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 ⓒ 로스엔젤레스 다저스


류현진이 시즌 4번째 선발등판에 나섰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전통의 라이벌이지만, 올시즌 출발은 삐걱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였다. 지난 경기와는 달리, 류현진의 상대투수는 우완 맷 케인. 케인은 지난 수년간 샌프란시스코 선발진의 터줏대감이었지만, 올시즌에는 류현진과 마찬가지 신분으로 경쟁을 거쳐 5선발을 따냈다. 오늘 경기 전까지는 1승 3.31의 ERA라는 좋은 스타트로 시즌을 시작했던 바 있다.

▶ 류현진을 도운 푸이그... 1회 실점없이 끝내

류현진은 1회 천적이던 헌터 펜스 1번타자를 삼진으로 잘 잡아냈지만, 2번 브랜든 벨트를 볼넷 이후 후속타자 진루타(누네즈)로 2루에 둔 위기상황을 맞이했다. 다음 타석은 4번 버스터 포지. 포지는 91마일 패스트볼을 잘 밀어쳐 우전안타를 뽑았다. 그러나 다저스의 우익수는 야시엘 푸이그였다. 푸이그는 데뷔 이후였던 2013시즌을 기점으로 3000이닝을 소화한 외야수 가운데 메이저리그 전체 9번째, 내셔널리그에서는 5번째로 어시스트가 많았다. 푸이그의 송구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홈플레이트 길목을 지키던 야스마니 그랜달에게 정확히 도달했다. 올시즌 처음으로 1회를 실점없이 넘기는 순간이었다.

2013년 이후 내셔널리그 외야수 어시스트 순위(3000이닝)
1. 스탈링 마르테 : 43개
2. 제이 브루스 : 42개
3. 헤라르도 파라 : 39개
4. 브라이스 하퍼 : 36개
5. 야시엘 푸이그 : 35개

▶ 2회 결국 실점... 그간 강세였던 타자에게 허용한 일격 아쉬워
 브랜든 크로포드의 2루타 장면. 파란색 표시된 7구째를 맞은 것으로, 92.3마일의 패스트볼을 때렸다.

브랜든 크로포드의 2루타 장면. 파란색 표시된 7구째를 맞은 것으로, 92.3마일의 패스트볼을 때렸다. ⓒ 정강민



그러나 류현진은 2회에 지금껏 잘 막았던 브랜든 크로포드(오늘경기전까지 류현진 상대 2루타 하나 포함.154 피OPS .445)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92마일의 패스트볼을 밀어친 타구가 좌측 깊숙한 곳에 떨어졌다. 크로포드는 아로요의 땅볼과 조 패닉의 희생플라이를 힘입어 오늘 경기의 첫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류현진은 후속타자 드류 스텁스(상대 5타수 2안타 1홈런)를 땅볼로 요리하고 2회를 마무리했다. 이후 맞은 3회, 천적 펜스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벨트와 누네즈 2-3번을 땅볼로 요리했다. 4회는 크로포드의 날카로운 타구를 또 푸이그가 잘 잡아주는 등 3자범퇴로 이닝을 쉽게 마쳤다. 그간 우려를 끼쳤던 5회에는 쾌조의 컨디션으로 땅볼-내야플라이-삼진으로 순조롭게 마쳤다.

그러나 6회 또 위기를 맞았다. 2번타자 브랜든 벨트를 안타로 내보낸 뒤, 3번 누네즈에게는 잘맞은 타구를 허용했지만 좌익수 정면으로 가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1B-2S 상황에서 74마일의 몸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포지가 들어올렸다. 이 타구가 좌측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지며 안타가 됐고, 벨트는 그 틈에 3루에 파고들며 2사 1,3루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2루타를 치고 득점에 성공했던 브랜든 크로포드. 크로포드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4개 뿌리는 등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가져갔고, 결국 풀카운트 끝에 6구째 82마일의 체인지업으로 그를 3루수 팝플라이로 막아냈다.

