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로설>의 주인공인 글로리아(앤 해서웨이). 이름처럼 살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콜로설>의 주인공인 글로리아(앤 해서웨이). 이름처럼 살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제목인 <콜로설(Colossal)>은 '거대한, 엄청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제목처럼 영화에는 거대한 괴수가 등장한다. 그 무대는 대한민국 서울이다.

알코올 중독에 백수 1년 차 '글로리아'(앤 해서웨이)는 이름값 못하는 인생을 사는 한심한 여자다. 그래서 같이 살던 남자친구에게도 쫓겨나, 아무도 없는 텅 빈 고향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고향에서도 의미 없는 날을 보내던 중, 지구 반대편 서울이라는 도시에 괴수가 출현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그리고 그 괴수와 자신이 연결되어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다른 괴수에 맞서 서울을 지켜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고질라>나 <퍼시픽 림>과 같은 거대 캐릭터의 육중한 액션을 기대해서는 안 될 영화다. <콜로설>의 제작비는 약 1500만 달러로, 2014년 개봉한 약 1억 5000만 달러의 <고질라> 제작비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저예산 영화다. 스펙터클보다는 상상력이 가미된 상황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 혹은 풍자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민폐만 끼치는 주인공이 전 인류(정확히는 서울 시민)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 상황은 풍성한 이야기를 끌어낼 만한 재치있는 설정이다. 실제로 영화는 남성에게 억압받는 여성, 실업자, 중독자 등을 소재로 극을 전개하고 있다. 영어판 포스터에는 "There's a monster in all of us"라는 문구가 들어있는데, 직역하자면 '우리 모두 안에 괴물이 있다' 정도일 것이다. 괴수가 되어 사람을 죽이고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현실에 빗대어 나름의 진지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영화인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철없던 주인공의 비장한 각성, 거대 괴수들이 벌이는 중량감 있는 액션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단, 영화에 등장할 서울의 모습에는 큰 기대를 하지 말자.

콜로설 앤 해서웨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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