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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벌써 1년이 지났다. 작년 초 제리 카플란의 <인간은 필요 없다>를 읽고 글을 썼는데(관련기사 : 내 조카는 20년 후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이번엔 그의 후속작인 <인공지능의 미래>를 집어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5년 전 '창조경제'만큼이나 난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는 5월 9일이면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광장의 촛불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행동했고, 이번 선거는 무겁고도 진중한 첫 발자국이다. 그렇기에 더욱 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인공지능의 미래> 겉표지.
 <인공지능의 미래> 겉표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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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질문! 혹시, 여러분은 지난 4년 동안 정부 주도로 적극적으로 진행된 정책인 '창조 경제'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창조 경제는 과연 우리의 '산업구조'와 '노동'에 창조적인 변화를 가져왔는가?

적어도 '기술자'로 살며 바로 앞에 지역거점의 '창조 경제 센터'를 두고 있는 나는, 아직도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였다. '4차 산업혁명'은 '창조 경제'처럼 내용은 없이 '말'만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되는 개념이라고 믿기에, 오늘은 1년 만에 만난 카플란의 입을 빌려 예상되는 미래의 '과제'에 대해 같이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 기사 (관련기사 : 노동 없는 미래, 인간이 살고 싶은 사회는?)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의한 산업구조 및 인간 노동의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정의를 내리지 못한 것만 같다.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정의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미 대법원 판사 포터 스튜어트가 포르노를 정의 내리기는 힘들지만 "보면 안다"고 했던 유명한 말처럼,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고 확신한다.' - p.30

저자에 따르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인간의 의사결정을 '흉내 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양의 과학은 인간의 의사 결정을 순차적인 선택과 정보의 융합에 의한 '과정'으로 정의해 왔고, 컴퓨터로 대표되는 '기계'는 인간의 사고 과정을 흉내 내는 과정에서 '판단'의 속도와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서 컴퓨터가 '선택'에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명령어인 '만약 ~라면, ~ (if-then)'은 기원전 17세기에 쓰인 고대 이집트의 기록에서도 발견된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하지만, 인공지능의 원형인 '기계학습'은 20세기에 이르러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GPU 덕분이에요."

며칠 전, 인공지능 전문가에게 들었던 말이다. 여기서 GPU란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의 약자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Central Processing Unit)에 비해 영상처리 및 이와 관련된 연산을 매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인간의 의사 결정은 순간적으로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한 처리를 통해 이뤄지는데, 지금까지는 컴퓨터의 정보처리가 충분히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흉내 낼 수 없던 영역이었다.

하지만,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예전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양의 계산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간과 유사한 속도로 답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 3월 이세돌과 겨루었던 알파고를 떠올려보라.

하지만, 인공지능이나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기술이 빨라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 역사를 통해 습득된 수많은 지식들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여 저장해 두었다. 예전에는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가거나 전문가를 찾아야 했지만, 검색어 몇 개만으로도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바꾼 것이다.

또한, 기계 기술은 소형의 성능 좋은 센서를 개발했고,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센서의 측정값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정보로 저장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지능형 공장'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금까지 이러한 정보는 인간의 세상을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우미'로 쓰였으나, 한편으로는 빨라진 '기계학습'이 똑똑해지기 위해 필수적인 무한한 양의 자료를 '자발적'으로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컴퓨터 기술의 진보와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확보되었다.

여기서, 인공지능의 발전과 관계되는 몇 개의 인상적인 사건을 떠올려 보자. 1997년 IBM이 개발한 '딥 블루'는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이었던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2011년 1월엔 역시 IBM의 '왓슨'이 유명 퀴즈쇼를 통해 인간 챔피언을 이겼다('왓슨'은 그 후로 의학 진단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성을 검증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 3월 구글의 딥 마인드가 바둑 세계 챔피언인 이세돌 9단을 이겼다.

