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년 전이었던 2016년 4월 24일(한국시각), 이 날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타점을 기록했던 날이었다. 당시 시범경기에서 워낙 부진했던 탓에 좌투우타 외야수 조이 리카드와의 주전 좌익수 경쟁에서 밀렸고, 김현수는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김현수가 적시타를 터뜨렸던 경기는 그의 4번째 출전 경기였고, 김현수는 4월 동안 6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중 선발 출전은 4경기에 불과했다. 주전 경쟁에서 한 번 밀리고 난 다음 출전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고, 리카드의 4월 타격이 절정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후 리카드가 손가락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김현수는 플래툰(Platoon)으로나마 오른손 투수를 상대하는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게 됐다. 그러나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는 여전히 적었기에 김현수는 지난 시즌 왼손 투수를 상대로 끝내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1년 동안 왼손 투수 상대 23타석, 너무나 철저했던 플래툰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감독 벅 쇼월터는 오리올스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철저하게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했다. 리카드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도 쇼월터 감독은 다른 선수들을 기용하며 김현수에게는 좀처럼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러한 시스템은 올해 스프링 캠프에서도 지속됐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정규 시즌 개막을 목표로 타격감을 맞춘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철저하게 타석에 설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나마 김현수가 왼손 투수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오른손 투수를 상대하는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여 중간에 교체되지 않고 풀 타임을 뛰었을 경우뿐이었다. 그러나 선발 출전했던 경기에서도 승부처에서 상대 팀 왼손 투수가 투입되면 쇼월터 감독은 가차없이 김현수를 다른 선수로 교체했다.

쇼월터 감독의 로스터 운영이 효과가 있었는지 오리올스는 지난 시즌 정규 시즌에서 와일드 카드를 획득하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0점 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세이브 성공률 100%를 기록했던 마무리투수 잭 브리튼도 있었기에 리드를 잡은 경기를 쉽게 내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오리올스의 2016년 포스트 시즌은 한 경기만에 끝나고 말았다. 첫 번째 라운드인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고, 오리올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광탈하고 말았다.

2016년 김현수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단 18타수 무안타 4볼넷 1사구 4삼진 2득점에 그쳤다. 그나마 2득점도 볼넷이나 사구로 출루한 덕분에 나왔던 점수였지, 안타가 없었으니 타점도 없었다. 타율은 0이었고 볼넷이나 사구를 합한 출루율도 0.217에 불과했지만, 애초에 감독이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표본만으로 왼손 투수에게 약했다고 볼 수는 없다.

여전히 찾아오지 않는 왼손 투수 상대 기회, 놓치지 않는 김현수

메이저리그에서 2년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김현수에게 왼손 투수 상대 기회는 오지 않았다. 쇼월터 감독은 여전히 상대 팀이 왼손 선발투수가 등판하는 날이면 김현수가 벤치에서 대기하게 했다.

이로 인하여 김현수는 2017년 시즌 9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중 외야수로 선발 출전했던 경기는 6경기뿐이었다. 교체 출전하더라도 대타가 아닌 마지막 이닝 대수비로 출전하여 타수 기록이 없었던 경기도 있었다.

4월 24일에 있었던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 경기에서도 김현수는 선발 멤버에 없었다. 이 날 레드삭스의 선발투수가 왼손 투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였던 탓이었다. 김현수 없이 경기를 시작한 오리올스 타선은 6회까지 단 1개의 안타와 5개의 볼넷만 얻어내며 삼진은 7개나 헌납하는 등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이 날 김현수를 대신하여 1번타자로 출전했던 크레이그 젠트리는 1타수 무안타 2볼넷 2삼진으로 나름 2번의 출루를 기록하는 등 활약했다. 그러나 젠트리는 타율이 0.160에 불과했으며, 8회부터 김현수로 교체됐다. 레드삭스의 두 번째 투수는 오른손 투수 맷 반스였고, 이에 김현수의 출전 기회가 온 것이다.

김현수는 정작 오른손 투수인 반스를 상대로는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김현수가 아웃된 이후 경기 분위기는 묘하게 바뀌었다. 오리올스의 매니 마차도가 거친 슬라이딩을 한 적이 있었고, 레드삭스의 간판 타자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부상을 당한 경기가 있었기에 그 앙금이 경기에서 드러난 것이다.

