유익한 쉼터로서 공동체의 관계 맺기는 계속됐다.

마을신문, 특색 있는 마을을 소망하며

총 8면 월 1회 발행, 1만 부. 타블로이드 판형. 편집과 인쇄 비용 132만 원.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편집회의. 관저마을신문이 탄생하는 모습이다. 아쉽다. 현재 상주 기자에 대한 예산 지원은 전무하다. 광고 수입과 후원에 의존하여 발행비만 간신히 나오는 중이다.

가끔은 기자들이 몇 군데 강의료를 받아서 충당하고, 항상 허덕이고 있다. 대전에서 주민이 직접 만들고 배포하는 최초의 마을 신문이며 대전기네스에도 등재된 관저마을 신문사. 걱정없이 발행하는 방법은 없을까?

대안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가는 길을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영리가 목적이 아니다. 비영리성을 전제로 개인은 월 5천원~1만원, 상가는 월 2만원부터 후원할 수 있다. 현재 뜻있는 분들의 후원이 있긴 하지만 어려운 상태다. 양 대표는 재정적 어려움 없이 마을 신문이 발행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관저마을 신문사의 키워드는 ‘소통과 변화’이며 마을 자치에 참여하고 공생하는 게 목표다.
▲ 관저마을신문 창간부터 현재까지 관저마을 신문사의 키워드는 ‘소통과 변화’이며 마을 자치에 참여하고 공생하는 게 목표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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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변화를 위한 마을신문으로서 53호까지 오는 동안 '축하합니다. 칭찬합니다. 제보합니다.' 지면은 아주 유용하다. 시민들이 직접 제보하여 만들어지는 코너다. 동네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서 있는 공간이 없는 데다 버스가 오는 것도 안 보였다. 마을신문을 통해 제보됐다. 변화가 바로 이루어졌다. 이런 게 마을신문의 존재 이유라고 양 대표는 강조한다.

특히 작년부터 양 대표가 꾸준히 진행해 온 기사가 있다. 자생 단체(복지 만두레, 새마을 부녀회, 주민 자치 위원회, 방위 협의회 등 13개 단체) 및 관저 공동체 연합(관저마을신문, 관저 품앗이 카페, 해뜰마을 어린이 도서관, 서구 드림오케스트라, 청소년 교육공동체 꿈앗이, 한살림 관저 모임)을 인터뷰하고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주민 단체를 공동체로 이끌어 올해 10월경에 마을 축제를 열 예정이다. 마을은 따로 놀지 않는다는 게 양 대표의 신념이다.

양 대표는 이후 관저마을신문사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비영리 단체로서 신문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어 한다. 관저마을 신문사의 키워드는 '소통과 변화'이며 마을 자치에 참여하고 공생하는 게 목표다. 개인의 문제를 갖고 움직이고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을을 함께 가꾸며 관저동만의 특색을 지닌 마을로 발전하기를 꿈꾼다.

관저동에는 신생 공간으로 '마치 광장'이 있다. 양 대표와 주민들은 이 공간이 청소년을 위한 문화광장으로서 청소년 문화제, 쉽게 풀어보는 성교육, 영화 상영, 음악으로 어우러지는 한마당 등 청소년 교육 공동체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먹거리 외에 관저올레 프리마켓 등도 운영진으로 참여하며 광장 주변에서 수공예품과 벼룩시장을 열 예정이다. 마치광장 안팎으로 작은 축제 마당을 열어  지역 상권 활성화를 꾀하려 꿈꾸고 있다. 물론 관저마을신문사가 후원하고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양금화 대표는 강조한다.

"마을 공동체가 연합해서 보다 양질의 신문을 만들고, 마을과 마을이 연계하여 살기 좋은 마을 문화를 만들고 시민 의식이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고 싶어요."


태그:#관저마을신문사, #관저마을신문사 협동조합, #양금화 대표, #관저 품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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