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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서 1998년 5월 9일 사이에 태어난, 만 19-23세의 유권자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이번 19대 대선에 표를 행사하는 '막내라인'으로, 생에 첫 대선을 십여 일 앞두고 있습니다. 12월이나 되어야 투표장으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예상보다 몇 달이나 빨리 대선 유권자가 될 수 있어 기분이 오묘하네요. 이제 내 이름 앞으로 선거공보물이 배달돼 온다니! 주민등록상 '어른'을 지나 이제 비로소 사회적 '으른'이 된다는 게 이런 것일까요.

우리 세대의 구성원은 대개 이렇습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교 신입생 티를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았죠. 사회인으로서는 어딜 가도 막내, 용돈벌이는 아직 부모님이나 아르바이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모든 면에서 애매한 나이대"라는 말이죠.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또 이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카톡방을 들여다보고 공개합니다.

지난 23일 밤 저는 19세에서 22세의 친구들과 함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1차 후보자토론회>를 시청했습니다.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위해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카카오톡'을 활용했으며, 또래 친구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며 방송을 지켜보는 사회적 시청을 경험했습니다. 이날 토론의 '킬링 포인트'에서, 우리 대선 새내기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함께 들여다보도록 하죠.

*참여자* 
지우(20, 글쓴이) 대선왕김대선(19) 사랑둥이(22) 예진(21) 수줍(20) 뮌헨(22) 카더기(19) 먼지(20) 꿀(20) 지구(19) 너구리(20). 이상 열한 명

심상정, 사자후로 토론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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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의 '킬링파트'는 생각보다 빨리 등장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첫 공통질문에 대한 첫 답변에서 "토론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겠다"며 "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 홍 후보는 사퇴해야 마땅하다. 전 그런 점에서 홍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심 후보는 홍준표 후보의 이른바 '돼지 발정제 논란'에 입을 열어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뒤이어 유승민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홍 후보의 사퇴를 촉구해 토론 초반은 홍 후보의 성범죄 모의 전력을 비판하는데 집중되었죠.

그 어느 때보다 성범죄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우리 역시 그렇습니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강간 문화'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유권자들은 이러한 폭력과 차별에 민감한 대통령을 원합니다. 그런데 이게 뭐람. 성범죄를 모의한 적 있는 대통령 후보라니! 토론 초반, 이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심 후보의 태도에 우리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심 후보는 토론 내내 홍 후보에게 질문 한 번 던지지 않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철저한 무시로 홍 후보의 성범죄 모의 전력 사실에 응답했습니다.

홍준표·유승민의 '북한 없이 못 살아',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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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적대적인 안보관과 레드 콤플렉스에 신물이 난 상태였습니다. 이날 토론에서 역시 진보 진영 후보들의 대북관과 사상에 대한 검증이 이어졌습니다.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홍 후보는 "남북의 핵 균형을 이뤄서 북한 핵도발을 억제하도록 하고, 해병특전대를 창설해서 힘의 우위를 통한 무장평화정책을 구축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죠.

우리는 '무장평화정책' 이라는 단어에 실소를 보냈습니다.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민주적 독재자? 둥근 사각형? 전술핵을 배치한 상태로 평화를 논하겠다는 홍 후보의 발상에 고개를 저었죠.

홍 후보는 '평화통일'이라는 어젠다가 절대적 우위에 놓여야 하는 시대적 바람을 결코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고, 그래서 평화의 한반도를 바랍니다. 핵과 미사일로 요란했던 한반도를 이제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홍 후보가 주장하는 '균형적 핵무장'은 우리의 미래를 뒤흔들 수 있는 암담한 공약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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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며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온 유승민 후보는, 요즘들어 보수층의 주된 무기를 가장 열심히 사용하는 듯 보입니다. 바로 대한민국 특유의 '레드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것. 개혁적인 공약들을 내놓으며 기존 보수층의 외면을 받고있는 상황에서, 보수표를 다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인 것이죠. 토론 시간 대부분을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과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사용한 유 후보의 여전한 전략은 우리에게 그리 유효하지 못했습니다.

"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북과 대화 안 할 건가?"라는 심상정 후보의 질문에 유 후보는 "북한과 당장은 대화 안 한다. 대화 채널은 언제나 유지하겠다. 전쟁해도 대화하지만 지금같이 위중한 시기에 무슨 결실을 얻겠다고 대화하나"라고 답했습니다.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열망하는 우리들에겐 절망적인 발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개혁 보수를 추구하는 유 후보가 기존 보수 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은 더욱 실망이었습니다. 수줍(20)은 "북한인권결의안-북핵-사드를 한데 모아 색깔론 공세에 활용하는 유 후보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고 뮌헨(22)은 "북한 프레임 좀 그만 썼으면 좋겠다"며 보수 진영의 안보 프레임에 질려했습니다.

