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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예산읍의 중심, 금오산 자락에 위치해 불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향천사. 656년(백제 의자왕 15년) 의각선사가 창건한 1500년 고찰 향천사는 오랜 세월 예산 민초들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명소지만, 연구가 전무한 상태다. 금까마귀와 향천(香泉)과 관련한 건립설화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향천사가 품고 있는 그 밖의 많은 역사와 문화유산들은 묻혀져 있다.

지난 15일 향천사 서선당에서는 '예산 향천사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최초의 학술대회가 열렸다.

향천사(주지 효성스님)가 주최하고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소장 석문스님)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향천사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확인하고, 향후 과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첫 발을 디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지난 15일 향천사 서선당에서 열린 ‘예산 향천사의 문화유산’학술대회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일 향천사 서선당에서 열린 ‘예산 향천사의 문화유산’학술대회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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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내용은 △향천사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 연구(최선일) △향천사의 풍수지리적 함의(김규순) △향천사 소장 전적 연구(김종민) △1924년 조성 향천사 불교회화 연구(홍은미) △향천사 석조부도 연구(김정원)다.

발표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16세기부터 근대기까지 문화유산 가치가 높은 유물들이 다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향천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체계적인 연구, 문화재 지정과 관리, 스토리텔링을 통한 가치부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극락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은 충남을 대표하는 조각승 운혜스님이 최고의 절정기인 40대 후반의 나이(1659년 추정)에 조성한 불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았다. 또 향천사가 소장하고 있는 전적류 가운데 완질을 갖추고 있는 <묘법연화경> 7책, 현존하는 판본 중 가장 이른 시기인 <선원집> 등이 입증돼 지정문화재 신청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근대기 거부로 유명한 김진섭(당시 호서은행장)이 1924년 무려 18점의 불화를 동시에 조성했고, 이 불화들이 문화재급임을 스토리텔링화한다면, 예산군 관광명소로도 부상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토론회 좌장으로 나선 정암(수덕사 성보박물관장) 스님은 "향천사는 수덕사의 수말사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수덕사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예산불교의 대표를 꼽으라면 누구든 향천사를 꼽을 것이다. 향천사의 문화유산은 스님들만이 아니라 모두가 애정을 갖고 통찰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단행본으로 엮어 나온 <예산 금오산 향천사 문헌집>도 배포됐다. 이 책에는 향천사의 문헌기록과 불교조각, 불교회화, 불교공예, 석조미술, 문집과 지도, 관보와 신문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편저자인 최선일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통사찰 가운데 개별사찰에 남아있는 문헌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곳은 20여 사찰에 불과하다.

또 향천사와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는 주제발표에 앞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향천사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와 기록 등에 대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향천사 부도·탱화 보존처리 시급

향천사가 소장한 문화재에 대한 보존관리가 제대로 안돼 원형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재 행정이 서둘러 예산을 편성하고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천사에는 4점의 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1점은 수덕사 성보박물관 소장)와 4점의 근대등록문화재가 있다. 이 가운데 부도와 탱화의 훼손상태가 심각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15일 열린 학술대회에서 '향천사 석조부도 연구'를 발표한 김정원((재)불교문화재연구소)씨는 의각선사 부도에 대해 "중대석 각 면에 양각된 여덟 신장상이 풍화로 마모돼 육안으로는 형태를 잘 알아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향천사를 창건한 의각대사의 부도탑이 풍화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향천사를 창건한 의각대사의 부도탑이 풍화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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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의각대사 부도는 검은 지의류가 탑신 전체를 덮고 있고, 하단부는 이끼류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석의 곰팡이균으로 불리는 지의류는 재질을 전반적으로 약화시켜 박리(剝離)와 박락(剝落), 마모, 크랙 등이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향천사 주지 효성스님은 "부도 하단부가 땅에 묻혀있는데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함부로 손댈 수도 없다. 이끼류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풀을 깎아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행정에 계속 호소를 하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안나오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탱화의 훼손문제도 제기됐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 '1924년 조성 향천사 불교회화 연구'발표를 한 홍은미(옥천사성보박물관)씨는 "영산재봉행을 위해 제작한 탱화작품 18점이 모두 남아있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존처리가 시급하다"고 알린 뒤 "충남도에서도 문화재돌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만큼 실외에 있는 부도 등에 대해서는 상시적인 관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탱화의 찢어진 부분을 실로 꿰매 놓은 모습. 사진 속 사보살도 뿐만 아니라 근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탱화 4점 대부분에 대한 보존처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탱화의 찢어진 부분을 실로 꿰매 놓은 모습. 사진 속 사보살도 뿐만 아니라 근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탱화 4점 대부분에 대한 보존처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 홍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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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군청 관계자는 "석조물 보존처리에 대해서는 처리 이후에 오히려 지의류 등의 기생 주기가 빨라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든 문제가 제기된 향천사 문화재들의 보존방법을 찾기 위해 올해 예산을 신청하겠다"고 답한 뒤 "향천사에 지정가치가 있는 문화유물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지스님이 적극 나서고 계신 만큼 소장자의 요청이 있으면 문화재 지정신청을 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향천사에는 △도지정 유형문화재- 범종(제171호, 수덕사 성보박물관 소장) △도지정 문화재자료- 부도(제179호), 천불전(제173호), 9층석탑(제174호) △근대등록문화재- 아미타괘불도, 오여래도, 사보살도, 팔금강도(이상 4점 제627호)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불교문화, #문화유산, #문화재, #향천사,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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