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선수(자료사진)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 Wiki Commons


너무 긴 시간을 돌아왔다. 2014년 9월 1일(이하 한국 시각) 이후 무려 973일 만에 거둔 승리였다. 팀의 득점 지원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스스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첫 번째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5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시즌 5번째 선발 등판이었고, 4전 전패를 기록한 상황에서 다시 복귀 후 첫 승에 도전하는 경기였다.

경기의 시작은 불안했다. 1회초 첫 타자 세자르 에르난데스가 류현진의 공을 받아쳐 우중간으로 날렸고, 웬만한 우익수들이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다저스의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가 어설픈 수비로 잡지 못하는 바람에 뜬공이 될 타구는 3루타가 되었고, 결국 이로 인해 류현진은 1회에 또 실점하게 됐다.

그러나 류현진은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2회와 4회는 삼자 범퇴로 처리했고, 5회에는 인정 2루타로 출루를 허용했던 선두 타자를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과의 멋진 호흡으로 잡아내기까지 했다. 구속이 빠르진 않았지만 포수와의 호흡으로 피칭 로케이션을 적절히 조절하며 탈삼진을 9개나 잡아내기도 했다.

[키워드 1] '973일'

류현진이 마지막으로 승리했던 경기는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원정 경기였다. 당시 류현진은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당시 류현진의 마지막 승리는 엉덩이 근육 부상으로 시즌 2번째 부상자 명단에 있다가 복귀했던 경기에서 얻은 승리였다. 이후 류현진은 2경기에 더 등판했는데, 9월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원정 경기에서 어깨 통증으로 1이닝만 던지고 정규 시즌 등판을 마감했다.

다시 휴식을 취했던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 등판하여 호투했지만, 류현진의 어깨는 그 후 류현진을 사실상 2년이나 쉬게 했다. 어깨 관절경 수술과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 수술로 인하여 류현진은 2년 동안 메이저리그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어깨와 팔꿈치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은 류현진은 스프링 캠프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이며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팀 동료들이 류현진의 승리를 도와주지 못했다. 한 점도 지원 받지 못한 경기도 있었고, 류현진은 처음 4경기에서 4패 평균 자책점 4.64에 그쳤다.

그러나 이 날 경기에서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6회초 1사까지 2점을 지원했다. 사실 2점도 만족스러운 지원은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와 볼 배합으로 실점을 최소화한 류현진에게 2점의 지원은 충분했다.

게다가 다저스 타선은 추가 점수까지 내며 승리를 굳혔다. 류현진이 무려 973일 만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1점 차 리드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뒤, 다저스 타선은 6회말 앤드류 톨스의 스리런 홈런으로 점수 차를 4점으로 더 벌리며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줬다. 9회말 2사에서 다저스 불펜이 2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등판하며 더 이상의 위기는 없었다.

[키워드 2] '9탈삼진'

이 날 경기 초반에 류현진은 이전까지 4경기의 평균 구속보다 시속 1~2km 정도 속구 구속이 느렸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몸이 풀린 류현진은 어느 정도 구속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고, 포수 그란달과의 호흡도 안정을 찾아가며 2회부터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사실 류현진이 어깨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2년 동안 그와 호흡을 주로 맞췄던 포수는 A. J. 엘리스였다. 2016년 7월에 등판했던 한 경기에서도 호흡을 맞춘 포수는 엘리스였다. 당시 엘리스는 그란달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내줬지만, 복귀하는 류현진을 배려한 출전이었다.

그러나 지난 겨울 엘리스는 다저스를 떠나 마이애미 말린스로 갔다. 그란달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올 시즌 사실상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4경기에서 류현진의 구위가 크게 나쁜 것은 아니었고, 그란달과의 호흡은 등판을 거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 날 경기에서 류현진과 그란달의 호흡은 류현진이 2년 연속 14승을 거뒀던 시절을 연상하듯 안정적이었다. 이 날 메이저리그 경기 데뷔전을 치른 구심이 류현진이 던진 커브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다소 어려워하기는 했지만, 류현진은 결국 이를 극복했다.

류현진은 이 날 경기에서 3피안타 3볼넷으로 이닝 당 1명 꼴로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그란달과의 볼 배합이 인상적이었고, 5회에는 멋진 호흡으로 득점권에 있는 상대 주자를 견제로 잡아내기까지 하는 등 경기를 편하게 가져갔다. 그 결과 류현진은 5.1이닝 동안 무려 9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키워드 3] '93구'

류현진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서 복귀한 이후 다저스의 코칭스태프들에 의하여 철저한 투구수 관리를 적용 받고 있다.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어깨에 수술을 받았고, 2년의 공백을 거친 뒤 풀 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어 갑자기 무리하면 선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 2경기에서 류현진은 각각 77구를 던졌다. 2경기 모두 5이닝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겼던 상황이었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80구가 되기 전에 철저하게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이후 2경기에서 류현진은 모두 6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이 6이닝을 던지는 동안 각각 97구와 96구를 던졌다. 다른 투수들에 비해 시범경기 등판 시작이 늦었기 때문에 류현진은 시즌 개막 이후에도 투구수를 조금씩 늘려가는 중이다.

류현진은 6회초 1사까지 9탈삼진 1실점으로 안정적이고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때까지 투구수는 93구였는데, 충분히 이닝을 마무리할 기회를 줄 수도 있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류현진의 교체를 단행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100구 이상을 던졌던 마지막 경기는 2014년 9월 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 경기였다(114구).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13년에만 2번의 완투를 기록했는데, 그 2경기에서 각각 완봉승과 완투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부상자 명단을 2번 겪었던 2014년에는 완투 경기가 없었다. 2014년 등판했던 26경기 중 100구 이상을 던진 경기는 12경기였다. 그리고 어깨 때문에 2시즌을 통째로 쉬었던 투수에게 바로 100구 이상을 맡기는 것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관리다.

류현진이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방법으로는 이 날 2회 이후에 보여줬던 투구수 단축 피칭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1회에 실점을 허용하는 등 투구수가 다소 많았지만, 2회부터 투구수를 효과적으로 줄이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다저스는 당분간 클레이튼 커쇼(좌), 마에다 겐타(우), 브랜든 맥카시(우), 류현진(좌), 알렉스 우드(좌) 그리고 훌리오 유리아스(좌)까지 6인 로테이션을 유지한다. 리치 힐(좌)과 스캇 카즈미어(좌)가 복귀를 준비하는 상황이라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2경기 연속 호투를 기록한 류현진이 이러한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음을 의심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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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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