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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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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돌아가셨을 때 벽제 승화원에서 화장을 했다. 두어 시간 지나서 불가마 뚜껑을 들어올 리고 직원이 절을 하는데 사람의 한 줌 재가 그렇게 하얀 줄 몰랐다. 하얗다 못해 푸른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화장하는 모습을 처음 본 나는 충격이 컸다. 거의 기절하기 직전까지 갔으니까....

장모님과 처남 둘 그리고 처형 둘이 있었지만 장인어른과 제일 친했다. 결혼하고 처갓집엘 처음 갔는데 아무도 술상을 안 내온다. 보다못한 장인어른께서 술상을 차려주신 뒤로 나만 가면 재까닥 술상이 나왔다.

셋째딸의 막내사위니 이쁘기도 했으리. 명절날이면 사위 셋 모여서 장인어른과 고스톱을 치고는 했는데 고스톱 치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나는 옆에 놓인 술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장모님은 아예 막내사위 옆에 딱 붙어앉아 막내사위 수다 들어주기에 바빴다.

장모님이 공짜로 막내사위 수다를 들어줬을리는 만무다. 장모님이 유독 막내사위에게만 고스톱 밑천도 대주셨는데 사연은 이렇다. 처갓집 가기 전에 3만 원은 고스톱 칠 돈, 딱 정하고 간다. 따면 좋고 잃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따는 돈은 몽땅 옆에 앉았는 장모님 주머니로 들어가고 3만 원 다 잃으면 안 한다며 툭툭 털고 일어나 술만 마시니 손윗동서 둘은 죽을 맛이다.

장모님이 고스톱 밑천 대준다는 것도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따는 돈은 모두 자기 주머니로 들어오고 잃어도 장모님 돈은 갚으니 투자치고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투자다.

아무튼 장인어른 덕분에 벽제 승화원을 구경했고 승화원 바람벽에 액자로 붙어있는 중산 이중길 선생의 시<길을 나서며>를 사진으로 찍어와 몇 번 읽다 보니 아예 외워버렸다. 시를 쉽게 외운다는 것은 그만큼 시 구절에 공감을 한다는 뜻이지 싶다.

문득 장인어른이 생각나는 것은 어쩐 일일까? 장인어른을 국립호국원에 모시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쓴, 웃기지도 않은 글 하나 보탠다. 참고로 이천호국원은 아파트 형태로 만들어진 납골당 형식의 호국원이다.

이승에서도 그렇게 아파트를 싫어하시더니, 죄송합니다 아파트에 모시어.

비록 함께 소풍을 갔다가 혼자만 떼어놓고 온 것 같아 서러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지만 산천경계 훌륭한, 평소에 원하시던 남향집이어서 그나마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이승의 아파트와는 달리 전장에서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들과 함께이시니 외롭지는 않으실 테지요.

내년 이맘때 찾아봬 오면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시는 전우분들과 전장에서의 무용담이나 들려주셔요. 부디 이승에서의 서운했던 일일랑 모두 잊으시고 안녕히계셔요 장인어른. 사랑했습니다 아주 많이.

막내사위 조상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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