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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수상] 작은 씨앗의 위대함

17.04.29 22:3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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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수상] 작은 씨앗의 위대함

 이 무렵부터 상추, 고추, 오이, 호박 등의 봄채소류, 벼, 조, 수수, 기장, 율무, 옥수수 등의 곡류,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 접시꽃 등의 원예 식물 등의 씨를 뿌리거나 심는 파종의 시기가 시작된다. 지금은 또 냉이, 민들레, 할미꽃 등의 이른 풀들이 씨를 성숙시켜 퍼뜨리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조금 있으면 또 다른 식물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늦여름과 가을에는 대부분의 식물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이들 씨앗들은 인간이 뿌린 것이든 스스로 퍼뜨린 것이든 싹을 내고 자라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서 퍼뜨리는 일을 해마다 반복한다. 이처럼 씨앗은 스스로 퍼지거나 인간에 의해 파종되어 묻힌 곳의 온도와 습도가 맞으면 싹을 틔워 성장한다.
   씨앗이 땅에 묻혔다가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더 많은 씨앗을 만들어 퍼뜨리는 일은 본래 자연에서 차질이 없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식물들의 씨앗들은 자기 스스로 알아서 일반적으로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여름에 성숙시켜 가을에 지상에 더 많은 씨앗들을 퍼뜨리면 이들이 가사(假死) 상태로 겨울을 났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싹을 틔우고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해마다 변함없이 순환한다. 이런 방식으로 식물들은 자신들의 개체수를 늘려나간다. 그리고 인간은 식물들의 이런 속성을 파악하여 씨앗이나 씨앗을 품고 있는 열매를 자연에서 채취하던 데에서 나아가 아예 체계적인 재배를 통해 이들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이 관찰과 연구를 통해 겨우 알아낸 것을 씨앗은 눈, 귀, 코, 혀, 피부와 같은 감각기관도 없이, 어떻게 알아서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고 땅이 풀리면 제 때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키워서, 가을에 땅에 퍼뜨리며, 또 그 2세대의 씨앗들은 어떻게 해서 가사 상태로 겨울을 나면서 봄을 기다리다가 봄이 되면 차질 없이 깨어나게 되는 걸까? 씨앗은 조건이 적당하면 물과 산소가 씨껍질을 지나 안으로 침투되어 새로운 식물체가 자라기 시작하는데 그 조건이 적당하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조그마한 씨앗이 봄이 되면 싹을 내고 자라서 거대한 나무가 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탐스런 열매를 생산하는 일은 불가사의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은 흔히 매우 작고 보잘 것 없는 씨앗이라는 존재다. 씨앗은 생명의 근원이고 연속이며 그 역사이기도 하다. 아니 씨앗은 대우주를 품은 소우주다. 작은 씨앗 속에 앞으로 자라서 크게 될 성장한 나무나 풀이, 그 나무나 풀이 피어낼 꽃과 잎이, 그 꽃이 맺고 잎과 뿌리가 키울 열매와 씨가 예정되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씨를 통해 이 위대한 생명의 역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씨앗이란 얼마나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인가! 씨앗은 "인간이 창조 할 수 없는 / 오묘한 생명의 섭리 / 온통 푸름으로 빛나게 펼쳐놓고 / 다음 세대를 여는 / 만고(萬古)의 역사를 쓰고 있다."[채홍조, <씨앗> 중에서].
   씨의 신비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적당히 익은 씨앗은 자신을 퍼뜨리기 위한 여러 전략을 택하고 있다. 어떤 것은 소화될 수 없는 껍질 속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열매의 냄새와 색깔과 맛으로 동물을 유인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날개를 달기도 하고, 어떤 것은 동물의 털에 붙기 위해 가시나 갈고리나 억센 털을 달기도 하고, 어떤 것은 물에 떠가기 위해 공기를 저장하거나 코르크질의 열매로 씨를 감싸기도 하고, 어떤 것은 용수철처럼 생긴 부속체로 씨앗을 멀리 튕겨 보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땅에 떨어진 후 비가 오면 땅을 잘 파고 들어갈 수 있도록 나선형 모양의 나사돌리게 장치를 달기도 한다. 씨앗들이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 알아서 이런 전략들을 택하게 되었는지도 매우 불가사의한 일이다.
   씨앗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행한다. 씨앗은 작지만 지상의 그 어떤 존재 못지않게 위대하다. 우리 인간은 씨앗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겨우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씨앗은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라는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그러한 능력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씨앗은 스스로 터득하여 실행하는 능력을 우리 인간은 갖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아직도 그 능력을 어떻게 보유하고 발휘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신비를 자연의 섭리라고 말한다. 이 씨앗의 신비로운 힘에 의해서 또는 자연의 섭리에 의해서 지상의 동물들과 인간들이 굶주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다. 씨앗이 가진 이 섭리가 동물들에게는 얼마나 큰 행운이고 축복인가! 사이즈는 가로 1280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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