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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선원 법당에서 지장참회 천일정진 중인 법현 스님
 열린선원 법당에서 지장참회 천일정진 중인 법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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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선원 법당에서 지장참회 천일정진 중인 법현 스님
 열린선원 법당에서 지장참회 천일정진 중인 법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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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던 지난 4월 17일이었습니다. 열린선원 법당에선 무상법현(아래, 법현) 스님이 지장참회 천일정진 중이었습니다. 2015년 6월 1일부터 정진을 시작했으니 686일째입니다. 지장보살은 미륵불이 나타날 때까지 육도(六道)의 중생들을 구원하는 대비보살(大悲菩薩)로 고통을 받는 모든 중생들이 성불하기 전에는 자신도 성불하지 않겠다는 보살입니다. 그럼요, 혼자 잘살고 혼자 성불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스님의 지장참회 천일정진이 가슴을 적신 것은 이 때문일 것입니다.

가난해서 병들어 죽고 돈과 권력의 노예로 어리석게 살다 죽은 중생들을 위해 비는 스님의 독경 소리가 귀청을 열었습니다. 다 알아 듣지는 못해도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으니 가슴이 열립니다. 저잣거리의 가난하고 못 배운 대중들에겐 난해한 법문보다 쉽고 재미있는 설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인도의 싯다르타도, 중국의 고승들도 민중의 언어로 대중들을 가르쳤는데 이 땅에선 왜 어렵게 설법해야 합니까. 법현 스님은 쉽고 재밌는 설법 예찬론자입니다.

 법현 스님이 '윤회금지' 작품 소개에 이어서 '약사여래' 청동불상과 맺은 인연에 대해 소개했다.
 법현 스님이 '윤회금지' 작품 소개에 이어서 '약사여래' 청동불상과 맺은 인연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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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을 마친 스님이 세 개의 특별한 물건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물건은 김영수 조각가가 기증한 유턴금지 도로표지판처럼 그려진 '윤회금지'라는 작품입니다. 스님은 "괴로운 씨앗을 뿌려서 업을 쌓는 어리석은 중생들이 어쩔 수 없이 태어나는 게 윤회"라면서 "부처의 가르침은 윤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윤회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라며 윤회의 본뜻을 강조했습니다. 윤회금지 표지판을 법당 우편에 설치한 것은 쉽게 알아먹으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물건은 청동불상 '약사여래'(藥師如來)입니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모든 병을 고쳐준다는 부처인데 스님과 맺은 인연이 묘합니다. 이 청동불상은 기독교 장로인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불교부인회 초대회장 최성실씨에게 기증했고, 최씨는 이를 딸에게 주었고, 어머니에 이어 불교부인회 회장을 지낸 따님이 스님에게 선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님은 "법란(法難)으로 태고종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해친 인물(이승만)이 선물한 불상이 흐르고 흘러서 저에게 왔다"며 특별한 인연이라고 말합니다.

세 번째 물건은 교회 예배에서 사용하는 십자가 달린 금빛 원형 종입니다. 스님은 이 종을 골동품 판매점에서 구했답니다. 판매상이 권한 것은 불상이었는데 금빛 종이 보기도 좋고 소리도 좋아서 구입했다고 했습니다. 십자가 종을 왜 불당에서 사용하느냐고 질문하자  "불교에서 모든 것은 무아(無我)"라면서 "십자가(十字架)나 만(卍)자가 새겨진 성구들이 다만 예배에서 상징물로 사용될 따름"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합니다. 스님의 말씀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습니다.

12년째 저잣거리 포교하고 있는 '법현' 스님과의 10문10답

 법현 스님.
 법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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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출가한 뒤 동국대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스님은 올해로 32년째 수행 중입니다. 2005년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허름한 상가 2층에서 '열린선원'을 시작한 이래 12년째 저잣거리 포교를 하고 있습니다. 태고종 부원장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상임이사 등을 지낸 스님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장과 국가 생명존중헌장제정위원 등을 역임하고 탈핵운동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5월 3일)을 앞둔 4월 17일 열린선원에서'즉문즉설'(卽問卽說)로 10문10답을 주고받았습니다.

