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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도왔고, 지난해 총선에서는 더민주 비대위 대표로 선거를 이끌었다. 이후 문재인 후보가 더민주 대선 주자로 확정되자 탈당해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안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그의 네 번째 선택이다.

"국민의당 소속 아니야, 선거운동 나설 시간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당선을 돕기로 결정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통합과 개혁을 위한 공동정부 구성 업무를 맡아달라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요청에 따라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회를 오늘부로 가동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안철수 요청 응한 김종인 "오늘부로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회 가동하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당선을 돕기로 결정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통합과 개혁을 위한 공동정부 구성 업무를 맡아달라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요청에 따라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회를 오늘부로 가동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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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전 대표의 태도는 모호하다. 그는 이날 공동정부 구상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의 선거운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공동정부추진위는 국민의당에 소속된 기구가 아니다. 소속도 아닌데 그럴 시간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5월 10일부터 바로 국정운영을 시작해야 한다"라며 "내각 구성에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당장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안 후보의 당선에 대비해 사전에 준비를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김 전 대표는 또 안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3자 단일화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현재 단일화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논의를 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공동정부 추진을 담당할 사람으로 단일화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는 후보 개개인의 문제라 밖에서 제3자가 뭐라 이야기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역시 당장의 후보 단일화가 아닌, 안 후보의 당선 이후 타 정당과의 공동정부 구성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 같은 김 전 대표의 태도에 당장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핵심관계자는 "김 전 대표와 함께 하려고 했으면 진작에 했어야 한다"라며 "지지율이 떨어지고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손 내미는 모습은 보기 안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왕 함께 하기로 했다면 김 전 대표가 안 후보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라며 "김 전 대표에게 (공동정부 구성을) 맡긴 것은 결국 보수층에게 메시지를 주려는 것인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공동정부 구성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에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안 후보가 여기까지 올 때까지 김 전 대표는 무엇을 했나? 아무리 역량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동안 우리 당과는 다른 길을 걷던 사람에게 그런 권한을 준다는 것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홍준표도 공동정부 대상? 시작부터 엇박자

김 전 대표와 안 후보의 말도 부분적으로 엇갈렸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차기 정부 내각 구성에 관해 "개혁공동정부는 모든 반패권세력을 포괄해 구성될 것"이라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참여 가능 여부에도 "모든 정파를 어우르는 것이라 어디를 특별하게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전 대표 측근인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도 홍 후보에 대해 "적폐세력,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라든지, 친박(친박근혜) 패권세력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오히려 자기는 10년간 친박 때문에 핍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그렇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분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김 전 대표는 홍 후보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내 '비박'(비박근혜)세력과는 함께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는 30일 경기도 수원 지역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홍 후보는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제가 이미 대선후보 사퇴를 요구한 홍 후보는 공동정부의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의 구상과 안 후보의 인식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부분이다.

개헌 방향에도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8년 개헌을 통해 2020년 7공화국 수립"을 개혁공동정부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다시 말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2020년에 총선과 대선을 새로운 정치체제로 함께 치르겠다는 이야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 동안구 범계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국민이 이깁니다’ 국민승리유세에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부인 최명길씨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대선 승리 다짐하는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경기도 안양 동안구 범계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국민이 이깁니다’ 국민승리유세에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부인 최명길씨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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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도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안 후보는 임기단축 개헌을 수용할 것인지 묻는 기자 질문에 "국회 논의 결과를 따르겠다"라고 말했다. 일면 임기단축 개헌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해석되지만, '임기단축 개헌'이라는 말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꺼리는 모습이다. 

김 전 대표의 회견 이후 안 후보 측 관계자 역시 "대통령 임기 단축은 김 위원장의 구상이지 확정된 안은 아니"라며 "개헌 사항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그것을 수용하겠다는 게 안 후보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후보가 직접 임기단축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개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기단축 등 여러 가지 사안이 함께 논의되는 것이지 그걸 못 박고 가면 오히려 지지층이 실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수 후보들은 관심 없는 공동정부

이러한 상황에서 안 후보 측이 '김종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그의 공동정부 구상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차기 정권에서도 공동정부를 통해 보수의 몫을 챙길 수 있고 또 개헌을 통해 3년 후 재집권 가능성이 열린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수층 지지를 3등분 하고 있는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모두 안 후보와 김 전 대표의 구상에 반감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29일 오전 경남 김해 김수로왕릉 앞 왕릉공원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지난 29일 오전 경남 김해 김수로왕릉 앞 왕릉공원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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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후보가) 아무리 대통령을 하고 싶다지만 상왕에 태상왕까지 모시고 3년짜리 대통령이 되려고 무리하는 것은 자신의 유약함만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참 딱하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안(후보)을 넘어 (자신과 문 후보의) 양강구도로 가 있는데 김종인 전 대표께서 한나라, 민주당으로 떠돌다가 다시 국민의당으로 가서 공동정부 운운하며 보수우파 정권수립의 동력을 약화시키려고 한다"라며 김 전 대표를 비난했다.

유승민 후보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 때까지는 그냥 내 갈 길을 가고 더 이상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겠다"라며 "어차피 대선이 끝나면 그런 얘기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선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정부 구상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두 후보가 당장 안 후보와 김 전 대표의 공동정부 구성에 참여하거나 지지를 표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대표의 차기 내각 구성안에 설령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인사가 포함되더라도 그 효과는 불분명하다.

또 김 전 대표가 돕는다고는 하지만 안 후보를 평가하는 지점에서는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안 후보 비난을 많이 했다. 극단적 말도 한 기억이 난다"라며 "지금 대통령 후보를 봤을 때 최선의 후보는 없고, 차선도 별로 없다. 차차선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전에 안 후보를 향한 자신의 비판이 여전히 유효하며, 안 후보는 최선도, 차선도 아닌 차차선의 후보라는 말이다. 자신이 차차선이라고 평가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라는 메시지가 과연 유권자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태그:#김종인, #안철수, #공동정부, #문재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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