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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은 26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와 미군을 규탄했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은 26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와 미군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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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 부지에 군사작전 하듯이 전격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반입시키자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경찰은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 47일째 노숙기도를 올리고 있는 원불교 교무들을 에워싸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뒤 강제로 밀어냈다. 또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도회를 갖던 원불교와 천주교 신도 30여 명도 도로 바깥으로 밀어냈다.

경찰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여 있던 주민들만 막지 않았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3~4명의 경찰이 한 조를 이루어 집집마다 대문 앞이나 마당 앞을 지키면서 집회 현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한 주민은 "시끄러운 소리가 나 밖으로 나왔더니 마당에 경찰이 서너 명이 서 있었다"면서 "마을회관으로 나가려고 했더니 아무 일 없다며 들어가라고 했다. 그래서 몸싸움을 벌이면서 마을회관으로 왔다"고 말했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은 26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와 미군을 규탄했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은 26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와 미군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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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은 26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와 미군을 규탄했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은 26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와 미군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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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가, 1947년 제주가 이와 똑같았다"

박대성 원불교 교무는 "경찰들이 도로뿐 아니라 농로까지 막고 주민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며 "사드를 실은 차량이 들어오기 전 주민들을 막기 위해 경찰 여러 명이 주민을 들어 나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해은 교무는 "경찰이 오늘 새벽 성주로 들어오는 모든 길을 막아 외부에서 어떤 사람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마치 계엄령이 내려진 것 같다. 1980년 광주가, 1947년 제주가 이와 똑같았다"고 비판했다.

황동환 왜관 베네딕도수도회 신부는 "오전 3시 20분쯤 기도회를 하던 도중 신부의 강론이 끝나고 마침예식을 하려고 하는데 경찰이 밀고 들어와 신부와 교무 등 30여 명을 격리시키고 강제로 미사를 중단시켰다"며 "미사 제대와 제구를 경찰이 탈취해 갔다"고 비난했다.

황 신부는 이어 "야만적으로 주민과 종교인들을 짓밟고 유린했다.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 종교를 탄압해도 된단 말인가"라며 "이는 종교행사가 정당하게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경찰의 진압은 명백한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김덕기 김천YMCA 사무국장은 등으로 경찰을 막았지만 경찰의 구둣발에 오른쪽 정강이를 차여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김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을 막을 수 없는 아무런 효용도 없는 사드를 이렇게 갑작스럽게 갖다 놓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대한미국으로 불러야 할 비참한 상황"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한 주민은 "너무나 분한 심정을 여러분들이 아시겠느냐"면서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도와 달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아고"라는 탄식과 "말이 안 나온다"는 한숨이 곳곳에서 새어나왔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세워놓은 자동차의 앞유리가 경찰에 의해 깨진 채 도로 바깥에 주차돼 있다. 주민들은 사드 차량을 막기 위해 도로에 차량을 세워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세워놓은 자동차의 앞유리가 경찰에 의해 깨진 채 도로 바깥에 주차돼 있다. 주민들은 사드 차량을 막기 위해 도로에 차량을 세워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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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6일 오전 사드 차량을 진입시키기 위해 주민들이 도로 중간에 세워놓은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도로 옆으로 옮겼다. 운전석 앞에 깨진 유리가 가득하다.
 경찰이 26일 오전 사드 차량을 진입시키기 위해 주민들이 도로 중간에 세워놓은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도로 옆으로 옮겼다. 운전석 앞에 깨진 유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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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사드 대못박기... 정치적 의도 분명"

주민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장비 반입은 사드 배치 합의서도 없이, 주민 동의와 국회 논의 없이 강행된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인정하거나 묵과할 수 없다. 즉시 철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렇게 기습적이고 폭력적으로 강행한 것은 대선 전 사드 대못박기를 통해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고 장사하는 것으로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다"며 사드 배치를 강행한 정부와 미국을 강력히 규탄했다.

소성리 주민들이 사드 차량이 성주골프장 부지로 반입된 후 마을회관 앞 도로를 막고 앉아 사드 반대를 외쳤다.
 소성리 주민들이 사드 차량이 성주골프장 부지로 반입된 후 마을회관 앞 도로를 막고 앉아 사드 반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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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사드 반입을 비록 막지는 못했지만 사드 저지와 철회라는 우리의 의지를 꺾지는 못 한다"면서 "공사장비 반입은 물론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결연히 투쟁할 것"이라고 앞으로 계속 막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들은 또 사드 반입 과정에서 종교행사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80세가 넘은 어머니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부상당한 주민들에 대해 사과하고 강제로 연행된 박희주 김천주민대책위 공동대표에 대한 석방도 요구했다.



태그:#사드 배치, #소성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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