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복귀가 예상되는 넥센 조상우

넥센 조상우 ⓒ 넥센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는 작년 시즌 로버트 코엘로의 대체 선수로 들어와 정규리그 6승을 올린 스캇 맥그래거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 등판했지만 9이닝 7자책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넥센은 작년 11월25일 빅리그 71경기 등판 기록을 가진 션 오설리반과 11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히어로즈 구단 역대 최고 계약 규모였다.

넥센은 2014년 20승을 거둔 에이스 앤디 밴 헤켄에게도 1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안겨준 적이 없을 만큼 검소하기로 소문난 구단이다. 그만큼 오설리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오설리반은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6.71로 무너지며 불펜으로 강등됐다(오설리반은 불펜에서의 첫 등판이었던 1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패전투수가 됐고 3경기에서 2패를 기록한 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팀 내 최고 연봉 투수가 빠진 넥센의 선발진은 지난 19일 SK와이번스전부터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넥센의 5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만든 주인공들은 에이스 앤디 밴 헤켄과 작년 신인왕 신재영, 돌아온 홀드왕 한현희, 영건 최원태, 그리고 시즌 첫 등판이자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돌아온 '젊은 폭격기' 조상우다.

넥센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약관의 젊은 폭격기

인천에서 태어난 조상우는 류현진(LA 다저스)의 모교인 동산고로 진학해 강속구 유망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조상우는 2학년 때 허리 부상을 당하며 한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동산고 역시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팀을 이끌던 김재문 감독이 물러나고 말았다. 스승의 퇴단으로 실의에 빠진 조상우는 3학년 진학을 앞두고 대전고로 전학 가게 됐다. 사실 운동부에서 3학년 전학생의 존재는 그리 달갑지 않지만 조상우는 다행히 팀에 잘 적응했다.

대전고에서 메이저리거 출신의 조진호 코치를 만난 조상우는 투구폼을 교정 받으며 구위를 바짝 끌어 올렸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NC특별지명 선수 2명 제외)로 넥센에 지명됐다. 당시 넥센의 염경엽 감독(SK 와이번스 단장)은 묵직한 강속구와 두둑한 배짱을 가진 조상우를 선발 투수로 키우고 싶어 했다.

실제로 조상우는 2013 시즌 초반 퓨처스 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았고 5월 9일 LG트윈스전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1군 무대 선발로 예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당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조상우의 첫 선발 등판은 무산됐고 15일 한화 이글스 전에서 시속 156km의 강속구를 던지며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그 해 5경기에 등판한 조상우는 승패없이 4.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입단 첫 해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멋진 예고편을 보여준 조상우는 2014년 본격적으로 넥센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48경기에 출전해 6승2패11홀드2.47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한 조상우는 한현희, 손승락(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넥센의 필승조로 맹활약하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시즌 후 신인왕 투표에서는 박민우(NC)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표를 얻기도 했다.

조상우는 2015 시즌 초반 한현희가 선발로 전환하는 바람에 불펜에서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실제로 조상우는 2015 시즌 70경기에 등판해 93.1이닝을 소화하며 8승5패5세이브19홀드3.09를 기록했다. 아무리 젊은 투수라지만 불펜 투수로서 너무 많은 경기에 등판해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다. 시즌 후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선발된 조상우는 미국과의 결승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넥센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미래임을 확인했다.

오설리반 없이도 완전체에 가까워지는 넥센 선발진

하지만 역시 혹사 앞에 장사는 없었다. 조상우는 선발 변신을 준비하던 작년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조기 귀국했고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조상우의 시즌 아웃을 선언했고 조상우는 3월 두 번에 걸쳐 팔꿈치 수술(인대접합 수술과 핀 고정수술)을 받았다.

2016 시즌을 통째로 거른 조상우는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등판하지 않으며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을 애타게 했다. 하지만 7일 SK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기 시작했고 두 번의 재활 등판 끝에 지난 18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조상우는 18일 SK전에서 4-7로 뒤진 7회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구위를 체크했다.

다시 4일을 쉰 조상우는 23일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 경기를 가졌다. 조상우가 과거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술 후 1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고 선발 경험이 전혀 없으며 게다가 상대는 롯데의 외국인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였다. 여러모로 조상우에게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상우의 묵직한 구위와 두둑한 배짱은 부상을 당하기 전과 비교해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조상우는 이날 5이닝 동안 79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막아내고 데뷔 첫 선발승을 올렸다. 최고 150km의 강속구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릴 정도로 구위가 좋았고 선발 포수로 출전한 주효상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선발 투수로 충분한 경쟁력을 보인 만큼 조상우는 앞으로도 선발 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넥센은 밴 헤켄, 신재영, 최원태, 한현희, 조상우로 구성된 좌완과 우완, 잠수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좌완 오주원도 충분히 선발로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이고 외국인 선수가 들어갈 수 있는 한 자리는 비어있다. 시즌 전 장정석 감독이 그렸을 올 시즌 넥센 선발진의 청사진이 '조질라(조상우+고질라의 합성어일 뿐이니 다른 상상은 하지 말자)' 조상우의 복귀와 함께 완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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