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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초천면 소성리 마을주민들은 28일 오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군의 비웃음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경북 성주군 초천면 소성리 마을주민들은 28일 오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군의 비웃음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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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으로 10억 달러(1조130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성주와 김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수규 성주사드대책위 상황실장은 28일 "미국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걸 우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사드는 우리의 안보를 위한 무기가 아니라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의 무기이다"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사드는 주한미군이 운용하기 때문에 한국은 부담을 하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결국 사기임이 드러났다"며 "황교안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사기꾼의 앞잡이이고 부역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대성 원불교 교무는 "미국의 야욕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 같다"면서 "처음에 사드를 도입하기 전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막을 피웠다가 다시 요구한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무는 "이렇게 무리한 반입 시도를 하는 것은 박근혜 망령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황교한 대행이든 김관진 실장이든 안보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미국과의 내부 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가 나서 검찰조사를 하든 청문회를 하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성리 마을 주민들이 28일 오후 소성리에서 김천 남면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트랙터를 이용해 막았다.
 소성리 마을 주민들이 28일 오후 소성리에서 김천 남면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트랙터를 이용해 막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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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부를 속이고, 정부는 국민을 속였다"

김덕기 김천YMCA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내세우면서 사드를 설치해야 한다고 해놓고 돈을 지불하라는 것은 결국 미국에 당한 것"이라며 "트럼프는 이미 장사치였기 때문에 결국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고 해놓고 결국은 우리나라에 판매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뒷거래가 없었다면 사드를 그렇게 급하게 배치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미국이 대한민국을 속이고 우리 정부는 국민을 속였다"며 "차기 정부는 사드 비용을 지불하지 말고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모든 진상을 반드시 밝혀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골프장이 있는 소성리의 이석주 이장은 "우리나라 정부와 국방부가 국민들을 거짓말로 호도하고 우롱한 것이 드러났다"며 "사드를 무료로 가져온다고 국민을 속인 이면에는 내부거래가 있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석주 이장은 "앞으로 법적 소송을 비롯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롯데골프장에 들여온 사드를 철수시키도록 하겠다"면서 "우리는 전쟁무기가 평화를 지킬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사드는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소성리 진밭교에서 김천으로 넘어가는 소성리 661-2번지 길을 트랙터를 이용해 막았다. 이 도로는 농로이지만 사유지로,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를 주민들이 통제하자 경찰과 미군이 사드 장비를 반입하는 길로 이용했었다.

이석주 이장은 "진밭교 위쪽으로도 마을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경찰은 이동을 막았다"며 "우리도 땅 주인의 동의를 얻어 농로를 폐쇄하고 차량이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사유지이기는 하지만 도로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막는다면 도로교통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내 땅을 내 맘대로 하는데 경찰이 무슨 권한으로 막느냐"고 항의했다.

사드 배치가 진행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주민들이 28일 오전 마을회관 앞에서 미군의 비웃음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드 배치가 진행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주민들이 28일 오전 마을회관 앞에서 미군의 비웃음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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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웃는 걸 보면서 가슴을 짓뜯으며 울었다"

한편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를 반대하는 성주주민들은 이날 오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6일 사드 장비를 싣고 지나가던 미군 병사들이 경찰에 막혀 절규하는 주민들을 향해 웃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며 증거사진을 제시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주민과 종교인, 지킴이들은 사드 반입을 중단하라고 절규하고 소성리 할머니들은 경찰 방패를 붙들고 통곡하고 있었다"며 "항의하는 사람들을 경찰이 폭력적으로 밀어내면서 주민과 종교인들이 실신해 쓰러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병원에 실려가는 상황에 미군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고 격분했다.

이들은 "그 순간의 웃음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존재를 철저히 부정하는 행위였다"며 "주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으며 앞으로 저런 인간들을 계속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희주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미군들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면서 웃으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짖뜯으며 울었다"면서 "대한민국 경찰은 주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그걸 막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민을 연행해 갔다"고 비난했다.

그는 "26일 새벽은 주권이 없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한 식민지로 들어가는 날이었다"며 "울고 싶어도 울지 않고 우리 모두 손잡고 사드 막아내서 우리 자식들은 행복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국유재산인 국방부 부지를 미군에게 무상으로 공여한 것은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위반으로 불법이며 명백한 주권 침해"라며, "국방부는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국방·군사시설사업법'과 '환경영향평가법' 등 국내법을 전혀 따르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주민들은 "웃으면서 지나간 당사자들과 총 책임자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마을에 내려와 주민들 앞에서 공식 사과하라"며 "모든 절차를 싸그리 무시하고 야밤에 기습적으로 들어온 불법 사드는 당장 이 마을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태그:#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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