문재인, 그간 난타전에 피곤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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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에게 이날도 13개의 질문이 몰리며, 토론은 '문재인 난타전'의 양상을 이어갔습니다. 문 후보는 유승민-홍준표 후보의 계속되는 안보관 공세와, 안철수 후보의 주제에 맞지 않은 질문들, 그리고 심 후보의 사회 전방위적 질문 모두를 커버해야했죠. 이 날 문 후보가 택한 '답변 피하기 전술'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문 후보는 몇 질문들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고 가지 않고 넘어가며,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문 후보는 "이미 답변을 다 했다" "다시 찾아보고서 말해라"는 식으로 상대 후보의 반복적인 질문을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이러한 토론 방식은 자칫 무성의하다고 느껴지거나 유권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지루하게 이어지는 안보관 공세라고 해도, 그것에 성실하게 답변해야하는 것 역시 토론 참여자의 의무이기도 하며, 이는 유권자들 간의 정보 불평등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목표하기도 하죠. 예진(20)은 "문재인은 속 '네 이미 대답했으니 다음질문~'이라는 태도를 보여 불편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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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그래도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그마치 세번째 난타전에서, 나름의 토론 전략도 생긴듯 했죠. 문 후보는 안철수·유승민 후보가 공세를 펼 때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할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대북인권 결의안 논란 등을 무난하게 방어했고, 안 후보와의 토론에서도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였죠. 문 후보는 이날 전반적으로 '무난'한 태도로 토론에 임해 역시나 논란 없이 '무난'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예능 담당, 안철수의 등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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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안철수 후보가 보여준 토론 태도에는 낙제점을 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SBS-KBS 토론을 거치며 발전적인 토론 실력을 보여줬던 안 후보의 이해할 수 없는 퇴보였습니다. 안 후보는 줄곧 외교/안보와는 맞지 않는 질문으로 토론의 질을 격하시켰습니다. 안 후보는 뜬금없이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으로 추정되는 것을 공개하며 문 후보를 비판했습니다.

이어 내일 당장 상임위를 열어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조사하자고 말하면서요. 두 사안 모두 후보 검증 차원의 합리적 의심일 수는 있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북핵과 안보 정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네거티브라니요.

안 후보가 자충수를 뒀다는 것은 토론 후반부에서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철수 MB맨 설'이 사실이 아님을 문 후보에게 확인받고자 했습니다. 문 후보는 이 질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 보였고, 이걸 보고있는 우리는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를 보던 사랑둥이(22)는 "저런 건 둘이 토론 끝나고 포차같은데 가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카톡으로 하든지"라며 안 후보의 길을 잃은 질문들을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토론이 끝나고 '안철수 MB맨'은 실검 1위에 오르기도 했지요.

그러나 안 후보의 존재가 이날 토론을 더욱 재미있고 다이나믹하게 만들었다는데 동의하지 않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원래 대선 토론의 예능 담당은 홍준표 후보였지만, 토론 초반 상대후보들이 홍 후보와의 토론을 거부하며 자연스럽게 홍 후보의 입은 다물어진 것이죠.

안 후보는 특유의 억양과 말투를 십분 활용해 귀여운(?) 장면들을 많이 연출했습니다. 안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제가 갑철수 입니까 안철수 입니까?"라는 독특한 질문을 하며 눈길을 끌었고, "사과부터 하십쑈!" "실망입니다~" "저는 홍 후보님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겠습니다"는 깜찍한(?) 투정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물로 안 후보의 달변이 돋보인 장면도 있었습니다. 홍준표 후보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옹호한 발언을 비판하는 부분에서였죠. "과거 진보 정권 때도 블랙리스트는 있었다"는 식의 홍 후보의 발언에 안 후보는 "남이 했으니 나는 괜찮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이 부족한 사람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든다고 생각한다"는 깔끔한 답변을 내놓아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 날 토론의 다였죠.

모호함, 선두권 후보의 숙명일까 한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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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이에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모호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문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 지속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중립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현재로선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후보'에 걸맞은 태도는 아닐겁니다. 실제로 이날 토론에서 심상정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한 유승민 후보의 끝없는 안보관 공격을 대신 방어함과 동시에 문 후보에게도 일침을 날렸습니다.

심 후보는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 후보 책임도 있다고 본다. 왜 이 문제에 처음부터 단호하게 자신 있게 당당하게 입장 밝혔으면 이렇게 논의가 비화 안 됐을 것이다"라며 "NLL도 사드도 그리고 지금 인권결의안도 그렇고 모호한 태도가 자꾸 정쟁 키우는 측면이 있지 않나.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해 보셔야 한다 생각한다"고 말했고, 우리는 이러한 지적에 대체로 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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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멀어질 수는 없었죠. 안 후보는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 때문인지 각종 논란들에 대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속한 정당인 국민의당의 당론과도 달라져 정당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삐그덕대기도 했지요.

