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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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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동생한테 메시지가 왔습니다.

"가현이가 격분한 공약. (다른 후보들에게) 더 나쁜 공약도 있다고 보여주려 했으나, 실패했어."

아차차! 정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무슨 일이냐고요? 가현이는 제 큰 조카입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으니, 우리 나이로 12살입니다. 지금은 학교를 마치고 나면 오후 3시쯤 된다는데 한 시간을 더 있어야 하는 것도 모자라 7시 반까지 학교에 더 머물러야 한다니 화가 난 모양입니다. 물론 공약의 본래 의도는 직장 다니는 부모들을 돕겠다는 뜻이겠지만, 초등학생에겐 이렇게 받아들여지는 모양입니다.

"초등학생들에겐 투표권이 없으니까."

가족 채팅방에서 셋째 여동생이 한마디 거듭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일하는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원하는 사람이지만, 한 번도 정책의 대상인 '아이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더 오래 돌봐주면, 맞벌이하는 부모님들은 분명히 더 편하게 안심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 '아이들'은 어떨까요? 가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퇴근하고 나서 어린이집에 찾았던 동생의 말이 기억났어요.

"퇴근하고 나서 (어린이집에) 들렀더니, 가현이밖에 없는 거야. 너무 마음이 안 좋았어. 현이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

아침부터 이런 멋진 생각을 하게 해 준, 초등학생이자 민주시민인 울 큰 조카에게 너무도 감사합니다. 우리는 정책을 만들 때 그 정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들의 생각을 우리의 기준으로 '지레짐작'하여 결론 내 버리면 모두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없을 테니까요. 어쩌면 지금까지의 수많은 실패가 이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깨달음(!)까지 얻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네요. 우리가, 같이, 끊임없이 얘기하며 '가장 가까운 답'에 다가가는 수밖에요! 가현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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