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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요 고용서비스 정책인 취업성공패키지(아래 취성패)가 민간위탁기관에 무분별하게 '외주화'되면서 제대로 된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성패는 정부가 시행 중인 대표적인 고용서비스 정책이다. 저소득층 등 취업 취약계층, 미취업 청ㆍ장년층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취성패는 '1단계 취업상담→2단계 직업훈련→3단계 취업알선'에 이르는 단계별 통합 취업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방향과 취지ㆍ정책 설계 등의 면에서 취성패는 뛰어난 정책이라고 평가된다.

청년구직자들, 위탁기관 상담 과정에 불만 많아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고용서비스 정책인 '취업성공패키지'의 지난해 불용액은 247억300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증액된 취업성공패키지 예산 약 358억원의 70% 수준에 달하는 액수다.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고용서비스 정책인 '취업성공패키지'의 지난해 불용액은 247억300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증액된 취업성공패키지 예산 약 358억원의 70% 수준에 달하는 액수다.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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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취성패의 내실화 여부를 따지고 들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6년 취성패 예산 중 다 쓰지 못하고 남은 불용액은 247억3000만 원(참여수당+위탁사업비+운영비). 이는 추경예산을 통해 증액된 취성패 예산 약 358억 원의 70% 수준에 달하는 액수다. 2015년에는 불용액이 추경예산 증액분보다 많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취성패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여자들이 불만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취성패를 수행하는 민간위탁기관의 무성의한 상담 과정이다. 취성패 참여자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청년층 참여자들 사이에서 위탁기관의 무성의한 상담을 두고 이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수의 참여자들은 위탁기관 소속 상담사들이 취업실적을 올리는 데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연구원이 지난 2015년 12월 전국 18~29세 7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취성패가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39%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취성패 만족도는 6.11점으로 정부의 취업 지원정책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취성패 '외주화'되며 위탁사업비 1천억 원대로 급증

위탁기관의 증가 폭이 컸던 시기는 취성패가 본격적으로 '외주화'되기 시작한 지난 2015년. 이때부터 미취업 청ㆍ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취성패 Ⅱ유형의 사업물량이 모두 민간에 위탁됐다.

위탁기관이 증가하면서 취성패 예산의 상당 부분이 위탁사업비로 책정되고 있다. 청년정책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위탁사업비 실집행액은 1315억11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취성패 예산 총액(3493억6200만 원, 추경 포함)의 37.6%를 차지했다.

위탁기관은 참여자들의 취업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위탁기관의 2/3가량은 영리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토대로 하는 민간기관이 다수인만큼 단순취업률을 높이려는 유인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참여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연결해주기 위한 책임 있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앞선 자료를 보면 2016년 취성패 종료자 10명 중 4명가량은 월평균 임금이 150만 원 미만인 곳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평균 임금 150만 원'은 고용노동부가 설정한 '나은 일자리'의 기준선이다.

참여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적합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고용유지 현황을 봐도 드러난다. 같은 기간 취성패 종료자의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절반 수준을 넘지 못했다. 즉, 취성패에 참여해 1년 이상 근무할 만한 나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셈이다.

정부의 주요 일자리정책이 민간위탁기관에 의해 수행되면서 국가 예산이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주요 일자리정책이 민간위탁기관에 의해 수행되면서 국가 예산이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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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수수료 지급 체계 개편됐지만, 효과 장담 못 해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단순취업률 중심의 성과관리 체계를 운용해왔던 점을 지적하며, 사업효과를 높이기 위한 성과지표 개발을 주문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위탁기관 수수료를 참여자의 구직기간과 월 급여에 따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청년정치크루가 개편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개편된 내용 역시 참여자에 대한 책임 있는 서비스를 담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청ㆍ장년층이 참여하는 취성패 Ⅱ유형을 보면, 참여자가 '6월 이내'에 '월 급여 140만 원 이하'인 직장에 취업했을 경우와 '12월 이내'에 '월 급여 180만 원 이하'인 직장에 취업했을 경우의 위탁수수료가 동일하다. 위탁기관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취업이 용이한 월 급여 140만 원 이하의 직장으로 참여자들을 연결하는 것이 비용 대비 수익 면에서 더 유리한 것이다.

국회에서도 2017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7년도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를 통해 "구직준비기간이 지날수록 민간위탁기관이 받는 수수료가 줄어들게 되어 민간위탁기관은 구직자를 장기간이 소요되는 직업훈련, 인턴 등에 참여시키지 않고 조기에 취업하도록 유인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실효성 낮은 3천억 원대 일자리정책, 대선후보들의 대책은?

물론 취성패 사업물량이 증가하면서 당초 취업 취약계층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위탁기관이 겪게 된 혼란과 부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취성패 확대 과정에서 정부가 무분별하게 일자리정책을 외주화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는 것만큼 기존의 주요 정부 정책에 대한 유지ㆍ개선 방안을 밝히는 것도 선거 정국에서 충분히 논의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의 정책공약 중 취성패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취성패는 올해에만 3304억7800만 원이 편성된 정부의 주요 고용서비스 정책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책의 효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다. 정부의 책임 아래 시행했어야 할 공공서비스 정책을 민간에 무분별하게 떠넘긴 대가는 고스란히 구직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저는 청년정책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에서 ‘크루’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취업성공패키지, #고용노동부, #민간위탁기관, #일자리, #고용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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