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별로 볼 것이 없는 박물관

주춧돌만 남은 국고청
 주춧돌만 남은 국고청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백주의 궁전 남쪽으로는 국고청(國庫廳: The Treasury)이 있었다. 가로 120m 세로 60m의 직사각형 형태로 되어 있으며, 그 안에 왕실에서 쓰는 모든 재화가 들어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알렉산더 대제에 의해 완전히 약탈되고 파괴되어 현재는 주춧돌만 남아 있다. 1930년대 중반 발굴을 통해 750개의 도기편 명문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페르시아 경제와 사회 시스템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국고청 서쪽으로 보면 작은 궁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크세르크세스의 하렘이었다. 하렘이란 궁녀들이 사는 궁전을 말한다. 이곳은 현재 박물관으로 변해 있다. 페르세폴리스를 발굴하면서 나온 유물을 보관하는 박물관이다. 그렇지만 가치 있는 유물 상당수가 외국의 박물관으로 반출되거나 이란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그 중 일부를 우리는 테헤란의 국립박물관에서 이미 살펴본 바 있다.

박물관에 있는 채색 벽돌
 박물관에 있는 채색 벽돌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시간관계상 우리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복도의 전시물만 살펴본다. 페르세폴리스 유물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벽과 기둥 등 궁전의 내외부가 채색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곳 전시물 중에서 녹색, 주황색, 노란색, 검은색 벽돌로 이루어진 벽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한 발굴을 근거로 샤를 쉬피즈(Charles Chipiez)가 채색된 궁전의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박물관에는 또한 기둥 부재와 주두 등도 전시되어 있다.

아파다나 궁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파다나 궁전 조감도
 아파다나 궁전 조감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박물관을 보고난 우리는 페르세폴리스의 백미 아파다나 궁전으로 간다. 아파다나 궁전은 다리우스 1세 때 건설이 시작되어 크세르크세스 1세 때 완성된 접견 또는 알현용 궁전이다. 가운데 가로 세로가 60m인 메인 홀이 있고, 동쪽, 서쪽, 북쪽에 가로 세로가 60m, 25m인 주랑이 있다. 주랑의 양쪽 끝에는 방이 있어 관리와 외국 사신들이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메인 홀 남쪽에는 전실이 있으며, 관리와 군인들의 집무실과 지원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전실 앞에는 현관이 있어, 남쪽의 다리우스 궁전이나 크세르크세스 궁전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메인 홀에는 가로 세로 각각 6개 모두 36개의 기둥이 있다. 동,서,북의 주랑에는 가로와 세로에 6개와 2개의 기둥이 있어 각각 12개의 기둥이 있다. 그러므로 아파다나 궁전의 기둥은 모두 72개가 된다.

아파다나 궁전의 14개 기둥
 아파다나 궁전의 14개 기둥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이 14개다. 아파다나 궁전의 기둥 숫자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19년의 것으로 20개나 남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점점 줄어 1841년에는 13개가 된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발굴조사단의 도움을 받아 하나의 기둥이 다시 세워지게 되었다. 그것이 동쪽 주랑 북동쪽 코너에 있는 것이다.

기둥의 높이는 20m이고 그 위에 지붕이 얹혔을 것이다. 지붕의 높이가 4m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면, 아파다나 궁전 건물의 높이가 24m는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3m 높이의 궁전 기단부를 감안하면, 궁전의 높이는 바닥에서 27m나 된다. 여기에다 12m 높이의 서쪽 성벽을 감안하면, 성 바깥에서 보는 높이는 거의 40m나 된다. 그러므로 페르세폴리스는 난공불락의 도시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페르세폴리스도 알렉산더 대제에 의해 함락된다. 아파다나 궁전의 메인 홀에는 문이 여섯 개 있었다. 남쪽과 북쪽에 두 개씩, 동쪽과 서쪽에 한 개씩 있었다. 그것은 북쪽의 만국의 문에서 아파다나 궁을 거쳐 남쪽의 다리우스 궁과 크세르크세스 궁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동쪽 주랑으로 오르는 계단 부조를 자세히 살펴보다

불사친위대
 불사친위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동쪽과 북쪽의 주랑에 오르기 위해서는 3m 높이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 계단은 가운데에도 있고, 모서리에도 있다. 계단까지 포함하면 주랑의 길이는 82m가 된다. 그러므로 양쪽 모서리 계단의 길이가 22m 정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랑의 벽과 계단의 벽에는 부조가 있어, 페르시아의 정치와 군사 시스템 그리고 문화와 예술의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동쪽 주랑 남쪽부터 벽을 따라가면서 부조를 살펴본다. 눈에 띄는 것이 페르시아인과 메디아인으로 구성된 불사친위대, 황소를 공격하는 사자상, 조공을 바치는 23개국 사신들의 모습, 왕실의 고관과 귀족들의 모습, 크세르크세스 1세 명문이다. 이 중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각국 사신들이다. 그것은 이들이 다른 의상을 하고 다른 공물을 바치기 때문이다.