1. 태고종으로 출가한 이유가 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불교학생회 포스터를 보고 찾아갔습니다. 그날이 음력으로 12월 7일, 싯다르타가 수행 6년 만에 석가로 거듭나기 전날이었는데 부처님 닮기 위한 밤샘 참선을 했습니다. 밤을 새웠는데도 기분이 좋고 편안해서 불교에 귀의했어요. 가난한 부모님이 외아들인 저를 가르치려고 화순에서 평택으로 이사했는데 4년간 중앙대가 있는 흑석동까지 편도 3시간 걸려 통학하면서 기차 안에서 포교를 했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태고종 총무원에 취직하면서 태고종이 원래 불교 주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가난한 부모형제를 버리지 않고도 출가할 수 있어서 태고종 승려로 출가했습니다. 저희 종단 스님들은 혼인과 독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 은사스님도 독신 비구스님이었습니다."

 지장참회 천일정진 중인 법현 스님.
 지장참회 천일정진 중인 법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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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허름한 재래시장에서 저잣거리 포교를 하시는데 가슴 아픈 일은 없었나요.
"한국에 돈 벌러 온 네팔 노동자 형제 중에 형이 불귀의 객이 됐습니다. 형을 잃고 슬퍼하는 동생 불자를 위해 49재를 무료로 해준 적이 있습니다. 매번 그럴 순 없지만 가난한 불자가 요청하면 극락왕생을 빌어주려고 합니다. 걸인이나 노숙자들이 열린선원을 자주 찾아오는데 그것은 불전함의 천 원짜리들을 그들 몫으로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청소하며 어렵게 사시는 나이든 보살이 있는데 열린선원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는 중에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주거의 고통에서 벗어났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제가 행복해졌습니다. 저잣거리에서 가난한 대중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일은 생로병사의 아픔과 함께하는 일입니다."

3. '열린선원' 입구에 교회가 있는데 사이좋게 지내십니까.
"몇 년 전에 태풍이 왔습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밖에 나가보니 교회 십자가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주어서 갖다 드려도 되지만 자칫 스님이 훼손했다고 오해하거나 기독교가 우습게 됐다고 받아 들일까봐 목사님께 정중하게 알려드렸더니 목사님과 교인들이 좋게 받아들였습니다.

또 한 번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웃 사람이 괴로운 일이 있었던지 술을 잔뜩 마시고는 통성으로 기도하는 교회 문을 걷어차면서 조용히 하라고 했다면서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냐고 목사님이 고민을 의뢰했어요. 그래서 '그 사람 좋아하는 맥주 몇 병 가지고 가서 달래라고' 코치했더니 문제가 쉽게 풀렸어요. 그런 이후로 관계가 더 돈독해졌어요. 기독교와 불교가 다르긴 하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뜻은 같으니 다툴 이유가 없지요."

종교평화와 탈핵운동에 앞장 선 법현 스님 "종교간 평화 대단히 소중"

 종교계의 마당발 법현 스님이 "기독교와 불교가 다르긴 하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뜻은 같으니 다툴 이유가 없지요."라고 말했다.
 종교계의 마당발 법현 스님이 "기독교와 불교가 다르긴 하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뜻은 같으니 다툴 이유가 없지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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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을 지냈고 '성공회대' 채플강사로도 활동하는 등 종교평화를 위해 종교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종교계의 마당발로 불리십니다.
"대문호인 괴테는 '하나만 아는 사람은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했고, 종교학의 아버지 막스 밀러는 '한 종교만 아는 사람은 종교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수행과 전법을 펼치는데 불경과 부처님만 알아서는 불교를 효율적으로 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종교 간의 대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내가 그였는지 그가 나였는지 모르기에 우리는 서로를 아껴줘야 합니다.

교회와 성당, 사찰을 오가면서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신앙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서로를 배타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공회대 총장님인 이정구 신부님의 요청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채플 강의를 하면서 성공회의 포용능력에 감탄했습니다. 저도 '불신지옥 예수천국'을 외치는 전도인에게 공격당한 적이 있는데 그런 방식은 기독교의 품격을 훼손시키고 전도에도 방해가 됩니다. 분단과 분열로 고통을 겪는 이 땅에선 종교 간에 서로 존중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대단히 소중합니다."