"제가 보기에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에요. 생각해 보세요. 자동차가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을 놀랍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연구소장 '페이페이 리'의 <뉴욕타임스> 인터뷰 중 발췌, p.91

인간은 인간의 기술을 통해 '기계'에게 '지능'을 부여해왔고, 성공적으로 그들을 (일정 영역에서는) 인간에게 근접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이들은 '실수하는 인간'을 대체하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 투입될 것이며, 다양한 보고서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인간의 노동은 급격하게 기계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표면적으로 우리가 맞이해야 할 '4차 산업혁명'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제도'의 개선과 사회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 다음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하나, 컴퓨터에게는 자유의지와 의식이 있는가? 그들의 판단은 인간을 넘어설 수 있을까?
둘, 희귀질환이 있어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 전달 체계인 뉴런을 인공 뉴런으로 교체한 인간은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셋, 인공지능이 법을 이해하고 판단을 내릴 때,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마지막으로, 유럽에서는 '로봇 인격'을 인정했다는데, 인공지능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쉽게 답을 할 수 있는가? 나에겐 여전히 까다로운 질문이다.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만난 기계 인간은 실제 인간과 전혀 구분되지 않았으며, <그녀>(2013)의 인공지능은 친구들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해 주었다. 우리는 그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사회적인 논의를 충분히 진행해왔는가? 우리가 그들을 '기술'의 영역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제도적인 고민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 바로 '노동의 변화'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적용될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의 팍스콘은 지능화된 공장으로 변모하면서, 현재 노동력의 30~50%를 저감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전통적인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어진다면,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고 어떻게 소득을 얻어야 할까?

나를 비롯해서 노동 시장과 소득불평등을 연구하는 많은 경제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이제는 급격한 속도로 실용화되기 시작하는 문턱에 이르렀다고 믿는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기술이 속속 배치되면서 생산성을 급격히 높이고,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격변에 대처하고 경제 성장을 지킬 수 있도록 경제 시스템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빈곤이 널리 확산되는 와중에 생산성이 증가하는 외견상 모순을 목격하면서 아주 힘든 시기를 겪을 것인지의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도 있다. - p.231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부의 공정한 분배에 대해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노예의 예를 들며, 부를 독점한 소수에게 지배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전하기도 한다. 분명히 '기술'을 통해 시작된 고민이지만 '제도'로 확장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날에는 부를 분배하는 방식으로 노동 경제 모델과 자본 경제 모델이 존재한다. 즉 일을 해서 먹고 살 수도 있고, 자본을 투자해서 얻은 수익으로 먹고 살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까다로운 문제는, 개인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빼앗지 않으면서 여러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분배할 방법이 있느냐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개인이 소유하지 않은 자산이 두 가지 있다. 바로 미래에 창출할 자산과 정부 자산이다. - p.236

저자가 제안하는 부의 분배는 기존에 축적된 재산의 재분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유재산이 보장된 상태에서 산업의 변화를 통해 새롭게 창출될 재산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사회의 전체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여러 채널을 통해 들어왔던 것처럼 기본소득이 될 수도 있고, 카플란이 제안하는 것처럼 모든 시민에게 주어지는 '투자 계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제도의 지향점은 사회의 안정적인 유지와 발전을 위한 '부의 공정한 분배'에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요소인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우리의 미래에 어떤 고민을 던져주고 있는지를 얘기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자들만이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며, 앞으로의 사회가 기술을 수용함으로써 대비해야 하는 '총괄적인 변화'에 대한 얘기이다.

오늘 아침, 유력한 대선 후보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자료를 읽어 보았다. 해당 후보의 과학기술 정책은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중심으로 풀어져 있었을 뿐, 정작 정부의 과학기술 지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빠져있는 것으로 보였다. '과학기술계 종사자'의 처우개선도 중요하지만, 매년 수십 조씩 투입되는 연구개발비의 비효율은 '사람'에만 떠넘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과학기술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변화에 대한 비전을 포함한 '로드맵'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 (혹은, 공학자) 개인의 통찰이나 관심에 의한 테마의 지속성도 필요하겠지만, 국가의 연구개발 계획은 전 산업 분야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대한민국의 로드맵'에 기반해야만 한다.

게다가, 이러한 로드맵은 하나의 부처에만 속해 있어서도, 단순히 기술의 영역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다양한 부처가 같이 고민하여 국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언어로 제시될 수 있어야만 한다.

우리가 정말 '4차 산업혁명'을 미래의 의제로 선택했다면, 기술 개발 계획 뿐만 아니라 이와 궤를 같이하는 사회의 변화, 제도의 변화까지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후보들의 '언어'엔 이런 고민이 포함되어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책정보: <인공지능의 미래: 상생과 공존을 위한 통찰과 해법들> 제리 카플란 지음/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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