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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정치인, 대통령이 경제를 좀 알고 조치를 취했으면 좋은데 그러지 못했어요. 사람 하나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왔다 갔다 하는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경고를 듣지 않고 무시했습니다."

1998년 국회 아이엠에프(IMF)환란특별위원장을 맡아 위기의 책임을 가리는 청문회를 주도했던 장재식(82)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28일 SBSCNBC 방송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당시 조사에서 확인한 '가장 중요한 진실'이 이것이라고 말했다.

적재적소에 사람 쓰고 전문가 의견 들어야

▲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하는 장재식 전 장관.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하는 장재식 전 장관.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 장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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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장관은 "97년 당시 우리 정부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환율(원화가치 상승)을 억지로 유지하는 정책을 써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줄고, 국민들의 해외 소비는 늘며, 기업들이 과도한 해외 융자를 들여오게 만들었다"며 회고했다. 그는 "이런 정책의 문제점을 전문가들이 경고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전문가들이 잘못된 환율정책, 방만한 기업투자, 지나친 금융규제완화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대통령이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전 장관은 "대통령은 능력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써야 하고, 항상 관심을 갖고 전문가들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겨루는 주요 정당 후보들에 대해 "경제 공약이 치밀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소기업 살리려면 대기업이 납품단가 올려줘야

▲ 장 전 장관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 장 전 장관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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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장관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대기업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물품의 80% 가까이가 중소기업 하청을 통한 것인데 대기업들이 말로는 협력업체라고 하면서 실제로 협력은 안 한다"고 꼬집었다. 납품원가에 적어도 5~6%의 마진(이윤)을 얹어주어야 중소기업도 성장할 수 있지만 실제 마진은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장 전 장관은 "대기업들의 이익이 조금 줄더라도 자기들을 위해 일하는 중소기업을 배려하도록 정치권과 정부가 대기업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 우대 정책과 불필요한 규제의 철폐,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력집중과 정경유착으로 개혁의 표적이 되고 있는 재벌에 대해서는 "불법에 대해서는 엄단하되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 대신 (사회적인) 설득과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잠재력 있지만 대응준비 늦은 '4차산업혁명'

▲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 준비가 늦었다고 지적하는 장 전 장관.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 준비가 늦었다고 지적하는 장 전 장관.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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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등의 기술 혁신이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4차산업혁명'대해 장 전 장관은 우리나라의 대응이 늦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가 우리나라에 대해 이 분야에서 앞서갈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실제 국가적인 투자는 매우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 2013년 기준 세계 인공지능 로봇 중 43.5%를 만들고, 해당 분야 투자액이 2015년 약 6조 원에 이어 2020년 24조 원으로 전망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투자액이 2천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4차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지 않으면 세계 경제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캠브리지대 700년 역사상 첫 형제교수를 길러낸 아버지

▲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함께 일하는 장 전 장관의 두 아들, 장하준(왼쪽)과 장하석 교수.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함께 일하는 장 전 장관의 두 아들, 장하준(왼쪽)과 장하석 교수.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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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장관은 영국 캠브리지대 7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형제 교수'가 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파헤친 <나쁜 사마리아인>, <사다리 걷어차기> 등의 저자로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아 온 장하준(54·경제학) 교수와 '과학철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카토스 상을 최연소 수상한 장하석(50·과학철학) 교수가 그들이다.

그는 두 아들을 어떻게 가르쳤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이렇게 해라 하는 것은 없었고, (아버지가) 늘 밑줄을 쳐가며 책을 읽는 모습이 본보기가 되지 않았나 짐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형제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 운동할 것, 남을 사랑할 것, 그리고 다양한 취미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고 회고했다.

장 전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두 아들의 비범했던 어린 시절을 소개하기도 했다. 장하준 교수는 초등학생 때 집 근처 대학교 도서관에서 매일 책을 빌려다 시간 당 200 페이지 이상을 읽었다고 한다. 또 장하석 교수는 중학생 때 우주에 대한 책 <코스모스>를 원서로 12번 읽고 저자인 칼 세이건 당시 미국 코넬대 교수에게 편지로 질문을 보내 답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제정임, #문답쇼, #단비뉴스, #장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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