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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만개의 촛불에는 정의와 민생을 살리라는 요구가 담겼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촛불대선에서 정의와 민생은 실종되고, "주적이 누구냐"는 구시대적 색깔 공세만 난무합니다. 국민들은 오히려 그들에게 묻습니다. 진짜 주적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오마이뉴스>는 몇 차례에 걸쳐 '지금, 내 삶의 주적은 누구인가'를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성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성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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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그들(정부)은 제스처만 취했을 뿐 실질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았다. 학생들을 기만한 거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다."

다소 덤덤한 말투였다. 그는 매일 광화문에서 '반값등록금'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피부는 검게 그을려 있었다. 김한성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의장(29). 지난 2월 전남대를 졸업했지만 반값등록금 공론화를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동안 기자회견도 많이 열었고 대학생 집회도 주도했지만, 언론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뜨거웠던 촛불집회 현장에서도 대학생 문제는 조명 받지 못했다고 김 의장은 털어놨다.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김 의장을 만났다. '한대련 사이트에서 연락처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하자 그는 "언론에 많이 데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의 활동 내용에는 관심이 없고 한대련 출신들이 나중에 어디서, 무얼 하는지 (타 단체와) 비교하는 기사를 보고 황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반값등록금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상황에 대한 심정이 어떠냐'고 묻자 "당연히 괜찮지 않다"며 "조금이라도 여기저기 이슈화시켜 보려 노력했는데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2년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된 후 수혜를 본 대학생도 일부 있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어떤 친구는 여전히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내고 있다"며 "3학년인데 벌써 대출금이 2000만원 가량 쌓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걸 듣자고 촛불 든 것 아냐... 민생은 뒷전"

대학생당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유권자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당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유권자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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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장님 삶의 주적은 누구인가.
"적폐세력이다. 일단 그들은 이런 대학생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지금 여기(광화문)에서도 농성하고 있는데 이런 거에 대해 관심도 없다. 교육부에 대학생들이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면 그래도 한번씩 면담은 해준다. 그런데 사실상 바뀌는 것은 없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가 됐을 때만 관심을 갖는 척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적폐세력이다. 내 삶의 주적이다."

- 지금 대선 판도나 주적 논란들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제가 알기로는 '주적'이라는 게 원래 없던 개념이다. 찾아보니까, 김영삼 정권 때 만들어졌다가 노무현 정권 때 없어졌더라. 지금 이제 와서 이런 얘길 꺼내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김 의장은 "'그들이 20세기에 살고 있구나' 싶었다"며 "2009년에 군에 입대했는데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은 받았지만 '주적이 누구다, 어떻게 해야 한다' 강요 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주적 논란) 걸 듣자고 우리가 촛불 든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이고, 민생을 어떻게 할 것이고 이런 것은 뒷전에 있고 네거티브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민주당 경선 당시 토론회 할 때는 등록금 관련 이야기가 있었다"며 "안희정 지사가 국공립대 무상화 얘기를 했더니 문재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당론은 반값등록금인데, 무상화는 어떻게 할 거냐' 이렇게 물어보기도 했었다"고 부연했다. 또 "그런데 오히려 지금 대선 토론은 더 후퇴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 정치인들이 지금이라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는지.
"실제 본인이 해당되는 곳에서 활동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더 들어야 하지 않나. 등록금이라면 대학생, 세월호 참사면 유가족, 노동 문제라면 노동자 등. 왜 이런 목소리를 내는가 들어보는 그런 행동들을 많이 해야 한다."

그는 "주적 그런 건 진짜 말도 안 된다"며 "대선 토론회에서 그런 얘길 들을 줄은 몰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값등록금 실현 광고에 대학생들 분노... 제도에 불만 많아"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성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성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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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에 정부가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 광고를 냈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분노했다. 부모님이랑 영화 보러 갔다가 그 광고를 봤다. 너무 화가 나서 '엄마 저거 다 뻥이야. 믿지마' 그랬다. 거짓말이라고 이슈가 많이 됐었다. 언론 보도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좀…."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등록금 총액 14조원의 절반인 7조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3조9000억원, 대학 3조1000억원 등을 합한 액수다. 하지만 이를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 지원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차상위계층 대학생에게는 전액 지원하고 중간 분위 학생에게는 절반만 지원하는 식이다. 소득분위 산출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만이 컸다. 

김 의장은 "사업 하시는 분들은 소득 신고를 제대로 안 한다"며 "부모님이 사업을 하시는 경우 소득분위로는 차상위계층이라 국가장학금을 다 받는데 차를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도 자체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며 "또 해마다 소득분위 기준이 바뀐다"고 덧붙였다.

- 현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반값등록금 공약은 어떻게 다른지.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나.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교부금을 통해 교육부가 관련 재정을 만들어 대학에 7조원을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심상정 후보는 국공립대 무상, 사립대 반값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현재 국가장학금에 들어가는 돈이 3조6000억~3조9000억원이다. 국가 세금과 대학의 지원액을 합한 금액이다. 2조~3조원 정도 더 투입하면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 4대강에 투입된 예산이 적게는 20조 원이라고 한다.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액 등이 최대 10조 원이라는 기사도 봤다. 국가의 비전이나 가치관에 맞춰 예산을 쓸 순 있겠지만 이게 이상한 데로 흐른 거니까, 그런 예산을 재배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대학 재정 투명화로 해결할 수는 없나'라는 질문에 그는 "연세대, 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는 적립금이 많아 그런 방법을 쓸 수도 있지만 종교 관련 대학 등 적립금이 부족한 곳도 많다"며 "똑같이 반값으로 맞춰주려면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질적 반값등록금 현실화됐으면... 비판·견제하겠다"

-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학생들이 투표를 앞두고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어떤 점이 있을까.
"후보들의 본질을 먼저 파악하는 게 좋겠다. 누구랑 손을 잡는가 혹은 어떤 정책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가. 예를 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민간에 맡기는가 국가가 주도하는가, 그런 차이를 봐야 한다. 당장 내 문제에, 내 등록금에, 내 취업에, 내 생활비에, 남은 대학생활 기간 동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누구인가 판단해야 한다. 네거티브 비방 그런 것에는 관심도 주면 안 된다."

- 대선 기간 동안 한대련 쪽 활동 계획은.
"실천단을 운영하려고 한다. 캠페인 같은 거다. 반값등록금 공약을 알려주고, 투표 독려를 할 예정이다. 다음주부터 서울에서 캠페인을 벌인다. 학내에서 이미 하고 있는 곳도 있다. 공휴일이 많다 보니 신촌 거리나, 대학로 등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투표 독려를 이어갈 예정이다. 반값등록금 공약을 잘 판단하자는 내용도 전달하겠다."

'정치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는 말에 김 의장의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그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그 반값등록금 정책을 지지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등록금 문제를 이야기할 때 '박근혜 정부의 정책도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낮춘다는 것이니 지켜보자'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런데 사실상 해결된 것은 없다. 반값등록금 공약을 정말로, 실질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도록, 피부에 느낄 수 있도록, 잘 해결했으면 한다. 저희도 많은 견제와 비판을 하겠다."


태그:#반값등록금, #대학생,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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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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