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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공생, 순환의 가치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대전지역에도 수많은 협동조합이 다양한 사업과 방식으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기관인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 토마토, 오마이뉴스의 공동 기획으로 대전지역 협동조합을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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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노는 게 좋은 사람들이 만났다. 다른 무엇보다 바느질하는 게 좋은 이들은, 손놀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좋아하는 일로 수익도 내고 사람도 만나며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손놀이 협동조합의 다른 이름은 '손으로 노는 뇨자들'이다.

왼쪽부터 강민희 대표, 김정애 이사, 이귀옥 총무
▲ 손놀이 협동조합 구성원들 왼쪽부터 강민희 대표, 김정애 이사, 이귀옥 총무
ⓒ 월간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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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고 싶은 마음, 이웃을 만나다

'강의를 하는데, 왜 별로 수익이 나지 않지?'

이 질문에서부터 손놀이 협동조합이 시작됐다. 구성원 대부분은 이전에 문화센터 등에서 홈패션 강사로 활동했다. 홈패션 강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 3백만 원에서 5백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막상 자격을 취득하고 강의를 하면서 얻는 수익은 기대 이하였다.

"강의비로 얻는 수익을 문화센터와 나누고 나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홈패션 강사들 대부분이 재료 구매 대행으로 수익을 내곤 했는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학생들이 재료를 구하는 곳을 잘 알게 되면서 수익 내기가 어려워졌어요."

강민희 대표는 더 '잘살기 위해' 손놀이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그렇게 2014년, 홈패션 강사 다섯 명이 모여 손놀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패브릭 제품 및 각종 소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손놀이 협동조합의 작업장, 강의실 겸 매장은 중구 용두동에 있다. 안쪽 작업장에서는 수업도 진행하며,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매장에서 판매한다.

손놀이 협동조합과 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사랑방이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들러서 안부도 묻고 먹거리도 함께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이불, 냄비 집게, 앞치마, 손수건, 인형, 머플러 등 손놀이 협동조합이 만드는 제품은 다양하다. 한 사람이 한 제품을 책임져 만드는 핸드메이드의 특성 때문에 각각의 제품에는 만든 사람의 개성이 묻어난다.

"핸드메이드 홈패션은 직접 본인의 스타일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나의 완제품을 만드는 것을 통해 자존감도 살릴 수 있고 이것을 누군가와 나눌 수도 있고요."

손놀이 협동조합이 만든 제품은 조합 매장뿐만 아니라 대전역과 동대구역 중소기업 명품마루 등 여러 지역 매장에 입고된다. 자체적으로 판로를 개척한 것이다.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2014년에 모인 손놀이 협동조합 구성원 다섯 명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홈패션 강사로 활동하기 전에는,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돼 다시 사회로 나오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손놀이 협동조합은 경력단절여성 등의 홈패션 자격 취득과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요. 떨어진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자격증 취득인데 자신한테 몇 백만 원씩 투자하는 게 쉽지 않죠. 저희는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자격증 취득 과정을 진행하고 있고요. 경력단절, 소외계층, 다문화가정 엄마들에게는 무료로 강의하고 있어요."

현재 손놀이 협동조합은 예비사회적기업이며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2015년에 (사)풀뿌리사람들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며 자신들이 사회적 경제 영역 내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는 것을 소셜 미션으로 삼았다.

제품 판매와 강의로 수익 구조를 만들어 손놀이 협동조합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목적을 이뤘다면, 이제는 경력단절, 다문화, 소외계층 여성과 사회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큰 목표 중 하나로 삼는다.

손놀이 협동조합의 활동이 많이 알려졌는지, 지역의 관련 센터나 개인이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누가 찾아오더라도 구성원들은 성심껏 상담을 진행한다. 강민희 대표는 사람을 만나고 이들이 변화하는 걸 보는 게 보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여성분들은 본인들 나라에서보다 대접을 못 받으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바느질에는 언어도 출신도 필요 없거든요. 손으로 뭔가를 만들면서 주문도 받게 되고 자신감이 생겨나요. 그런 얘기를 듣는 게 보람이에요."

이귀옥 총무가 재봉틀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모든 작업물에는 개인의 개성이 드러난다.
▲ 손으로 직접 만듭니다 이귀옥 총무가 재봉틀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모든 작업물에는 개인의 개성이 드러난다.
ⓒ 월간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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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놀이는, '우리의 자리'다

손놀이 협동조합이 바라는 세상은 평등한 세상이다. 구성원들은 손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며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선다. 하나씩 천천히 작은 결과들을 내고 있다. 올해 그루터기 여성 장애인 협회와의 프로젝트로 장애인 여성들에게 바느질을 가르치는데, 연말에는 직접 만든 옷으로 패션쇼를 개최할 예정이다.

강민희 대표는, 내년에는 다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봉제 노동 환경에 제지를 가하는 역할이다.

"봉제 업체에서 4대 보험 가입을 안 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온종일 미싱해도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을 못 가져가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노동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죠. 그런 업체들을 제지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올해 안에 수출도 준비한다.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손놀이 협동조합이 꾸려 가고 있다. 구성원들이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이유는, 변하지 않을 '자신의 자리'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를 했었는데, 결혼하고 일을 계속하기 어려웠어요.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돌아갈 제 자리가 손놀이 협동조합이었어요. 손놀이가 다른 분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귀옥 총무는 손놀이 협동조합이 '사회에서 한몫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한다. 이귀옥 총무의 학생으로 함께하게 된 김정애 이사도 손놀이와 함께, 전과는 다른 삶을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하곤 한다.

"제2의 인생을 찾고 싶은 분들은 손놀이 협동조합으로 오세요."

* 손놀이 협동조합  대전 중구 계룡로 835-1 1층

덧붙이는 글 | 월간 토마토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손놀이 협동조합, #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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