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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만개의 촛불에는 정의와 민생을 살리라는 요구가 담겼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촛불대선에서 정의와 민생은 실종되고, "주적이 누구냐"는 구시대적 색깔 공세만 난무합니다. 국민들은 오히려 그들에게 묻습니다. 진짜 주적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오마이뉴스>는 몇 차례에 걸쳐 '지금, 내 삶의 주적은 누구인가'를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27일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송림초교 뉴스테이 반대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7일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송림초교 뉴스테이 반대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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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다. 송림초등학교도 같이 다녔다. 같이 뛰어 놀고 했던 사이인데…. (뉴스테이 사업을) 수정해서 가자 해야지, 잘못된 부분을 (말할) 길을 막아버리면 안 된다. 뉴스테이는 미국에서 했던 건데 (사람 사는 곳이 아닌) 허허벌판에 집을 짓는 거다."

지난 27일 그는 허탈한 말투로 이 같이 말했다. "지금 삶의 '주적'은 누구냐"고 물으니 곧바로 "구청장"이라고 답했다. 시장을 만나 뉴스테이의 잘못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면담 신청한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인천광역시 동구 송림동 주민자치위원장이자 송림초교 뉴스테이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운혁(61)씨. 그는 송림초 인근에서 자그마한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세입자다.

최 부위원장은 뉴스테이 문제를 외면한 대선 후보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뉴스테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대선 후보도 있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재생주민참여, 차라리 저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뉴스테이 반대 세입자인 내 삶의 주적은 '구청장'

뉴스테이는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지난해 도입된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사업자는 주택도시기금 저리 융자 등을 지원 받는다. 입주자는 최소 8년의 거주기간을 보장받으며,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하로 제한된다. 송림초 인근 뉴스테이 사업은 일부 원주민들의 반대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뉴스테이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토지 등 소유자는 이 아파트를 가질 수 있는 분양권과 현재 가진 토지 등에 대한 현금보상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토지 등 소유자 가운데 일부는 3.3㎡당 400만원의 평균 보상가로는 3.3㎡당 700만원이 훌쩍 넘는 아파트에 들어가기 어렵다며 뉴스테이를 반대하고 있다. 세입자 중 2007년 이전부터 거주한 이는 일정 이주비를, 이후부터 거주한 이는 이사 비용만 받을 수 있는데 일부는 이에 대한 불만으로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최 부위원장과 함께 뉴스테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영자 부위원장(여, 63)은 "동구청장도 적이고, 시장도 적"이라며 "주적이 어디 있나, 다 나한테 해로우면 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소리는 (대선 토론에서) 하면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부위원장은 "(동구청장 등이) 우리를 못 살게 쫓아내니까 주적"이라며 "우리 시민들은 인천도시공사, 인천시, 동구청이 하는 사업이니까 믿고 동의를 해준 것인데 이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언급했다. 이따금 화장지로 눈물을 훔치던 그는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주적이고 무슨...정치 잘못하면 촛불집회 금방 터질 것"

인천 동구 송림동에 송림초교 뉴스테이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인천 동구 송림동에 송림초교 뉴스테이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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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주적이. 지금 주적이고 무슨. 그러니까 보수 정당에서는 안보 싸움 밖에 할 게 없다. 대통령이 진짜 이북한테 퍼주고 그러면 또 가만 있겠는가 국민들이? 이제 탄핵 한 번 해봐서, 다음 대통령이 함부로 못할 거다. 정치 잘못하면 광화문 촛불집회 금방금방 터질 거다."

인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같은 날 오전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송림초 인근 주민 신아무개(57, 여)씨는 "대선 토론회를 봤는데 (민생) 그런 얘기는…(없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에게 '주적'이 누구냐고 물었다.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하던 그는 이내 "뉴스테이를 만든 사람"이라며 "솔직히 말해 박근혜를 지지했는데, 뒤통수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씨는 "사업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이런 식으로 서민들을 잡아 먹는 것이다"라며 "우리는 잡아 먹혔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라리 송림초 뉴스테이를 폐지하는 편이 더 좋다고 했다. 신씨는 "송림초 주변에서 30년 넘게 살았고, 20년 전 지금 집을 지을 때 평생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돈을 들여 튼튼하게 지었다"며 "아직 금이 가거나 문틈이 뜯어지거나 하지도 않아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서 신씨를 돕던 송림초 주변 주민 강아무개(여, 53)씨도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주적'을 묻는 질문에 강씨는 "다 짓밟아 버리고 싶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인천시와 동구를 위해 열심히 해달라고 뽑아줬는데 그러면 없는 분들까지 좀 챙겨서 해줘야 한다"며 "그런데 결과가, 없는 사람들만 짓밟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상금으로 타 구역 이사, 아파트 분양 힘든 사실은 인정"

인천시 관계자는 "이 사업의 경우 초기 투자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사업 시행사인 인천도시공사가 부채에 시달리고 있고 수익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천 도시공사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동구청 관계자는 "종전자산평가(보상가)가 적게 나온 것에 대해서는 저희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감정평가업자가 하는 부분"이라며 "(이 보상가로) 타 구역으로 이사를 간다든지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것이 힘든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상을 하기 위한 감정평가를 현재 다시 진행 중인데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막막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동구 송림동에 송림초교 뉴스테이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인천 동구 송림동에 송림초교 뉴스테이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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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뉴스테이, #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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