김현수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반스는 김현수의 다음 타자인 마차도의 머리로 향하는 위협구를 던졌다. 안 그래도 선발투수 로드리게스가 마차도를 상대로 자꾸 몸쪽 공을 던졌고, 이후 위협구가 나오는 바람에 앤디 플레쳐 주심은 반스를 퇴장시켰다.

이로 인하여 레드삭스는 조 켈리가 등판하여 8회를 마무리했고, 9회부터 왼손 투수 페르난도 아바드가 등판했다. 하지만 쇼월터 감독은 8회부터 교체 출전했던 김현수가 경기 후반을 끝까지 뛰게 하는 차원에서 왼손 투수 상대 기회를 주게 됐다.

두 팀의 마찰로 심상치 않았던 경기 분위기와 이로 인해 꼬여버린 상대 팀의 투수 운영 덕분에 김현수는 왼손 투수를, 그것도 2사 3루 득점권 상황에서 맞이하게 됐다. 그리고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두르며 빠르고 강한 땅볼 타구로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애덤 존스의 연속 안타가 터지면서 김현수는 2루까지 밟았다. 그러나 뒤이어 등판한 레드삭스의 마무리투수 크레이그 킴브렐을 마차도가 공략하지 못하면서 오리올스는 승리까지 연결하지 못하고 경기를 끝냈다.

기다리면 해내는 김현수, 이래도 플래툰 고집인가

김현수는 KBO리그에 있었을 때도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였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타격감을 맞추는 데 집중하며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였기에 좋은 공을 좋은 타구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리고 KBO리그에서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이 크게 나쁘지도 않았다. 2009년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과 1할 가까이 차이가 났지만, 그 때는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이 0.397로 압도적이었던 상태라 왼손 투수 상대 타율도 0.297이었다.

이후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왼손 투수 상대 타율과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의 격차를 점차 줄여나갔다. 그러한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쇼월터 감독은 철저히 김현수에게 왼손 투수 상대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김현수는 단 24타석 만에 왼손 투수를 상대로 적시타를 기록했다. 문제는 워낙 상대 기회가 없었던 탓에 이 24타석까지 오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는 사실이다. 김현수가 KBO리그 시절에 기존 성적으로 꾸준히 보여줬음에도 쇼월터 감독은 이를 크게 참고하지 않았다.

사실 쇼월터 감독은 한국인 선수들과 인연이 많은 감독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첫 감독을 맡아 김병현(전 KIA 타이거즈)과 인연을 맺었으며, 2003년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이 되면서 박찬호(은퇴)와도 인연을 맺었다.

2010년 여름부터 오리올스 감독이 되면서 2014년에 윤석민(현 KIA 타이거즈)과도 인연을 맺었는데, 윤석민이 부진했던 탓도 있지만 1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콜업하지 않고 결국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한 적도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현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쇼월터 감독과 이전의 한국인 선수들과의 관계 때문인지 한국 팬들로부터 쇼월터는 썩 좋지 않게 보이고 있다. 물론 쇼월터 감독은 팀 전력에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플래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플래툰 시스템을 철저히 적용하면서도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하위권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상황을 보면 플래툰 시스템만이 정답은 아니다. 다저스는 노장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 젊은 유격수 코리 시거 등에 대하여 플래툰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왼손 투수 상대 타율에서 꼴찌(0.214)였으며 올해도 0.225로 영 좋지 않다.

결국 왼손 투수를 상대로 무조건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보다 왼손 투수에게 강한 타자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에 대해서 좌투우타인 리카드가 어느 정도 해 줬지만, 리카드가 작년에도 올해도 손가락 부상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내구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 날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젠트리도 사실은 오리올스의 백업 멤버이다. 김현수와 리카드, 존스, 세스 스미스, 마크 트럼보의 5명이 기본으로 출전하는 선수(좌/우익수 플래툰 적용)라면 젠트리는 그 사이에 빈 자리가 생길 경우에나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오리올스도 교통 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리카드의 경우 룰5 드래프트에 지명된 지난 해에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었다. 김현수의 경우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지만, 오리올스와의 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만료된다.

김현수가 재계약할 가능성도 있고, 다른 팀으로 떠날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김현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저 지금처럼 얼마 되지 않는 왼손 투수 상대 기회를 철저히 활용할 수 밖에 없다. 오리올스를 떠나게 될 경우 김현수가 좌우 타율 불균형을 많이 줄여놨다면 그 만큼 FA 시장에서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올 시즌 후 두 번째 FA를 맞이하는 김현수가 향후 어떠한 방법으로 이를 개선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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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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