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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만두 ~ 포카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마치고 카트만두로 내려온 직후 네팔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을 찾았다. 낯선 도시에서 공허한 마음을 김치볶음밥 먹으며 달랬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땐 역시 한식만한 게 없었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 묵었던 숙소에 다시 짐을 풀었고 곧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이민국에선 비자 연장을 했고, 한인식당에선 포카라로 이동할 버스를 예매했다(버스비는 700루피. 한국의 우등버스처럼 좌석이 좋은 버스도 있다).

버스는 오전 7시에 출발했다. 버스엔 많지 않은 트레커들, 버스기사, 그리고 기사를 도와주는 헬퍼도 같이 동승했다. 좌석은 많이 비었는데 헬퍼는 주기적으로 사람을 태웠으며 만석이 될 때까지 호객행위는 그치지 않았다.

1시간 채 안된 시간 동안 버스는 만석으로 바뀌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길은 거리상으로 보면 사실 길지 않은 구간이다. 200km 남짓. 그러나 구불구불한 산길, 도로가 좋지 않으며 우회 도로가 없어 사고가 나거나 차량에 문제가 생겨 차가 멈추게 되면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질 수도 있다.

차량들이 멈췄다. 30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자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사고가 났어."
"언제 다시 출발할지 몰라."

사고가 나서 모든 차량이 서있다. 언제 다시 출발할지 모르는 기다림이 이어진다.
▲ 포카라 가는길 사고가 나서 모든 차량이 서있다. 언제 다시 출발할지 모르는 기다림이 이어진다.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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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2시간 지난 후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헬퍼에게 물어보니 사고 수습이 빨리 처리된 거 같다고.

# 휴양도시 포카라 레이크사이드

오후 5시 30분쯤 포카라 투어리스트 버스파크 도착.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양호한 셈이다. 예약해 놓은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정이 많으신 사장님 내외 분과 그간 에베레스트 트레킹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포카라를 마음속에 담기 시작했다.

페와호수
▲ 포카라 레이크사이드 페와호수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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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1층에서 바라본 페와호수.
강아지의 이름은 깜부.
▲ 깜부 게스트하우스 1층에서 바라본 페와호수. 강아지의 이름은 깜부.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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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타멜거리와는 많이 달랐다. 지진 여파로 남아있던 분진, 매연, 인파, 끊임없이 울려대는 경적에서 해방된 포카라는 여유로워 보였고 사람들마저 여유로웠다.

# 탕수육, 김치볶음밥

사장님은 식당도 같이 운영하시고 계셨다. 3분 남짓 거리였다. 탕수육이 맛있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온 터라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탕수육, 김치볶음밥을 시켰다.

맛있다는 말밖엔 할 수 없었던 우리 맛.
 맛있다는 말밖엔 할 수 없었던 우리 맛.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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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맛이 일품이었고 어지간한 중국집에서 먹은 탕수육보다 배는 맛있었다.
후에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탕수육을 먹어 보라며 전도사 역할도 했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애써 한식을 찾는 편은 아니지만 포카라에서 만큼은 자주 한식을 먹게 됐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며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라운딩을
가기 위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이번 트레킹에선 가이드를 고용하지 않을 예정이라 개인용 팀스와 퍼밋을 발급받았다. 금액은 각각 2000루피.

(안나푸르나 사우스 베이스캠프는 줄여서 ABC라고 불린다. 트레킹 시작점은 몇 군데
가 있다. 나야폴, 시와이, 담푸스, 칸데. 푼힐 전망대를 먼저 보고 올라가는 분들은 포카라에서 나야폴로 이동하며 베이스캠프를 먼저 가고 후에 푼힐 전망대로 가는 분들은 대개 시와이로 이동을 한다. 이동할 차량은 지프, 택시, 로컬버스가 있다. 에베레스트 지역에 비해 안나푸르나 지역은 산에도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정비돼 있어 이동이 쉽다. 단 비포장도로다. 또한 차량으로 모든 음식과 생필품을 운반하기 때문에 가격이 좀 더 저렴하다. 물론 고산으로 올라갈수록 음식값은 올라간다.)

# 동행을 만나다

포카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분이 있었는데 다음날 숙소에서
만나게 됐다. 푼힐전망대까지만 갈 예정이었고 택시를 미리 알아봤다고 했다. 나야폴까지 2명 기준 1500루피. 며칠만 쉬고 떠날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급 결정을 내렸다.

"내일 아침에 떠나시죠."

큰 계획은 세웠지만 세세한 것들은 현장에서 바로바로 결정을 하다 보니 동행자도 수시로 생기고 만남은 계속 이루어진다. 친구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 날 저녁에 마신 창 (막걸리와 비슷한 술)은 산에서 나를 3일간 지독히 괴롭혔다. 탈이 나도 아주 제대로 나버렸다. 장염에 걸린 것이다.

덧붙이는 글 | 1월 12일부터 3월 21일까지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태그:#포카라, #네팔, #장염,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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