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를 끝으로, NC 다이노스는 최고의 용병 에릭 테임즈를 잃었다. 물론 마지막에 음주운전을 하고 가을야구에서 부진하는 등 그 끝맺음이 아주 깔끔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시즌이 끝난 뒤 MVP는 놓쳤으나 골든글러브 수상과 홈런왕 수성, 한시즌 장타율 최고기록을 세우고 밀워키와 3년 $16M의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갔다.

NC 다이노스의 역사적인 외국인 선수의 빈자리는 또 어떤 선수가 메울지 귀추가 주목됐고, NC는 새해 직전, 세인트루이스와 마이애미에서 메이저리그 50경기를 경험한 바 있었던 재비어 스크럭스를 최대 100만 달러 계약으로 영입했다.

밀워키로 떠난 테임즈, 역사를 다시쓰다

에릭 테임즈는 개막전에 선발출전하면서, 2012년 10월 1일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돌아왔다. 개막전 7경기간은 .318의 타율과 홈런 1개를 기록하며 다시 돌아온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예열작업을 거쳤다. 제대로 달아올랐을까.

테임즈는 26일 경기 전까지 12경기에서 .400 .518 1.067 9홈런 14타점으로 대폭발했다. 26일 또다시 홈런을 추가한 테임즈는 밀워키의 4월 월간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득점 기록과 안타 기록도 이미 경신했다. 특히 신시내티 전에서만 .474 .583 1.579를 기록했고, 11개 중 8개의 홈런을 쳐냈다.

세인트루이스전 2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 등 최근 7경기의 타율은 .250으로 주춤했지만 홈런포를 3개 가동하면서 여전히 무서운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약물 검사를 3번이나 받는 등의 헤프닝을 겪기도 했고, 메이저리그에 처음 입성했던 2011-12시즌 한번도 기록한 적 없는 3볼넷 경기는 이미 2차례를 기록하는 등 상대팀 또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치기 나쁜 공들이 늘어남에도, KBO리그에서 인내심을 배운 테임즈는 아웃존 스윙을 지난 11-12년도 34%에서 반으로 줄여 불필요한 스윙을 아끼고 존에 들어오는 공들을 골라 타격을 하면서 타격지표를 끌어올렸다.

2번째 선택지 스크럭스, 구단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다

 NC다이노스 재비어 스크럭스

NC다이노스 재비어 스크럭스 ⓒ NC 다이노스


재비어 스크럭스는 전임자 테임즈의 그늘에 가려서인지, 시범경기에서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시범경기 성적은 10경기 .217 1홈런에 그쳤다. 시범경기 성적이 페넌트레이스에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의 부진한 성적은 그간 특급 외국인타자를 보유했던 NC 팬들의 높아진 눈에 찰 리는 없었다. 그렇게 아쉬운 성적을 뒤로하고, 스크럭스는 본격적인 첫 선을 보이게 됐다.

드디어 시작된 정규시즌. 스크럭스는 개막전 4타석에 전부 출루에 성공하고 홈런까지 때려내는 등 4타석 2타수 2장타(2루타 홈런) 1볼넷 1사구로 시범경기에서의 무기력한 모습을 확실히 떨쳐냈다. 정규시즌 꾸준히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스크럭스는 오늘 경기까지 .320 .485 .693 8홈런 18타점으로 밀워키에서의 테임즈의 기세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테임즈가 NC에 남긴 빈자리를 아주 잘 메우고 있다.

사실, 스크럭스는 NC 구단의 첫번째 선택지가 아니었다. 원래 NC가 계약할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다름아닌 kt 위즈의 1루수 조니 모넬. 당초 계약직전까지 갔지만 계약이 틀어졌고, 이후 kt가 모넬을 데려갔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NC의 압승이다. 모넬은 4월 24일 1군에서 빠지기 전까지 .182 2홈런에 그쳤다. 특히 장타율이 3할 2푼대에 머물며 외국인타자의 기대치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반면 차선책이었던 스크럭스는 훨훨날며 NC 스카우트의 뛰어난 타자보는 안목을 다시금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4월의 기세는 오히려 작년 테임즈의 4월을 뛰어넘고 있다.

2016년 4월 테임즈 vs 2017년 4월 스크럭스
에릭템즈 23경기 .329 .412 .553 5홈런(2루타4) 17타점
스크럭스 22경기 .320 .458 .693 8홈런(2루타4) 18타점

밀워키와 NC, 각각 테임즈 효과와 스크럭스 효과 누리며 선두권 경쟁 중

밀워키와 NC 모두 시즌초반 각기 테임즈와 스크럭스의 활약에 힘입어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22경기를 치른 밀워키는 11승 11패로 5할 승률을 기록하며 시카고 컵스에 2경기차 뒤진 NL 중부지구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 팀홈런은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세자릿수 팀 타점을 기록 중이다.

스크럭스가 속한 NC는 밀워키와 같은 22경기를 치뤄 14승 1무 7패로 KIA에 1.5경기차 2위로 4월을 보내고 있다. 스크럭스가 팀 타선의 핵을 맡아주는 동안 투수들의 분전으로 ERA 3위, 삼진 1위 등을 기록하며 각 스탯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승리를 챙기며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NC 전력평가를 했던 한 글에서, 테임즈가 지난 3년 중 2016시즌에 상대적으로 가장 좋지 않았는데 스크럭스가 제몫을 다하면서 다른 야수들의 활약을 보태 타선의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이 전망이 현재까지는 잘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평가

많은 메이저리그 분석가들은, 메이저리그 선수와 쿼드라A 선수의 기술적인 기량의 차이가 크지 않고, 어떤 계기를 통해 오랜 유망주 생활을 일시에 청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장 테임즈도 KBO에서 익힌 타석 접근법이나, 심리적인 조급함을 버린 것이 현재의 성공요인으로 많이 꼽히고 있다.

타구가 한번 방망이에서 떠나면, 타자는 이를 무슨 수를 쓰더라도 더는 바꿀 수 없다. 그 다음은 순전히 운이다. 잘맞은 타구가 야수에게 걸릴 수도, 빗맞은 안타가 나오는 것도 모두 야구다. 심리적인 부분을 잘 다스린다면, 테임즈와 스크럭스 모두 각자의 무대에서 상대의 도전을 이겨내고 좋은 활약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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