5. 탈핵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계십니다.
"1980년대 공해추방운동불교인협회를 시작으로 불교생명윤리협회와 불교환경연대 등에 참여하면서 생태운동, 생명운동, 탈핵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천우신조로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지만 한국처럼 좁은 땅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만일 사고가 나면 영화 <판도라>에서처럼 길이 막혀서 도망가지도 못할 것이고 도망갈 곳도 없다고 봅니다. 핵발전소 사고로부터 안전한 정토는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6. '종교는 공포산업'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헌금하지 않으면 암에 걸리고 지옥에 간다는 등의 말로 겁을 주고 이에 놀라 헌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우리는 압축 성장하면서 과정과 절차 그리고, 수단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부도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고 권력을 소유한 이들은 마음의 불안함과 죄책감을 돈으로 무마하려하고 삿된 종교인들은 이를 노리고 헌금을 내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종교인은 사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서에서 부자가 천국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고, 불교에선 무소유와 청빈한 삶을 강조하지만 스님과 신부와 목사 중에서 검소하게 살기보다 물질을 중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그분들의 길을 가는 것이고 저는 저의 길을 가고 싶어서 저잣거리의 대중들 곁에 있습니다. 가난한 대중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협이 아니라 위로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하나님도 부처님도 못 믿을 지경"

 불교 교단 내의 권력 다툼을 꾸짖은 법현 스님.
 불교 교단 내의 권력 다툼을 꾸짖은 법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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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님은 32년째 수행 중인데 번듯한 사찰이 없습니다. 열린선원을 찾았다가 번듯하지 않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린 불자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난한 수행을 추구하시는 건가요.
"저도 월세 포교원에서 벗어나 작으나마 독립된 포교원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떤 스님들은 크고 넓은 도량과 법당을 필요로 하지만 저는 저잣거리 서민들이 평화와 안식을 느끼는 공간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포교원을 짓더라도 큰손 불자보다 서민 불자들의 십시일반으로 짓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자신의 좁은 골방을 보여주면서) 다른 사찰과 다른 종교인에 비해 가난하지만 저에겐 방도 있고, 굶은 적도 없고, 옷이 없지도 않습니다. 종교인은 마땅히 검소하게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자 스님과 부자 신부, 부자 목사를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물질을 중시하면 그 종교 최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합니다."

8. 가난하고 고단할수록 종교생활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데 헌금 부담 때문에 종교 시설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교가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했다면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로받을 곳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헌금 없이 종교시설에 가면 위로는커녕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가지 못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하나님과 부처님을 믿고 싶어도 믿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천도재와 49재 등에는 필요한 금액을 받아야 하지만 저는 '다다익선'이라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많이 내도 좋지만 적게 내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10만 원 중에 1만 원을, 1000만 원을 가진 부자가 100만 원을 헌금했다면 금액의 차이는 나지만 동일하게 10분의 1을 헌금한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액에 위축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돈이 없어서 헌금하지 못하면 이웃을 위해 뭔가로 봉사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분명한 것은 부처님과 예수님의 화폐 단위와 대한민국 화폐 단위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은 돈이 아닌 마음을 보실 것입니다. 성서에서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그리스의 최소 단위 동전으로 엽전 단위인 '푼'과 유사)을 바친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정성을 중요하게 보실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법현 스님이 십자가 종을 소개하며 웃음지었다.
 법현 스님이 십자가 종을 소개하며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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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종교인들이 교인들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데 오늘은 제가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32년째 수행 중이신데 행복하십니까.
"행복할 때도 있지만 부끄럽고 착잡할 때도 있습니다. 불교가 종교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종단 지도부가 오랫동안 다투면서 부처님 오신 날 열리는 봉축 연등회에 3년째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불교 교단 다툼이 종종 발생하는데 그렇게 다투면서 어떻게 불자들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가르침을 주지 말든가 아니면 가르침을 주려거든 다투지 말든가 해야 합니다. 그들을 탓할 것도 없이 제가 부처의 가르침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며 참회하고 있습니다."

10. 부처님 오신 날에 새겨 담을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신자주유의 대한민국에서 돈과 무관하게 살 순 없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십시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괴로워하지는 마십시오. 남들과 비교하며 괴로워하지도 마십시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와 부처가 가르치는 것은 마음의 평화입니다. 부자라도 마음의 평화가 없으면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에 있지 않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들 행복하시길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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