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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KBS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군복무 단축 공약을 질문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지난 4월 19일 KBS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군복무 단축 공약을 질문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 K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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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KBS 주최 2차 대선후보 TV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토론은 '스탠딩 토론'이었지만, '문재인 청문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당시 토론에서 자유한국당 유승민 후보는 '안보'를 강조하면서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또한 문재인 후보의 '군복무 단축' 공약을 문제 삼았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핵과 장사정포 등 비대칭 전력 때문에 국가 안보가 위중한데, 대통령이 되면 꼭 군복무 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 줄이겠느냐?"라며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유독 선거 때마다 '안보'이슈가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과연 19대 대선 후보들이 군복무 단축이나 급여 등 사병 관련 공약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군복무 단축과 사병 급여 인상 공약, 문재인·심상정 뿐

중앙선관위 19대 대선 후보 10대 공약집에 나온 사병 군복무 단축 및 급여 인상 관련 공약, 문재인,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없었다.
 중앙선관위 19대 대선 후보 10대 공약집에 나온 사병 군복무 단축 및 급여 인상 관련 공약, 문재인,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없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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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지난 23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사병 급여 인상 관련 질문에 "최저임금의 50% 정도는 단계적으로 올리는 게 맞다"고 답변했습니다. 심 후보가 "병사들의 월급 문제에 대한 공약이 있나?"라는 질문에 "당연히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10대 공약집을 보면 사병 급여를 인상한다는 내용이나 병사들의 월급 공약은 없었고, 단지 제대 군인을 위한 '한국형G.IB il 프로그램 법제화'만 있습니다. 후에 나올 '대선공약집'에 이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지만, '안보'를 강조하는 후보의 10대 공약에 사병 월급 인상이 빠졌다는 점은 의아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병의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고 장병 급여를 최저 임금 대비 50%까지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군복무 단축 대신 '한국형 모병제'(의사모병제)를 도입하고 사병 급여를 최저임금의 40%이상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10대 공약에는 복무기간 단축이나 사병 급여 관련 내용이 아예 없었습니다. 이 후보들은 '안보'와 '한미동맹'을 주장하며 국방 관련 공약을 내놓았지만, 사병들의 처우 개선 공약은 미흡합니다.

최저임금 대비 15%... 가장 열악한 한국 병사

징병제 시행 국가별 민간 최저임금액 대비 병사 월급
 징병제 시행 국가별 민간 최저임금액 대비 병사 월급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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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2016년 발표한 '징병제 시행 국가별 민간 최저임금액 대비 병사 월급' 자료를 보면 한국군 병사의 급여는 가장 열악합니다.

한국의 2016년도 병장 월급은 19만7000원으로 월 최저임금 126만 원 대비 고작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34%), 대만(33%/모병제 전환), 베트남(27%), 브라질(80%), 싱가포르(최저임금액 없음), 이스라엘(34%), 이집트(100%), 태국(100%), 터키(15%) 등 징병제를 시행 중인 국가들의 최저임금액 대비 병사 월급 비율과 비교할 때도 최저 수준입니다.

최저임금제도가 없는 싱가포르도 월 42~51만 원을 지급하고, 최저임금이 18만 원인 베트남조차 병사 월급이 5만 원으로 최저 임금 대비 27% 수준입니다.

한국 사병들이 경제력이 낮은 징병제 국가보다 더 낮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 방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보를 외치면서 사병에게 희생 강요하는 나라

대한민국 국방비 인건비 비중 및 군인 신분별 인건비
 대한민국 국방비 인건비 비중 및 군인 신분별 인건비
ⓒ 세계군축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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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방비 38.8조 중 37%에 달하는 14.2조가 인건비로 지출됩니다. 한국군 상비병력 수는 약 63만3천 명이고, 이중 사병은 약 70%를 차지합니다.

병력의 70%를 차지하는 사병이지만 인건비는 고작 9%에 불과합니다. 병력의 11% 수준인 장교의 인건비는 전체 인건비 중 약 42%를 차지합니다. 인건비 대부분이 사병이 아닌 장교 등에 편중되고 있는 셈입니다.

급여를 제외한 피복이나 군장류 등이 완벽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신형전투화는 뒷굽이 분리되고, 전투복의 내피나 방탄복은 불량품이 속출했습니다. 해마다 군 장병 불량 급식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32곳의 군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군 체력단련장이라는 명칭은 붙었지만, 이용객 대부분은 중령 이상의 간부나 예비역 장성들입니다. 골프장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2013년 201억 원, 2014년 245억 원, 2015년 217억 원으로 매년 200억 원이 넘지만, 사병 복지 시설이 아닌 군 골프장 운영에 재투자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10대 공약 중 국방 분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10대 공약 중 국방 분야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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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모두 '안보'를 거듭 강조하거나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공약에서 '사병'의 비중은 높지 않습니다. 그보다 '사드'와 '전술핵' 배치, '한미 동맹'만이 크게 자리합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보'가 필요하다고 외치면서도 그 안보의 핵심 세력인 '사병'이 그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대한민국 사병은 장기판의 졸이 아닙니다. 그들의 인권과 존재 의미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안보, #TV토론 , #2017대선, #유승민, #사병 급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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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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