양 두 마리를 끌고 오는 앗시리아 사신
 양 두 마리를 끌고 오는 앗시리아 사신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암포라 형태의 화병을 바치는 아르메니아 사신
 암포라 형태의 화병을 바치는 아르메니아 사신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낙타를 끌고 꽃병들을 바치는 박트리아 사신, 털실과 옷감 등을 바치는 이오니아 사신, 양 두 마리를 끌고 오는 앗시리아 사신, 암포라 형태의 화병을 바치는 아르메니아 사신, 직물과 그릇을 바치는 바빌로니아 사신, 말을 끌고 팔찌와 의류를 바치는 스키타이 사신, 물소를 끌고 오는 간다라 사신 등이 인상적이다. 이들의 의상과 공물도 다양하지만, 데리고 오는 동물도 다르다.

이곳에 있는 크세르크세스 1세 명문은 페르시아 문자로 되어 있다. 그런데 오랜 역사 속에서 돌에 금이 가고 약간 떨어져 나간 곳도 있다. 문자도 기후 변화와 공해로 인해 부식된 흔적이 보인다. 그 내용은 만국의 문 명문과 같이, '위대한 신 아후라마즈다가 이 땅과 천상과 인간을 창조했다'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뒷부분이 조금 다르다.

크세르크세스 1세 명문
 크세르크세스 1세 명문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크세르크세스 대제는 말한다. 내가 이곳에 지은 모든 건축물,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은 모든 건축물, 아후라마즈다의 가호로 내가 지은 모든 건축물. 아후라마즈다여, 다른 모든 신들과 함께 나를, 나의 왕국을, 내가 지은 모든 건축물을 보호해 주소서."

다음은 동쪽 주랑 북쪽 벽의 부조를 살펴본다. 이곳에는 아파다나궁에서 왕실의 업무를 수행하는 고위관리, 친위대, 시종, 기마대, 2륜 전차 등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단의 가장 위쪽 마지막에 새겨진 두 대의 2륜 전차다. 이것은 아파다나 궁전을 완성한 크세르크세스 1세가 탔던 전차로 여겨진다.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이륜 전차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이륜 전차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앞에 두 마리의 말이 전차를 끈다. 마차에는 마부가 채찍을 들고 말을 독려한다. 마차의 바퀴에는 열두 개의 축이 있다. 축의 한 가운데 핀이 박혀 있는데, 두 대 전차의 핀 모양이 조금 다르다. 뒤 전차의 핀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 전차를 왕의 것으로, 뒤 전차를 왕비의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헤로도투스의 <역사>에 보면 크세르크세스의 마부가 파트리암페스(Patriamphes)로 나온다.  

보고 또 보고, 북쪽 주랑의 부조들

의류와 팔찌를 바치는 스키타이 사신
 의류와 팔찌를 바치는 스키타이 사신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동쪽 주랑을 보고난 우리 일행은 북쪽 주랑으로 간다. 북쪽 주랑도 동쪽 주랑과 마찬가지로 길이가 82m다. 그런데 북쪽 주랑은 동쪽 주랑만큼 가까이서 부조를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부조의 내용이 동쪽 주랑과 거의 같아 이해하기는 쉽다. 북쪽 주랑은 서쪽 벽에 23개국 사신이 왕에게 공물을 바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그 중 팔찌와 의류를 바치는 스키타이 사신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화병과 그릇을 바치는 사가르티아 사신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스키타이 사신은 메디아인 친위대가, 사가르티아 사신은 페르시아인 친위대가 안내한다. 또 파르티아 사신이 낙타를 끌고 그릇을 운반하는 모습도 보인다.

황소를 공격하는 사자상
 황소를 공격하는 사자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리디아 사신은 그릇과 팔찌를 들고 마차를 끌고 간다. 인도 사신은 향료와 금덩어리를 넣은 보따리를 운반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사신은 기린 같은 동물을 끌고 코끼리 상아를 가지고 온다고 하는데 잘 못 찾겠다. 그것은 이들 조각의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얼굴 부분의 훼손이 심하기 때문이다.

가운데 벽에는 페르시아인과 메디아인으로 구성된 친위대가 사신들을 안내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 부조 밖 양쪽에는 황소를 공격하는 사자상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왕이 신하들을 접견하는 부조가 있었는데, 현재는 이란 국립박물관에 옮겨져 있다. 동쪽 벽에는 페르시아인과 메디아인으로 구성된 왕실의 귀족과 관리, 군인, 시종 등이 새겨져 있다.

다리우스 궁전 타차라로 가는 길
 다리우스 궁전 타차라로 가는 길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파다나 궁전 북쪽 주랑을 보고 나면 길이 자연스럽게 서쪽 주랑을 지나 남쪽으로 연결된다. 서쪽 주랑에는 계단과 벽 그리고 조각이 없기 때문에 죽 지나치게 된다. 아파다나 궁전의 남쪽에는 다리우스 궁전인 타차라가 있다. 타차라 남쪽에는 크세르크세스의 궁전인 하디쉬가 있다. 아파다나 궁전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이라면, 이들 두 궁전은 좀 더 사적인 궁전이다.


태그:#아파다나 궁전, #국고청, #박물관, #사신도, #친위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