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유문철

관련사진보기


단양군 적성면 작은 산골학교에 다니는 10살 한결이가 전차 연구를 하고 있다. 몇 달 동안 유튜브 영상자료와 전쟁영화를 섭렵하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를 구사한다. 모르거나 이해가 안되는 건 질문하는데 농사꾼 아빠가 대답해 주기 어려운 것도 많다.

영상자료 위주로 독학하는 한결이에게 적절한 책을 찾아주어야겠다 싶어 대형서점을 뒤져서 찾았다. 일본 군사저널 전문가가 쓰고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번역한 책이다. 전차의 역사와 전차에 관한 모든 것이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실린 책이다. 한결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펴들더니 마음에 쏙 든다며 책에 빠져든다.

오래 관찰한 결과 한결이가 전차에 빠져든 이유를 알아냈다. 갓난 아기 때 집 앞에 마을정비사업으로 도로공사와 하수도 공사가 2년 동안 벌어졌다. 그때 온갖 중장비를 창밖으로 보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주로 건설기계, 그중에서도 굴삭기를 좋아하고 흙놀이를 많이 했다.

지난해부터인가 관심이 전차와 전투기, 미사일로 관심이 옮겨갔다. 왜 그런가 살펴보니 할머니와 TV 뉴스를 보는데 북한 핵 관련 보도와 전쟁위기 보도가 많이 나왔다. 아이는 불안하기도 하고 현란한 전쟁무기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유튜브를 검색하니 온갖 영상자료가 있었다. 궁금한 것이 있거나 관심 가는 분야를 스스로 찾아 학습했다.

무슨 이유인지 특히 전차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아이가 전쟁무기에 관심을 쏟는 점이 마뜩 치는 않지만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군사전문 책을 선물했다. 영상 위주로 학습하는 아이에게 책의 가치와 유용성을 알려주려는 셈속이다. 일단 성공한 것 같다.

전쟁의 불안과 공포에서 시작된 아이의 학습에 평화의 안정을 주기 위해 벼농사 책 두 권을 함께 선물했다. 다음주에 한결이가 초등학교 아이들과 못자리를 시작하는데 7년 차 어린 농부 한결이가 보조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할 정도다. 어린이용 그림책 두 권이 한결이가 읽기에 알맞겠다 싶어 골랐다.

전쟁을 상징하는 전차, 생명평화를 상징하는 벼농사.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한결이는 숙명처럼 어린 나이에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사드 배치를 옹호하고 전쟁 불사를 외치는 정치인들은 이 산골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까?

10살인 이 산골 아이가 10여 년 뒤 군대에 징집되어 북한을 향해 전차 포구를 향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38선을 허물고 철원평야에서 북한 농민들과 함께 쌀농사를 짓는 것이 옳은가? 답은 하나다. 생명평화 뿐이다. 한결이가 그 답을 스스로 찾으리라 믿고 우리 민족 또한 그 길로 가리라 믿는다.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태그:#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