안 후보는 자신을 보수 혹은 진보의 틀로 분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왔습니다. 안 후보가 그러한 입장을 취해온 정치적 맥락은 이해합니다만, 합리적인 중도의 모습을 결코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안철수는 보수냐 진보냐'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뮌헨(22)은 "안 후보는 공약이 뚜렷하고 좋은 반면, 태도가 모호에서 나중에 대통령이 되어도 본인 공약을 뒤집으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드러냈습니다.

다섯 후보 중, 유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 후보만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아마 눈치 볼 사람이 많기 때문일겁니다. 당선 가능성에 비교적 가까운 만큼, 상대 진영에 밉보여서 더 이상 표를 잃지 않으려는 전략인 것이지요. 이러한 태도는 선거 전략으로서는 유효할지 몰라도, 정치적 옳음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대통령의 자리에 가까워진 후보일수록,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후보자들에 주어진 책무일 것입니다.

이 속에서, 정책 토론이 있기는 있었다

토론 주제에서 마구 벗어나 진정한 '자유토론'을 이어가던 중, 그래도 정책에 관한 토론이 잠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국방 예산에 관한 논의와 국회 개혁에 대한 논의였는데, 이 두 논의는 모두 심상정 후보가 주도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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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는 "자식을 군대에 보낸 엄마가 500원짜리 모은다는 이야기 들어봤나"는 질문을 유승민 후보에 던지며 국방 예산 정책과 관련한 긴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심 후보와 유 후보는 '국방비 증액'이라는 공통된 공약 아래에서 일반 병사 처우 개선, 군 복무 기간 단축, 방산비리, 부상 병사 치료 등 군 관련 이슈들을 유연하게 오가며 토론했습니다.

두 후보의 입장은 명확히 달랐지만, 서로 명확히 다른 부분을 파고들며 토론 시작 한 시간 만에 정책토론다운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우리는 심 상정 후보가 지적한 보수 진영의 '사람 없는 안보' 개념에 대체로 동의하며 토론을 지켜봤습니다. 예진(22)은 "문VS안의 토론보다 심VS유의 토론이 훨씬 볼만하다"며 토론에 능한 이 두 후보를 칭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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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심상정 후보는 "안 후보님 이번에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제 도입한다 하셨는데, 2012년엔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며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건 독일식 명부제와 상치된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이어 심 후보는 "후보님이 그때그때 너무 달라서 좋은 안을 내셔도 믿음이 안 간다"는 의견을 내놨죠. 의원수를 줄이는 것을 통한 국회 개혁에 우리는 대개 부정적인 생각을 내놨습니다.

의원 수를 줄이는 것보다는, 의원 특권을 줄이거나 의원들이 실질적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제와 맞지 않는 각종 질문들이 오가던 중, 이 카카오톡방에도 오랜만에 정책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와 좋았습니다.

실망 가득한 세번의 토론,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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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능력을 떠나서, 토론 진행에 있어서만큼은 심상정 후보가 '하드캐리'했음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던것 처럼 심 후보는 상대 후보의 정책에 대해 질문한 거의 유일한 후보였고, 다른 후보들의 토론에 진척이 없을 때 상황을 말끔하게 정리하며 사회자 이상의 역할을 해냈습니다. 심 후보가 등장하면 우리는 일동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엉망진창이 된 앞선 토론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심 후보는 타 후보 모두에게 질문을 건네면서 사회자의 역할까지 해내느라, 정작 자신의 정책은 홍보하지 못하는 실수를 다시 한 번 범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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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이날 토론의 진행을 맡은 사회자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토론 초반에는 "외교 안보 토론에 집중해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후보들이 응답하지 않아, 그 모습이 그저 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사회자의 존재 이유에 의문이 들 만큼, 사회자는 아무런 역할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는 사회자 개인의 무능력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분명하다면, 대선 토론의 새로운 포맷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 일까요. 녹화방송으로 진행된 첫 토론을 제외하고, 생방송으로 연달아 진행된 두 토론이, 후보 정책 검증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구조적 이유를 탐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많은 선거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방안이 제안되고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선 새내기들의 표, 정치 미래에 큰 자산이 될 것

복잡다단했던 두 시간의 토론이 끝났습니다. 열정적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며 토론 관전에 임한 우리는 허탈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유권자로서는 '얻어갈 것이 없었던 토론' 이었기 때문일겁니다.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남은 토론회를 모두 함께 시청하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다음번엔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후보들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민주 시민으로서 신념과 줏대를 가지고 한 표를 던질 5월 9일의 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토론회를 몇 번이라도 더 견딜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첫 대선은 설레고 가슴 떨리는 것이니까요.


태그:#대선후보자토론회, #19대대선, #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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