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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도는 한국에선 유일하게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인 섬이다. 연홍도 낮은 언덕바지에 있는 노란 유자 조형물.
 연홍도는 한국에선 유일하게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인 섬이다. 연홍도 낮은 언덕바지에 있는 노란 유자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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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도 해변도로에 있는 설치작품. 바다 건너 완도 금당도가 마치 병풍도 같다.
 연홍도 해변도로에 있는 설치작품. 바다 건너 완도 금당도가 마치 병풍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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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떼기 무섭게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아,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이곳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인 전남 고흥 연홍도다.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까지는 직선거리 약 500미터, 배를 타고 5분 남짓 걸린다. 연홍도는 예전엔 연(鳶)을 닮았다 해서 연홍도로 불렀다. 하지만 요새는 섬의 맥이 거금도와 이어져 있다고 해서 연홍도(連洪島)라 부른다. 면적 0.77㎢, 해안선 길이 4㎞인 작은 섬에 50가구, 약 8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근래 연홍도는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꾸며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홍도 주민들과 윤미숙 전남도 가고싶은 섬 전문위원의 합작품이다.

윤 전문위원은 통영 동피랑을 주민들과 함께 전국적 명소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또 통영 연대도를 주민들과 함께 '에코 아일랜드'로 변화시켰다. 그가 이번엔 연홍도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만드는, '섬 재생 사업'을 펼치고 있다. '빨간 호박'으로 유명한 일본의 나오시마처럼 연홍도 역시 '예술로 먹고 사는 섬'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예술로 먹고 사는' 일본 세토내해의 섬들인 나오시마와 이누지마, 데시마 그리고 배후 도시인 구라시키 일대를 둘러보았다. 그때 얻은 힌트는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하러 오는 섬을 만들면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배 타기 쉽고, 편하게 걸어 다니면서 볼거리 많고, 사진 찍기 좋으면 섬도 예술로 먹고 살 수 있다.

연홍도도 일본 세토내해의 여러 섬처럼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나오시마보다 고흥 연홍도가 훨씬 더 크게 '대박'을 터트릴 것이다.

마을 담벼락에 타일로 만든 부조 작품이 전시돼 있는 연홍도.
 마을 담벼락에 타일로 만든 부조 작품이 전시돼 있는 연홍도.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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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도에선 주민이 주거하는 집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연홍도에선 주민이 주거하는 집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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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연홍도는 가기 쉽다. 배타고 오분이면 섬에 도착한다. 주민들은 하루 일곱 차례 배를 운항하지만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사랑하는 이와 섬에 가고 싶어도 멀미가 걱정이다. 하지만 파도 한 자락 없이 고속도로처럼 편안한 바다에서, 오분 정도 배 탔다고 멀미하는 이는 거의 없다.

연홍도는 걸어다니면서 볼거리가 천지다. 배가 연홍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여러 작품들이 눈길을 잡아 끈다. 옛 선착장에 설치된 소라 조형물과 낮은 섬 언덕에 수줍게 자리한 노란 유자 상이 거리를 두고 인사한다. 옛 선착장엔 자전거를 타고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섬마을 아이들처럼 여행객을 반긴다.

마을길로 접어들면 타일로 장식한 <연홍십장도>와 벽화들, 주민들의 추억사진으로 만든 <연홍사진박물관>과 버려진 어구로 만든 여러 설치미술 작품들이 마을 안길을 안내한다. 폐부표기구로 치장한 '만수무강 경로당'을 끼고 마을 안길로 접어들면 벽화 속에서 말뚝 박기 놀이하는 아이들, 조개껍질로 만든 꽃송이, 낚시하고 소라피리 부는 아이들 조형물 등등이 시선을 황홀하게 한다.

연홍도에선 길 안내표지판조차 앙증맞다.
 연홍도에선 길 안내표지판조차 앙증맞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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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게 된 어구들이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쓸모 없게 된 어구들이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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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미술관 가는 길에 있는 설치미술 작품.
 연홍미술관 가는 길에 있는 설치미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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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홍선착장 200m – 연홍미술관 480m'가 적힌 앙증맞은 안내판을 따라 해변길로 접어들면 바다 건너 완도 금당도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 병풍길을 따라 30점의 설치미술이 줄지어 전시돼 어디나 포토 존이 된다. 서른 점의 작품을 따라 사진 찍으며 전라도말로 '싸목싸목(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라는 뜻)' 걷다 보면 연홍미술관에 도착한다.

연홍미술관은 1998년에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장을 2006년 미술관으로 꾸민 것이다. 미술관 앞 바다엔 <은빛물고기>라는 작품이 물결 따라 빛을 낸다. 미술관 옆 바닷가엔 물방울무늬를 한 작고 예쁜 건물이 서 있다. 한 프랑스 작가가 일주일 동안 머물며 버려진 김 가공 공장을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연홍도는 걷기에도 좋은 섬이다. 연홍도엔 세 갈래의 걷기 코스가 있다. 세 코스 모두 거리가 1km 안팎이고 경사가 완만하다. 어른신들이 싸목싸목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섬을 둘러볼 수 있을 정도다.

말뚝 박기 놀이를 하는 섬마을 아이들. 벽화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말뚝 박기 놀이를 하는 섬마을 아이들. 벽화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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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미술관 앞 바다에 설치돼 있는 <은빛 물고기>.
 연홍미술관 앞 바다에 설치돼 있는 <은빛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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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이 조형물 앞에서 사랑을 맹세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연홍도.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이 조형물 앞에서 사랑을 맹세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연홍도.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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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13일, 한국에서 유일하게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인 연홍도가 '섬 여는 날' 행사를 치른다. '예술로 먹고 사는 섬'이 되기 위해 그동안 연홍도 주민들이 가꾼 섬의 모습을 공식적으로 처음 소개하는 날이다.

마을 주민들과 한국예술종학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축하공연과 함께 일본과 한국 작가들이 함께 준비한 <팔랑팔랑 대지 전>이 열린다. <팔랑팔랑 대지 전>은 한국의 시민들이 보내온 그림이 그려진 1500점의 티셔츠로, 일본과 한국 작가들이 만든 설치미술 작품이다.

'예술로 먹고 사는 섬'을 꿈꾸며 섬의 찬연한 부활을 예고하는 연홍도. 연홍도에 봄바람 불고 있다.

버려진 어구와 바다에 밀려온 나무들이 예술작품의 소재가 됐다.
 버려진 어구와 바다에 밀려온 나무들이 예술작품의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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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로 만든 손자들에게 우산 받쳐주는 할머니.
 타일로 만든 손자들에게 우산 받쳐주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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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렁쇠 굴리는 아이.
 굴렁쇠 굴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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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홍도, #가고싶은 섬, #전남도, #미술관,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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