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는 난적 바이에른 뮌헨을 따돌리며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축구의 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다. 호날두는 바이에른 뮌헨과 8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승리를 안겼고, 2차전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준결승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호날두는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바르셀로나와 '엘 클라시코'에서는 침묵했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가 멀티골을 터뜨리며 바르셀로나에 승리를 안기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했다. 뮌헨전에서의 날카로운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8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포 가동에 실패했다.   

그날 경기 결과에 따라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승점 동률을 이뤘다. 레알이 리그 우승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들을 모두 승리해야 하는 상황. 레알은 만만찮은 발렌시아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호날두가 정석에 가까운 헤딩슛으로 선취골을 터뜨렸고, 지난 경기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듯했다.

그런데 호날두는 후반 9분 루카 모드리치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특히, 발렌시아의 골문을 지키는 디에고 알베스를 상대로만 무려 3번째 페널티킥 득점 실패였다. 호날두가 추가골 기회를 놓치자 레알은 위기를 맞이했다. 레알은 후반 35분 다니 파레호의 환상적인 프리킥이 자신들의 골망을 출렁이면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칠 위기에 놓였다.

PK 실축한 호날두를 살린 '주연' 마르셀로

'패스 마스터'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없었다면, 메시는 '축구의 신'으로 등극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 조율과 중원 장악력, 패스로 공격수의 결정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들이 존재했기에 메시는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루이스 수아레스와 네이마르 등 득점에 대한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메시는 존재할 수 없었다.

호날두도 마찬가지다. 그가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터뜨리고, 메시의 유일한 라이벌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그 못지않은 동료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레알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카림 벤제마와 호날두의 후계자로 불리는 가레스 베일, 중원 사령관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 등이 없었다면, 호날두가 축구사에 남긴 기록은 지금처럼 빛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호날두가 중앙에서 득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마르셀로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르셀로는 자신의 포지션에 국한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측면 수비수인지 공격수인지 알 수가 없다. 레알에는 사자 머리를 한 선수가 수비와 공격에 한 명씩 존재하는 것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그의 활동량은 엄청나다.

호날두 못지않은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측면 공격을 완벽하게 봉쇄하고, 브라질리언 특유의 유연함과 드리블 능력을 뽐내며 상대 진영을 휘젓는다. 왼쪽 풀백의 '전설' 호베르투 카를루스에 버금가는 슈팅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그 못지않은 크로스 능력으로 호날두와 벤제마의 득점을 만들어낸다.

승점 3점이 절실했던 발렌시아전에서도 마르셀로의 활약은 돋보였다. 바르셀로나 출신 무니르 엘 하다디와 루이스 나니의 측면 공격을 완벽하게 봉쇄했고, 차원이 다른 스피드와 활동량을 뽐내며 상대 측면 수비에 부담을 더해줬다. 박스 안쪽으로의 과감한 침투와 슈팅 시도로 호날두에 집중된 수비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레알의 승점 3점이 1점으로 바뀔 위기에 놓인 후반 40분. 마르셀로는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기를 선택한다. 우측면의 크로스가 조금 길었던 것이 달려 들어온 마르셀로에게 향했고, 그는 간결한 드리블과 침착한 슈팅으로 발렌시아의 골망을 갈랐다. 호날두의 PK 실축에 대한 아쉬움을 날려버리고, 승점 3점이 간절했던 팀에 승리를 선물한 기막힌 득점이었다.

레알은 마르셀로의 결승골이 선물한 승점 3점으로 2위 바르셀로나에 승점 3점 앞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아직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상황은 아니지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과 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 생긴 여유는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느껴진다. 올 시즌 리그 첫 맞대결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긴 세비야와의 경기도 남은 만큼, 승점의 우위가 가져다주는 안정감은 큰 힘이 된다.  

호날두의 득점력이 살아난 데다 마르셀로와 크로스, 모드리치 등 핵심 자원들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레알의 우승 가능성을 높여준다.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력만 유지한다면,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 트로피는 레알이 들어 올릴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꿈의 구단 레알 마드리드. 그 중심에 '축구의 신' 호날두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세계 최고를 넘어 역대 최고의 풀백으로 성장한 마르셀로,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이끄는 중원, '극장골 제조기' 세르히오 라모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카세미루 등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동료들이 없다면, 지금의 호날두와 레알은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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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VS 발렌시아 마르셀로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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