▶ 류현진을 또 외면한 타자들... 좌완 아닌 우완투수 상대로도 답답한 타선

그러나 또 득점지원이 안됐다. 상대 선발 케인은 2안타 1볼넷만을 허용하며 6회까지 순조롭게 마쳤다. 올해 환골탈태했다는 그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사실 케인은 다저스 타자들에게 강한 편이 아니었다. 케인을 상대로 3할 타율을 기록한 다저스 타자들은 곤잘레스/어틀리/시거/푸이그/터너가 있었고, 어틀리와 곤잘레스는 케인에게 무려 4개씩의 홈런을 뺏어냈다. (푸이그 1홈런) 그러나 그 기록이 무색하게, 상대 선발투수에게 강세였던 타자들이 4명이나 모여있는 타순임에도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결국 케인이 6회 70구만 소화하고 내려갔음에도, 7회에도 한점도 뽑지 못했다. 그러면서 류현진은 승리투수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거기에 7회말 구원등판한 리베토어와 필즈가 상대타자들을 상대로 어렵게 끌고갔고 그사이에 펜스의 적시타로 샌프란시스코가 한점 도망갔다. 팀은 8회 대타 크리스 테일러가 내야땅볼로 한 점을 다시 만회했지만, 아쉬운 도루실패로 8회 공격을 허무하게 끝냈다.

9회에도 마찬가지였다. 바운드볼을 틈타 저스틴 터너가 2루에 진출했지만,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삼진으로 물러남과 동시에 상대포수 버스터 포지의 뛰어난 플레이가 빛났다. 곤잘레스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터너가 스킵동작을 하느라 베이스에서 떨어진 것을 놓치지 않고 2루에 뿌렸고, 크로포드가 잘 잡아 태그하면서 경기가 끝났다. 8회에 이어 9회에도 허망한 마무리였다. 류현진은 시즌 4패를 안았고, 지난 1주일간 2승 5패에 그치며 침체를 겪은 팀 분위기는 오늘도 반전하지 못했다.

▶ 가장 고무적인 등판, 구속과 함께 평소와 다른 피칭전략 2가지 모두 잘 먹혀들어

오늘의 류현진에게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요소는 패스트볼 구속. 오늘 패스트볼 구속은 1회부터 91마일이 나오는 등 지난 경기들에 비해 많이 상승했다. 90마일 이하의 패스트볼이 전체 패스트볼 30개 중 4개 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93마일 한차례를 포함해 스피드건에 92마일 이상이 총 5번 찍혔다. 오늘 안타는 패스트볼 2회, 커브 1회, 체인지업 2회로 형성됐다. 또한 92마일의 패스트볼을 때렸던 크로포드가 2루타를 하나 만들었을뿐, 오늘 피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평균구속 90.6마일로, 그야말로 자신이 안고있었던 우려를 불식시키는 투구내용이었다.

평소와 달리, 류현진이 변화구 구사율을 높였던 것 또한 주효했다. 오늘 경기전까지 패스트볼 계열의 구사비율은 51.1%였는데, 오늘 경기만큼은 31.3%에 그쳤다. 대신 체인지업 구사비율이 시즌평균 25.2%에서 41.7%로 크게 올랐고, 체인지업을 축으로 커브를 많이 배합해 좋은 투구를 했다. 다만 6회에는 커브볼이 파울라인으로 밀리지 않고 누네즈에게도 잘맞은 타구를 맞는 등 후반에 공에 다소 힘이 떨어진듯한 모습도 보여줬다.

오늘 류현진 구종구사(총 96구)
포심 30구
체인지업 40구
커브 17구
슬라이더 09구

▶ 총평

비록 컵스전에 걱정을 끼치는 투구를 하기도 했으나, 어깨부상 이후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계속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첫 2경기 모두 5회에 실점을 하고 이른 상황에 강판됐다. 3번째 경기에서는 6이닝 97구를 뿌리며 비록 4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피칭에는 실패했지만 이전의 이닝이터의 모습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이번 4번째 선발등판에서는 6이닝 1실점이라는, 예전에 우리가 알던 류현진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피칭을 했다. 류현진의 퀄리티스타트는 2014년 9월 6일 이후 960일만에 나왔으며, 2경기 연속 95구 이상을 던졌다. 특히 오늘 패스트볼 구속이 한창 좋았을 시기의 구속이던 89-92마일 사이를 오고 간것이 가장 큰 성과다. 투구 이후에도 아프지 않아야하겠지만, 이대로라면 류현진의 '진짜 컴백'은 지금부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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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류현진 선발경기 다저스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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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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