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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지저귀는 오전 7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옛 마도분교 앞에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길이 12미터의 아주 얇은 그물을 쳤다. 그리고는 건물 뒤에 모여 30분을 기다렸다. 아침 공기는 차가웠지만 얼굴은 무엇인가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잔뜩 상기돼 있었다. 어느덧 30분이 지났고 사람들은 그물로 다시 모였다. 작은 새 몇 마리가 그물에 걸려있었다.

이들은 야생 조류를 잡는 밀렵꾼이 아니라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에서 가락지부착조사전문가양성교육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난 4월 15일~16일 이틀 동안 교육을 받았다.

교육참가자들이 철새포획용 그물을 치고 있다.
그런데 허가받지 않고 야생동물을 잡으면 불법이다.
▲ 철새포획용 그물 교육참가자들이 철새포획용 그물을 치고 있다. 그런데 허가받지 않고 야생동물을 잡으면 불법이다.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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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지 부착용 그물임을 알리는 안내문.
▲ 철새가락지부착안내문 가락지 부착용 그물임을 알리는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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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마리가 그물에 걸렸다
▲ 그물에 걸린 새 새한마리가 그물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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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그물에 걸린 새를 조심해서 꺼내 하얀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건물 뒤 탁자에 모여 새의 크기를 재고 무게를 쟀다. 다리에는 작은 가락지를 채웠다. 새의 크기와 무게를 재고, 성별을 확인해 기록하고, 가락지 채우는 일을 몇분 안에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가 고통 받는다. 새를 잡는 손도 새의 몸만큼 따뜻해야 한다. 관측자는 손바닥을 열심히 비볐다. 새의 체온은 사람보다 높은 40도이다.

철새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잡힌 철새를 측정하고 있다
▲ 철새측정 철새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잡힌 철새를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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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다리에 가락지를 다는 모습
▲ 가락지부착 철새 다리에 가락지를 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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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가 조사자의 손가락을 물었다. 큰새가 물면 매우 아프지만 장갑을 끼지 않고 새를 다룬다.
▲ 어치 어치가 조사자의 손가락을 물었다. 큰새가 물면 매우 아프지만 장갑을 끼지 않고 새를 다룬다.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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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측정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철새연구센터 연구원들의 숙련된 손짓에 감탄했다. 연구원은 잡힌 새가 어떤 새인지, 암컷인지 수컷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막힘없이 알아냈다. 측정과 가락지 부착이 끝난 새를 손에 올려놓고 살짝 풀어주자 하늘 높이 날아갔다.

잡힌 철새 눈의 홍채에 빛을 비춰 홍채색을 보고 나이를 판별하기도 한다
▲ 철새 잡힌 철새 눈의 홍채에 빛을 비춰 홍채색을 보고 나이를 판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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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지 부착조사는 철새의 발목에 소형 금속 가락지를 부착하여 철새의 이동시기와 경로, 개체수 변화, 수명 등을 밝히는 가장 보편적인 조사기법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만2000명이 철새 500~600만 개체에 가락지를 부착하고 있다. 이 중 10~15만 개체가 재포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은 25개국이 참가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가락지 부착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가락지 부착 조사자 양성교육을 통해 취미 활동뿐만 아니라 철새 조사‧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 중에서는 일본이 약 300여 명의 인원으로 연간 17~18만 마리 개체에 가락지를 부착하고 있다. 중국은  연간 약 50만여 마리의 개체에 부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0명의 연구자들이 연간 1만 마리 개체에 가락지를 부착하고 있어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 가락지 부착수가 적다.

일본은 가락지 부착 조사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여 가락지 부착조사 전문 자원봉사자가 300~400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여 명의 전문연구자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교육자료 참고)

가락지를 끼우고 나면 철새를 풀어준다
▲ 철새놓아줌 가락지를 끼우고 나면 철새를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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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에서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락지 부착 조사자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24명이 참여했다. 교육 내용은 철새의 이해와 연구방법 소개, 조류 가락지 부착 조사이론과 실습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시 조류가락지부착조사를 진행하는 기관은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다. 총괄운영기관은 국립생물자원관으로 국내 조류가락지 제작 및 배포 등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새와 겨울철새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봄에는 남쪽나라에서 올라오는 많은 여름철새가 우리나라 서해안을 따라 북으로 올라간다. 전라남도 흑산도와 충청남도 태안 해안에서 많은 철새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 본원이 흑산도에 있고 태안에 분원이 설치되었다.

이번 교육을 지휘한 박종길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장은 "이번에 실시하는 가락지 부착 조사자 양성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이 향후 철새 조사‧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앞으로도 교육이 몇 번 더 있을 예정이다 "고 말했다.

교육끝나고 단체사진
▲ 교육수료 교육끝나고 단체사진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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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육에 참가한 사람 중에 가장 어린 참가자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지수 학생이다.지수는 평소에 새를 좋아해서 아버지와 함께 교육에 참가했다며, 조류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은 11살 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하신 어르신까지 나이나 직업이 다양했다. 선진국일수록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은 새를 멀리서 관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가락지 부착해 철새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만드는 데 도움 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충남넷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철새, #가락지, #철새연구센터, #국립공원관리공단, #신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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