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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낮 일본 나라현 호류지 절을 찾았습니다. 호류지 절은 607년 쇼토쿠태자(聖徳太子, 574.2-622.4)에 의해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오래된 절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정해진 곳입니다. 이 절은 금당이나 오중탑이 있는 서원과 몽전(유메도노)이 있는 동원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금당과 오중탑, 금당 안에 있는 석가삼존상과 벽화(아미타정토도와 비천도) 들입니다.
 금당과 오중탑, 금당 안에 있는 석가삼존상과 벽화(아미타정토도와 비천도) 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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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모 선생님이 쓰신 소설 <금당벽화>로 한국에도 잘 알려졌습니다. 이 소설은 여러 기록을 참고하여 고구려 스님 담징이 금당벽화를 완성하기까지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고뇌를 그린 소설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금당벽화를 담징이 그렸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이후 불이 나서 다 타버렸기 때문에 지금 남은 금당벽화는 담징이 그린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복원된 그림이나 쓰인 안료 따위로 보아서 일본에서 나지 않은 광물 안료를 사용한 점이나 그림이 돈황벽화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금당 벽화 가운데 미륵정토도와 약사정토도입니다. NHK에서 영상으로 복원한 것을 복사한 사진입니다.
 금당 벽화 가운데 미륵정토도와 약사정토도입니다. NHK에서 영상으로 복원한 것을 복사한 사진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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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륙 돈황에 있는 벽화 그림이 이억만리 바다 건너 일본 나라현 호류지에도 비슷한 것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오래 전부터 불법이나 아름다움을 찾아서 순례의 길을 떠난 순례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나 그림을 재현하여 그릴 능력을 지닌 분들이 있었고, 여러 가지 재료들을 운반하여 사용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호류지 절 입구 가까이에 있는 남문은 수리 중이라 전체적인 모습을 보는 데 문제가 있었지만 금당이나 오중탑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마침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행 철인지 학생들이 끊임없이 몰려와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금당 벽화 가운데 석가정토도와 아미타정토도입니다. NHK에서 영상으로 복원한 것을 복사한 사진입니다.
 금당 벽화 가운데 석가정토도와 아미타정토도입니다. NHK에서 영상으로 복원한 것을 복사한 사진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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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벽화는 금당 안 내진에 미륵정토도, 약사정토도, 석가정토도, 아미타정토도 등 중요한 그림 네 작품을 중심으로 사이에는 보살그림 12 작품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천장과 벽 사이에는 비천상이 있습니다.

호류지 절 가운데 있는 백제관음당에는 절에서 보관해온 여러 가지 귀중한 문화재와 백제관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백제 관음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백제에서 만들어졌거나 백제 사람이 만든 관음상입니다.

백제관음상은 팔등신 미인의 늘씬하고 유려한 몸맵시와 여러 가지 장식이 개성적입니다. 특히 투조기법으로 구리판을 파서 새긴 여러 가지 장신구는 백제 장인들의 기술로 백제 지역에서 나온 출토품과 비슷하고 합니다.

          백제관음당에 모셔진 백제관음상의 앞모습과 옆모습입니다.
 백제관음당에 모셔진 백제관음상의 앞모습과 옆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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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 있는 몽전(夢殿, 유메도노) 팔각당(739년 지어졌다고 함)에는 구세관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구세관음상은 봄철(4.11-5.18)과 가을철(10.23-11.22) 두 번만 문을 열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줍니다. 때를 맞춰서 가야 볼 수 있지만 이번 우연히 실물 구세관음상을 맨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구세관음상은 나무를 파서 만든 조각상에 금박을 입혔습니다. 늘 공개하지 않아서 그런지 비교적 금박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불상의 위엄보다는 관음상으로 친근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구세관음상이 있는 유메도노와 옆에 있는 중궁사가 있는 동원 지역은 이 절을 지었다고 전해지는 쇼토쿠태자와 그의 어머니의 영혼을 모신 사당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나라현 호류지 절은 마을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비록 일부 담이 둘러쳐져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사는 집들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절이 마을 속에 있고,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모습이 처음 절이 지어졌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몽전(유메도노)에 모셔진 구세관음상입니다.
 몽전(유메도노)에 모셔진 구세관음상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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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누리집> 호류지 절, http://www.horyuji.or.jp/, 2017.4.27

가는 법> 오사카나 교토에서 나라시까지 간 다음 버스나 전차를 이용하여 갈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호류지 절, #금당 벽화, #나라현, #백제관음상, #구세관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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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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